여름의 묘약

2018-07-21

by a little deer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고 나면 독한 압생트 술이 설탕 속으로 배어들듯이 잠이 영혼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도록 방치하기만 하면 된다.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잠에 심신이 용해되면 손가락에 힘이 풀리고 열쇠는 바닥에 엎어놓은 접시 위로 툭 떨어진다. 쨍하고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이리하여 단 1초의 잠도 더는 필요 없는 짧은 한순간의 휴식으로 육체와 정신의 활력을 되찾는다. 오후의 보람 있는 활동을 위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잠, 이것이 달리의 '열쇠를 가진 잠'이다. p.33-34.


완전히 방전 상태로 기절하듯 자고 끙끙대며 일어났다. 몸이 축축 처지고 에너지가 바닥이다. 이불을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고 아침으로 바나나 밀크셰이크, 식빵 한 장, 아보카도 반 개, 커피를 마셨다. 오늘도 '여름'의 책을 골랐다. 아직도 열 권은 더 찾을 수 있겠다. 집 앞 미용실에 열한 시 반으로 예약을 해두어서 머리를 다듬고 왔다. 오늘은 청소하고 빨래하고 책을 읽고 티비를 보고 집에서 뒹굴어야지. 무엇보다 낮잠을 좀 자야겠다.


결국 낮잠은 못 잤다. 늘어지게 자면서 완전 야한 꿈을 꿨어야 하는 건데, 에이. 날은 덥고 샤워를 하고는 티비 채널이나 이리저리 돌려보는 밤이 되었다. 재미라고는 없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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