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9
여름을 맞는다.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해선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 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p.268.
아침은 건너뛰고 도시락을 싸갔다. 책은 휘리릭 넘겨 작가의 말부터 읽었다. 딱 저만큼의 여름. 멍하게 있다가 하품을 한다.
첫 문장부터 가장 좋게 느껴지는 '침묵의 미래'를 두서없이 조금 읽어본다. '나는 오늘 태어났다. 그리고 곧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하루씩 산다. 노인으로 태어나 하루 더 늙은 뒤 노인으로 죽는다. 그 하루는 어느 종種의 역사만큼 길며, 그 종의 하품만큼 짧다.', '태어나 내가 처음으로 터뜨린 울음, 어쩌면 그게 내 이름이었을지 모른다. 죽기 전,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어떤 이의 절망, 그것이 내 얼굴이었을지 모른다. 복잡한 문법 안에 담긴 단순한 사랑, 그것이 내 표정이었는지 모른다. 범람 직전의 댐처럼 말로 가득 차 출렁이는 슬픔, 그것이 내 성정이었는지 모른다. p.124.' 단어들의 선택과 배치가 좋게 느껴진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생각도 못한다.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눈이 뻑뻑하다.
한 자 한 자 그 글씨를 따라가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라는 부분에선 그만 쓸쓸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언젠가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었을 때, 시리가 같은 대답을 들려준 적이 있어서였다. p.265.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