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여름

2018-07-18

by a little deer
우리 삶의 나머지 부분은 미련 없이 잊혀도 좋을 만큼, 우리는 징검돌을 디디며 여울을 건너듯 여름에서 여름으로 걸러뛰며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p.11.


여름휴가 짐은 아직 풀지도 못했다. 주말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더위와 피로가 온몸을 휘감는 나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뭔가를 배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인가 해본다. 아주 쓸모없고 몹시 사소한 일일지라도. 걱정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지만, 나름대로 대처하는 요령도 알아가는 중이다. 결국은 죽을 때까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 대해 배워가는 거겠지.


저 문장을 읽으면서, 작년 여름을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은 또 얼마나 다른가 생각했다. 정말이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시간. '징검돌을 디디며 여울을 건너듯' 뛰어가는 시간.


이렇게 쓰는 동안 보리가 혼자 분주하다. 소리를 지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런데 마침 책에 고양이가 등장했다. '고양이는 아마도 그런 행동을 통해서 자기 주인인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확고부동하게 자기 것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언제 어느 때건, 심지어는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조차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는 것을. p.34.' 늘 깨어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지가 뻗어나간다. 변화의 바람과 파도에 휩쓸리지는 말고, 무조건 피하거나 반대로 꼿꼿하지도 말고, 훨훨 날아다니고 둥둥 떠다니자고 다짐을 하여본다. 뭔가 비장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은 그저 똑똑하고 귀엽고 멋진 할머니 되기 프로젝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고양이는 털가죽으로 싸인 낱말이다. 낱말들이 그렇듯이 고양이들은 호락호락 순치되는 법이 없이 인간의 주위를 배회한다. 기차를 타기 전에 고양이를 바구니에 담는 것은 기억 속에서 정확한 낱말을 포착해 백지에 자리 잡게 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낱말과 고양이는 둘 다 포착하기 어려운 종족에 속한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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