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살 때 인가, 집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태어난 거지?’ ‘왜 살아야 하는 거지?’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 궁금했었다. 사실 그 답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그 후로도 한 살씩 열심히 먹어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로 난 성장 했다.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되어갔다. 뒤돌아 보니 20대는 지나갔고 30대가 시작되었다.
나이 어린 사람으로만 살다가 이제 어른의 나이가 시작된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까?’
이제는 이유를 찾는다기 보단 태어난 건 내 선택이 아니고 어쩔 수 없으니 이왕 살 거 의미를 담아보자는 건데,
막막하다. 태어난 이유도 모르는데 인생의 의미 까지 덧붙인다니. 참 피곤하며 거창하다.
잠재울 수 없는 열정과 익숙해져 버린 나태함이 나의 30대이다.
매일 출근하며 콩나물을 꽂고 내 마음을 달랠 때, 퇴근하며 끝난 하루에 안도감이 들 때도
난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나의 행복감이 어디로 오는지에 대해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고.
그러기 위해선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알아야 했다.
그건 나에겐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이 좋고 싫은지 왜 그러한지 까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던 ‘나’ 였으니까.
그러다 나의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무엇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해 찾던 나는 급히 우회하여 그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어느 날 발견했다. 내 마음이 분주하다는 것을. 겉으로는 잘 만들어진 사회적인 모습으로 평탄히 생활하는 듯싶었으나
마음은 요동쳤다. 늘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고 그것에 휘둘렸다. 휘둘렸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괜찮은 척했다.
척을 할수록 내 안에 있던 힘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힘이 없어져 가는 나는 일만 할 줄 아는 껍데기가 되어 있었다.
인사이드아웃 2에서 불안이 가 불안해서 요동치며 회전하는 장면을 보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내 마음속 안을 시네마로 마주하니 도망칠 수 없어서 눈물이 났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태 달려온 나에게 나로서의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해내야 하고 곧 이뤄야 하는 생각들은 집어던지고
그것 없는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행복한가?
나아가 나는 앞으로 나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