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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ee May 05. 2016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날을 꿈꾸다

잔인한 4월을 보내며.

지난 주말 아침, 침대에 누워 한참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날씨탓에 약속탓에 야근탓에 주말근무탓에 미뤄뒀던, 드디어 떠날 수 있게 된 날이었다.

목적지는 언제나 강릉. 막연하게 바다를 보고싶었다.

머무를곳, 먹을곳은 그동안 숱하게 인터넷 검색을 해서 머리속에 있었고

이제 몸을 일으켜 간단한 채비를 하고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 날 나는 떠나지 않았다.

조금의 '귀차니즘'과 일상에서의 제자리를 찾을 여유가 필요했다.

한동안 회사는 주말에도 출근을 시키고, 평일엔 택시 할증이 풀리는 시간즈음 퇴근을 해서 잠시 눈붙였다가 다시 출근을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아주 가끔 일찍  (물론 야근 후에) 퇴근을 하면 시간이 아까워 동네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하고 들어와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덕분에 집은 엉망진창이었고, 기한이 다 되어가는 공과금 고지서들이 널려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날, 침대에서 한참을 더 뒹굴거렸고, 미뤄둔 청소를 했다. 동네에 새로 생겼다는 카페와 장난감가게도 갔다. 바쁠땐 현실을 피해 어디론가 떠나보려 기회만 노렸는데 막상 휴일이 되자 바빴던 공간에서 빈둥거리는, 휴일 그 자체를 온전히 누리고 싶었다.

바다를 봤다면, 떠났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았다. 집은 깨끗해졌고, 좋아하는 동네의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했고, 산책도 했다.  어쩌면 숨막혔던 일상 속에서 여유있는 또 다른 일상으로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일상이 또다른 이에겐 여행이 되는 순간이 있다.




떠나는 사람이 특별하거나 더 여유있다고 할 순 없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용기가 없다거나 무언가 부족한 사람이 아님을.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지 못하고, 떠날 수 없다.

그럴때마다 나는 지난 여행을 추억하거나 앞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햇빛이 따사롭지만 공기는 쌀쌀한 날에는 프랑스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던 어느 백화점 옥상의 카페에 갔던 때가 떠오르고, 더운날 뜨거운 커피를 마실때엔 이태리 로마의 어느 슈퍼에서 여행자패스를 사며 마신 에스프레소 한잔이 떠오른다.

날씨도 풍경도 좋았지만 쌀쌀한 바람에 얼마 못있고 내려왔던 옥상카페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을 볼때면 언제나 부러워진다


떠날 수 있다면 좋고, 떠나지 않아도 좋고.

떠나지 못한다면 이왕이면 행복하게 머무르길.

그렇게 나의 잔인한 4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잠깐 덧붙이자면 나에게 지난 4월은 참 잔인한 때였다.

힘든 매 순간들을 견뎌야했고, 견디지 못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버텨내고 나니 5월이 왔다.

이제 슬슬 떠남을 준비하려한다.

작년 4월, 나는 파리에 있었다. 지금 가장 부러운건 1년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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