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가려진 그린벨트의 역사
우리는 그린벨트라는 단어를 뉴스에서 종종 듣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여름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습니다. 그린벨트에 실제로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그린벨트 꽤 나 우리들 가까이에 있습니다. 서울을 진입할 때 우리는 매번 그린벨트를 통과하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16세기 런던에서는 지금의 코로나처럼, 흑사병이 무섭게 퍼졌습니다. 당시 통치자였던 엘리자베스 1세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런던의 경계에 따라 3마일에 달하는 숲을 만들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그린벨트의 시작이라 알려져있습니다.
이후 그린벨트는 1940년대 영국 런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동그란 녹지의 띠'를 만들어서 도시가 끝없이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린벨트와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의 금산 제도입니다. 금산제도는 나무와 돌을 채취하는 것을 금지해서 산을 보호하는 정책입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당시부터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먼저 한양 주위의 산을 위주로 금산이 지정되었는데 왠지 지금의 그린벨트와 위치가 비슷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산으로 지정되는 산들이 많아져 전국에 200여 곳이 생겼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금산에서 벌목을 한 사람은 곤장 60대에서 90대의 벌이 내려졌다고 하니 조선이 산림 보호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억제하는 경계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다시 영국을 보면, 1902년 에버니저 하워드는 <Garden Cities of Tomorrow>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여기서 하워드는 전원도시라는 도시 계획안을 제안합니다. 전원도시는 주거, 산업, 농업이 균형있게 발전하여 자급자족이 가능한 계획도시를 의미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이 일상과 어우러진 도시로 외곽은 동그렇게 녹지가 감싸는 형태였습니다.
하워드의 생각들은 책속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전원도시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1903년, 영국 허트포드셔의 두 도시인 레치워스와 웰윈이 바로 그 곳 입니다. 하워드가 그린 전원도시의 형태, 방사형 길의 구조와 같은 모습이 실제로 조성되었습니다. 레치워스 가든 시티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지금도 전원도시에 대한 기록과 일상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그린벨트라는 이름은 1943년도 런던에서 시작됩니다. 도시계획가 패트릭 아베크롬비가 수립한 '대런던계획(the Great London Plan)'에는 런던을 중심으로 한 동그란 녹지대가 포함되었죠. 도시의 팽창,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고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한다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이죠.
이후 많은 국가들이 그린벨트의 선두 주자인 영국의 사례를 본 따 정책들을 수립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그중에 하나 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린벨트가 도입된 시기는 1971년입니다. 당시,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불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자유롭게 사용하던 땅을 갑자기 정부가 개발을 제한한 것이니 소유자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도 그린벨트가 있었기에, 자연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법에서는 그린벨트라는 용어를 사용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개발제한구역'이라 표기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래어를 국문으로 변경하면서 '개발제한구역'이라 이름이 지어졌던 것 같습니다. 동일한 의미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다른 느낌입니다. 그린벨트는 그린, 녹색이 들어가서 인지 더욱 푸르른 자연의 이미지가 상상이되고, 개발제한 구역은 부동산의 규제와 같은 좀더 경직된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자연보호구역 등 유사한 개념이 이미 있었거나, 행위를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지금까지 그린벨트가 부동산 뉴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것을 보면 언어가 주는 힘, 영향은 큰 것 같습니다. 서울에 살고 싶은 우리의 꿈이 그린벨트의 가치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결국 주택공급으로 인한 효과가 크냐, 그린벨트의 개방된 자연공간이 주는 효과를 어떻게 잘 측정하냐에 따라서 그린벨트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린벨트는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지 미래만이 있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공원이나 숲으로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서울과 가까운 그린벨트에서 신나게 운동하고 여행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그린벨트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