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 김경미(공존공생)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Interview | 공존공생 김경미(생강)님과의 인터뷰
메일을 받았습니다. 탐방이 궁금하다는 생강님의 메일이었어요. 조금은 순박한 닉네임, 생강. 뭔가 익숙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즐겨 듣던 팟캐스트, <공존공생>의 생강님이더군요. 거기다 <안녕, 시골>의 기획자였다니. 도리어, 탐방이 꼭 생강, 김경미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존공생 멤버가 오프라인으로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탐방이 찾아갔습니다.
생강이란 닉네임, '안녕, 시골'의 기획자, '공존공생'의 진행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많은 분이 제가 지방에 살거나, 시골 출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오해예요. 저는 태어난 곳도, 지금 사는 곳도 서울이죠. 도시에서만 살았어요.(웃음) 시골은 저의 관심사 중 하나예요. 제가 관심사가 아주 많은 편이거든요. 그리고 그때그때의 관심사를 열심히 쫓죠. 저는 당시 저의 관심을 쫓았을 뿐인데, 그것이 외부적으로 저의 아이덴티티가 되더라고요.
생강이란 이름도 비슷해요.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고 이렇게 오래 쓸지도 몰랐는데, ‘생강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 익숙해졌으니까요. 십여 년 전에 ‘이웃랄랄라’라는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홍대 카페 옥상에서 1인 가구가 농사를 짓는 모임이었죠. 특별히 농사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회사를 다니는 일상에서 재미있는 주말 모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책상 앞에서 계속하는 작업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사무직 노동자의 갈증?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내 삶에 필요하겠다는 고민이 있을 때, 친구가 이웃랄랄라를 소개해줬죠. 주로 여성들이었고 모두 1인 가구다 보니 통하는 게 많았어요. 그 모임에서 다들 농작물로 닉네임을 쓰더라고요. 녹두. 콩. 뭐 이렇게요. 그럼 난, 어떤 농작물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순간, 생강이 떠올랐어요.
제가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낮거든요. 그래서 생강이라는 작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에게 어떤 의미 자체가 없었죠. 어느 날 친구가 생강으로 만든 바디 샴푸를 선물해 줬어요. 이게 생강 냄새라는데, 제가 알고 있던 생강과 전혀 달랐죠. 생강의 새로움을 만난 것 같았달까요? 웃기지만, ‘내가 외모에 대한 편견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닉네임을 정할 때 그 순간이 떠올랐던 것 같아요. 당시 그 모임에 생강이 없기도 했고요.(웃음) 이후에 닉네임이 써야 할 순간에는 자연스레 생강을 말하고 있더라고요. 김경미와 약간 다른 자아랄까요?
김경미와 생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생강일 때 더욱 제 관심사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2011년부터 시작한 옛날 ‘공존공생’이 그렇죠. 공존공생은 생강의, 또 함께하는 멤버들의 관심사로 만들어지거든요.
공존공생은 생강(김경미)님과 옥수수(이수연)님이 함께 2011년부터 12년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을 다루던 팟캐스트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조직으로 협동조합이 등장하던 시기에, 협동조합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방송이었죠. 현실적인 이유로 공존공생은 막을 내렸지만, 2021년, 공존공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원거리에서도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라는 앱을 통해서요. 새로운 공존공생은 국내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모시고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생강님은 어쩌다 사회적 경제에서 로컬로, 또 마무리했던 방송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결혼과 육아로, 공존공생을 추억으로 묻어두었죠. ‘우리들의 리즈시절이다’라고 얘기하면서요. 그런데, 클럽하우스라는 툴이 생긴 거예요. 예전에 우리가 이렇게 대화했는데, 다시 한번 느껴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한 게 시즌 1이었죠. 공존공생은 귤PD의 힘이 컸어요. 귤PD가 '안녕, 시골' 뉴스레터와 협업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면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안녕, 시골'은 제가 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기획을 하고 꾸려가던 프로젝트였고, 귤PD님의 제안을 연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죠. 알고 보니 귤PD가 당시 제가 자주 들었던 ‘시골은 왜 안돼’라는 팟캐스트를 만든 사람이더라고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었고 우리끼리 사이드 프로젝트로 같이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제안에 귤PD가 흔쾌히 응해줘서 공존공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사회적 경제에 관한 관심과 귤PD의 로컬에 관한 관심이 합쳐졌죠.
기술적인 것도 귤PD의 힘이 컸습니다. 클럽하우스 덕분에 위치에 상관없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클럽하우스에 녹음 기능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던 귤PD의 집에는 녹음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던 거죠. 클럽하우스 녹음 기능이 생긴 이후로는 아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공존공생은 시즌 3예요. 시즌별로 10개 안팎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데, 시즌별로 주제와 구성이 조금씩 달라졌죠. 재밌는 건 저희가 오프라인으로 만난 건 오늘이 두 번째라는 거예요. 고래님은 두 번째, 귤PD는 세 번째네요.(웃음) 저는 서울, 귤님은 옥천, 고래님은 군산에 있으니, 어쩔 수 없죠. 재밌는 건 그럼에도, 저희 세 명은 불편함이 없어요. 굉장히 합이 잘 맞는 달까요? 카카오톡에서 누가 좋을 것 같다 공유를 하며 업무를 나누어요. ‘이 사람은 내가 컨택할게’라는 등의 분담이요.
시즌 기획하기 전에 저희가 한 번씩 만나요. 어떤 포맷, 주제로 이번 시즌을 이끌어갈지 계획을 세우죠. 오늘은 새로운 기획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잡았어요. 곧 지방선거잖아요. 공존공생도 꼭 다루어야 하는 주제다 해서 결정했는데, 어렵더라고요. 지방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다른 것도 있고, 제가 기획을 벌써 2번이나 엎었거든요.(웃음) 오늘 세 번째 기획안을 가지고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로컬의 활동가들이 저희의 청취자들이거든요. 로컬에서 혼자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이 되자는 생각으로 공존공생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지금도 저희가 초대손님으로 모시는 분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지역을 개척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이죠. 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가끔 주변 사람들은 ‘왜 지역에 살지도 않고 그런 업을 하지도 않는데, 로컬에 이렇게까지 열심이니?’라고 묻죠. 10년 전, 공존공생을 처음 할 때도 ‘너 왜 이렇게 협동조합 열심히 하니?’라는 질문을 똑같이 들었거든요. 광고 회사에서 안녕시골을 기획하고 진행할 때도 그랬죠. ‘시골에 왜 이렇게 열심이니?’. 저도 나름 고민을 해보았는데,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기 삶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이요.
호기심으로 이런 활동을 누가, 왜 하는지, 또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혹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에 관한 관심을 어필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공개되는 방송, 콘텐츠이다 보니 전문성이나 재미.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 안타깝지만 우리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니(웃음) 어떻게든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공존공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초대손님께 저희가 딱히 비용을 지불하지도 못하지만 흔쾌히 참여해 주세요. 비슷한 고민을 해왔고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신 것이겠죠. 거기에 이동하지 않고 본인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고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은 하동, 다른 파도의 이강희 대표님이세요. 정말 연고 하나 없이 참여해주십사 연락했던 분이거든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큰 시너지를 내고 있었어요. 정책적인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영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역에서 작은 가게를 크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죠. 분명히 이분들도 너무 매력적이고 응원을 하지만, 저는 좀 더 공동체적으로 확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자기 사업 이상의 의미. 이강희 대표님이 참 그 부분에서 충실한 사람이더군요. 제가 사전 지식이 많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파도의 생각이 인상적이었어요. 이강희 대표님도 하동 출신이신데, 하동의 청소년에게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다시 하동으로 돌아오셨는데, 본인이 청소년일 때 만나고 싶었던 어른, 선배가 되고 싶었다고 말씀을 하는데 참 멋있었어요.
공존공생을 100회까지는 해볼 작정입니다. 100회까지 로컬의 활동가들을 만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의 관심사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지금 생강, 귤, 고래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관심사가 로컬이기 때문에 함께 탐구하는 것이죠. 공존공생을 만드는 멤버가 공감대가 생긴 이슈로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을까요? 다른 멤버가 또 오면 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요. 가장 기본적인 공존공생.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하자는 우리의 기조만 챙겨가자는 생각이에요. 그 안에서 콘텐츠는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죠.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사이드 프로젝트임에도 이렇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일과 연관되기 때문이에요.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만난 사람들, 나눈 대화, 얻은 지식으로 자신의 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잖아요. 자기 시간을 들여서 할만한 가치가 있는 거죠. 제가 지금 회사에 적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을 멈춘 건 아니에요. 소득이 없어졌을 뿐이죠.(웃음) 지금, 공존공생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쌓아온 것들이 향후 분명히 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생강님은 서울 토박이고, 로컬과 직접적인 업을 갖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탐방이 만나 본 생강님은 진정한 로컬지향자였어요. 로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의 넓은 지역, 작은 도시에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로컬 활동가들을 함께 이어 소통하는 매개체, 공존공생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이보다 로컬 지향적인 삶이 어디 있을까요?
여러분도, 로컬지향자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시나요? 아마도, 탐방을 보고 있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당신은 로컬지향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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