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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세기 소녀"
나도 그 시절에 20세기 단발의 소년을 만났다
by
경이
Jul 19. 2024
2022년 개봉
감독 방우리
출연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
앗! 하마터면 잃어버리고 살뻔했다. 20세기 시절.
20대 초반이었던 나, 그리고 21세기로 넘어가는 그 묘한 불안과 설렘,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이었던 삐삐와 공중전화와 첫사랑을.....
“20세기 소녀”는 90년대의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에 관한 풋풋하고 예쁜 이야기다.
털털하고 착하고 발차기도 끝내주게 하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한 ‘보라’와 키 크고 어깨 넓고 친절하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한 소년 ‘운호’가 사랑하게 되는.
저렇듯 하자 없는(?)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제대로 된 사랑한 번 못해보고 어쩌다가 한 결혼에 실패한 40대 중반이 되니 첫사랑의 이야긴 마냥 좋고 흐뭇하지많은 않다.
달달한 첫사랑 이야기에 가슴 한켠이 아리달까? 왜?
첫사랑 풋풋함은 이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40대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사랑이니까. 그리고 내가 놓쳐버린 수많았던 순간들이 떠오르니까!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친구의 소개로 나간 소개팅에서 만난 한 남자아이를 만났었다.
곧 군대에 갈거라 머리를 길러보기로 했다며 단발 기장의 머리를 질끈 묶고 소개팅에 나왔던 꽤 멋졌던 아이.
형 이야기를 하며 존경하고 자랑스럽다고 말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형을 존경한다는 그 아이의 멘트가 신선하고 멋졌던 거 같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길거리 음식도 먹으면서 분위기도 좋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었는데. 아.. 문제는 내가 너무도 순진하고 앞 뒤가 꽉 막혀있었다. 뭐 지금도 뚫려있는 건 아니다. 아무튼!
다시 만나자는 그 아이의 말에 “나 유학 가는데”라고 왜 말을 했을까. 그럴 거면 왜 소개팅을 나간 건데!! 이런 멍청하고 답답한!!!
그 시절 내가 그렇게 노답만 아니었다면 나도 어쩌면 “20세기 소녀”를 찍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단발머리를 한 그 남자애와.
그 당시 흔하지 않던 단발머리 때문이었는지, 어쩌면.. 이란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나의 20세기말에는 딱 한번 만난 그 남자애가 항상 서 있었다. 떡볶이 코트를 입고 단발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던 그 아이가.
그게 이 영화가 주는 설렘이다. 시간여행. 만약 그도 이 영화를 봤다면 20세기말에 만난 내숭 만땅이었던 날 떠올렸을까? 아니면 그만의 다른 20세기 소녀를 떠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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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녀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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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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