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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서있는 병풍

분열의 시대

by 경이

2020년은 전 남편의 직장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던 시절이었다.

청명한 5월 미국의 뉴스는 온통 숨을 못 쉬겠다며 고통스러워하던 '조지 플로이드'의 모습으로 도배가 됐다.

한 백인 경찰관이 위조지폐를 사용했을 수도 있는 혐의로 비무장이었던 그를 눕히고 목을 짓눌렀다.

죽을 때까지.


최근에 본 미국의 최근 영화 "내전-분열의 시대"에서는 군복을 입고 소총을 맨 빨간 선글라스의 남자가 기자단을 향해 묻는다.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그의 옆에는 한때 누군가에게 다정했고 사랑이었을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죽을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이 시체가 되어 뒤엉켜 있었다. 그들은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된 돼지떼처럼 구덩이 속에 무가치하게 버려져 있었다.


어제는 현재 자행되고 있는 미국의 폭력현상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시카고에서 무장하고 있는 군병력들.

그들에게 반항하는 몇몇의 사람들을 잔인한 폭력으로 제압하는 군인들.


내가 보았던 수많은 폭력 영화 속에서 악마 같은 주인공 옆에 병풍처럼 혹은 악마의 미니미처럼 아무런 의식 없이 어떤 짓이든 서슴없이 하는 인간들이 꼭 있었다.

난 매번 그들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도 그들은 실존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조지 플로이드 옆에서.

당신을 개 돼지로 밖에 여기지 않는 위정자들의 뒤에서

혹은 군복이나 경찰복을 입고 국민들을 보호하라고 나라에서 준 무기를 두르고 현 체제에 반항하는 일반 시만들의 목 위에서

가슴 위에서 인격이란 없는 듯 인격을 짓누른다.


2020년 5월.

아니 사실은 어쩌면 그전부터 내 눈앞, 보이지 않는 안경에는 작은 실금들이 생겨났다.

조지플로이드 같은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지긋지긋하게 매일 접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이념으로 인해 내 주위의 따뜻한 사람들을 잃을 때마다.


그 반대편에는 착하고 좋은 일들이 세상에 차고 넘쳐 내 안경을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도

한번 생긴 실금들은 그리고 늘어나는 실금들은 내 안의 깊은 절망을 깨운다.


때문에 나는 병풍이 되길 거부한다.

이념에 시대에 알맹이 없는 선전에 선동되지 않고 나의 경험과 사고로 판단할 것이다.


나는 내가 만난 이기적인 메이 쉰(중국인)은 싫어할지언정

중국인이라는 전체를 증오하진 않을 것이다.


한 가장의 목을 짓누른 끔찍한 백인 하나를 미워하더도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또 다른 백인들을 싸잡아 백인우월주의자로 몰진 않을 것이다.


악마 같은 인간의 더 악마 같은 구호아래 끔찍한 짓을 실제로 자행한 사람들이 나와 같이 평범한 수많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광동 대지진에서 죽어간 죄 없는 조선사람들도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일본 위정자들에게 선동된 평범한 일본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이미 돈도 많고 권력도 만땅인 누군가를 위한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낮에는 어두운 뒷골목을 주시하고 밤에도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

쳇! 누구 좋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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