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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에세이 2

10월에 장미

by 경이



오월에 모든 장미가 화려하게 펴 사람들이 즐길 때는 숨어있다가

모든 나무와 꽃이 색깔을 빼고 바닥으로 낮아질 때

붉은 빛깔을 드러낸다.


그래서 특별히 마음에 들었다.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서


대세가 오월이라고

역사가 그랬다고

모든 꽃들도 다 그렇게 핀다고


죄다 거지 같은 억지

꽃조차 틀에 가두려는 뻔한 말들


혼자 펴서 외로울 만도 한데

그래도 붉어서 어느 고단한 사람의 눈길을 명랑하게 물들인다.

여기 혼자 붉은 나도 살아낸다고

점점 스산해지는 이 계절을


그러니 너도 애매한 핑크 말고 붉은 꽃을 피우라고

저 나뭇잎들처럼 시들지 말고 쪼그라들지 말고

네 시간을 정해서 붉게 피라고


뻔하지만 의외의 응원

10월의 장미는 수분이 빠져 시들해지려는 나의 마음을 붉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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