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옮겨주고 싶었다)
개코딱지보다 작은 달팽이 한 마리
열심히 미끄러져 간다
아슬아슬
주변에는 등 터진 달팽이 천지
네가 작은 무엇이라면 나는 우주의 신
새벽부터 열심이었을 널 밟혀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작아서
그토록 열심히어서
옮겨주고 싶었다 미치도록
작은 열심 애달파서
넌 그저 네 생활에 충실할 뿐인데
내가 뭐라고 네가 안타까울까
혹 저 위에 조물주도 나 같은 눈으로 날 지켜보고 있을까
작은데 열심히라서
너무 옮겨주고 싶어 할까
내가 도달하고 싶은 그곳으로
그래도 차마
감히 내 삶에 끼어들 수가 없어서
그래서 손 놓고 계신 걸까
그래서..
오늘은 그분이 밉지 않았다
그 마음이 개코딱지만 한 달팽이를 보는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