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의 규모가 마치 나의 지식의 척도인양 이고 지고 살았건 순간들은 이제 가고 없다.
황보름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오랜만에 서점에서 내돈내산 한 책이다.
표지에서 풍기는 편안한 냄새가 좋았다.
간절하게 휴식이 필요한(침대에 널브러진 휴식이 아닌) 순간들이 이어지고 있는 매일이었다.
노랗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서점이 내 집 앞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책 표지처럼 말이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다 읽고도 서너 번씩 손이 갔다.
지친 순간들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나를 쪼개놓은 사람들 같았다.
지독한 번아웃을 경험하고 살기 위해 이혼을 하고 서점을 처린 영주, 학창 시절부터 열심히 성실히 살면서 사회에 나가서 꿸 단추들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회에는 그 단추들을 꿸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준, 너무도 무례하고 그 무례를 인지조차 못하고 사람을 도구 취급하는 직장에서 화병에 걸릴뻔한 정서. 그리고 남자 어른이 아닌 애와 결혼했다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도 괴로웠던 지미까지.
나의 일부분들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노랗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서점을 열고 싶다. 커피 향과 퀴퀴한 책의 냄새가 나는 공간에 둘러싸여 있으면 어떤 문제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때론 날 받아들여주는 편안한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 이상 모두 적당한 예의를 갖출 것만 같은 공간. 그래서 필요이상의 긴장이 불필요한 공간. 그런 장소가 가까이 있다면 그야말로 숨구멍이 좀 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