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단어

by 올랜드



침체된 하나의 단어를 문득 사랑하리. 저변에 깔려있는 고립된 아픔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보리.

더 이상 갈고닦지 않고, 더 이상 찾아보지 않아서 이제는 홀로 된 그것을 내 앞에 놓아보리다. 쓸데없이 비장하고 소름 돋을 용기를 가지지 말고 그냥 그것을 다시 살려보리다. 그저 그것을 눈앞에 두어보리다.


얼얼하고도 찌릿한 감정의 상처를 대충 포장해 두고, 낡은 육신을 집안에 처박아두고 나서 느낄 수 있는 한 가능한 많이 그것을 탐닉해보려 한다. 떠나는 누군가가 말했을 때, 나 없어도 잘 지내길 바란다는 염원을 뿌리치고 내가 느끼기에 당신이 없는 삶이 어째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깨부수어내 부서진 파편으로 기워진 반문을 가져오리다. 반문은 당연하게 언제부터 그 사람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하게도 그 사람은 나와 항상 함께 하였으며, 처음은 울림이라고 말했던 태초의 울음 그리고 진동하는 하나의 인생이 피어났을 때이기에 그 기워진 것은 온전하지가 않아.


온전치 않은 반문, 끊겨버린 의문, 생각을 한데 갈아 넣어서 이것이 내가 가졌던 생각이었음을 그리고 이제는 버려진 생각이었음을 완벽하게 고백하였다. 일상은 변하고, 변한 일상은 반문을 우수에 젖은 채 사랑스러운 듯 포장해 둔다.


헛웃음 나올 지경인 말의 장난을 뒤로 한채 침체된 하나의 단어를 문득 사랑하리. 또 한 번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리다. 일상이 엮여있는 하루의 생각을 즉각적으로 의미라 말하고, 믿음이라 말하고, 사랑이라 말해보는 것이 나에게 어렵지만 해보리라. 그저 살아보리라. 감정적으로 피어나는 모든 의견들을 묵살해 버리고, 예쁘고 아름답게 피어난 것처럼 포장해 보리라. 핏자국이 가득한 새로운 생명이 징그럽고 역하지 않고, 그 하나만으로 빛나고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명징하게 바라보련다. 그것만으로 멍청한 정신을 일깨우고, 그것만으로 육신을 다시 시간이 떠 매고 가게끔 하겠다.


또한 인간임에

또한 살고 있기에

또한 기억하기에

내팽개쳐진 새로운 생명을 그 자리에 두고 살아남는지 아니면 서서히 숨결이 가늘어지는지 그것을 지켜보리라. 눈앞에 놓인 죽음, 단절, 박탈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두고 그것이 의미 없음이라는 것 자체에서 의미 없음이 왜 없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 자체가 있다는 것인 이 모순을 또 한 번 살아보고 싶다. 모순은 해소되지 않겠지만 통일되지 않겠지만 그저 놓아보리다. 승패가 결정 나 있는 체스게임, 죽음과 두는 한 판의 게임에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오프닝을 하고, 그렇지만 폰을 저 끝까지 밀어봐야겠다. 언제 잡아먹힐지 언제 갈 수 있을지 여전하게 희미하지만 그냥 그런 것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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