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냄
살면서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는, 스물한 살에 유럽 여행한 것이다.
첫 해외여행은 아니었지만(고등학생 때 엄마랑 일본 갔었음) 이렇게 멀리, 이렇게 오래 여행한 건 처음이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때의 추억으로 살아간다.
꾸준한 여행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게 아마 이때 일터.
지금 이 글을 보는 대학교 2학년생이 있다면, 올여름 방학에 무조건 떠나라고 하고 싶다. 지금부터 아르바이트해서 열심히 돈 모으고. 돈 없다는 핑계는 금지.
나중엔 돈 생겨도 시간 없어서 못 간다.
나는 정희와 2013년 6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유럽을 한 바퀴 돌고 왔다. 30박 32일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다녀온 국가는 10개. 심지어 도시로 치면 17개.
배낭도 아닌 캐리어를 끌고, 32일 동안 17개 도시를 행군하듯 다녔다.
지금 하라고 하면 다시는 못할.. 하지만 이때의 여행이 전혀 후회스럽진 않다. 딱 이 나이 때 그 젊음과 패기로 할 수 있었던 여행.
이때 기본적인 랜드마크는 다 깨고 와서, 또 간다면 관광지 아닌 곳으로 느긋하게 둘러보면 될 것 같다.
나는 사진들을 전부 외장 하드에 보관하고 있는데, 제주에서 프로그램을 하나 잘못 깔았다가 랜섬웨어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직격탄을 맞은 건 유럽여행 사진 폴더.
복원 업체도 알아보고 했었는데, 터무니없는 금액을 불러서 '그냥 다음에 한 번 더 가서 찍어오자..' 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삼켰더랬다.
그런데 이게 웬열. 여행이 끝나고 폴더 속 모든 사진, 아니, 폴더 통째로 정희에게 공유해 줬던 터라 정희에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다시 찾게 된 유럽 여행 사진.
그리고 그중에 고르고 고른 마음에 드는 사진들.
영국(런던), 벨기에(브뤼셀/브뤼헤), 네덜란드(암스테르담), 체코(프라하), 오스트리아(빈), 이탈리아(베네치아/나폴리/로마/피사/피렌체/밀라노), 바티칸, 모나코, 스위스(인터라켄), 프랑스(니스/파리)
총경비 약 450만 원.
하지만 그보다 열 배의 가치를 하는 값진 경험.
두꺼운 가이드북과 부록으로 들어있던 종이 지도를 들고 떠난 여행.
지금 생각해 보면 로밍도, 데이터도, 와이파이도 없던 그 상황에서 참 열심히 잘도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그 어린 나이에도 이 풍경에 감탄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간다면 아마 감동을 할 것 같아.
30여 일간의 유럽 여행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추억 팔이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