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냄
때는 바야흐로 2012년, 나는 운 좋게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왜 '운 좋게'라고 했냐면 진짜 운이 좋아서 였거든.. 이 얘기도 언젠가 풀어보겠음.
아무튼 나는 집이 파주인데, 대학은 성남으로 가게 되었다. 자취 않고 다닌 나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함..
편도 2시간 반의 통학 시간은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 지치게 만들었고, 막차 끊기기 전에 집에 가야 하니 학교생활이 재밌을 리가 없었다. (지금은 그나마 교통편이 나아졌는데, 당시는 버스 1회+지하철 3회 환승해야 했었음..)
게다가 당시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친구와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너무 자연스럽게 CC가 되었는데, 1학년 때 헤어지고 나니 나에게 남은 건 지옥 같은 통학시간의 정 안 가는 학교뿐이었음..
그리고 나는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는데, 입학 원서를 넣을 때 특별히 공부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배워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중국어'만 보고 중문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근데 중문과 졸업한 건 별로 후회 안 한다. 그 중국어 써서 여행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무튼 나는 중어'중문'학과였기 때문에, 무슨 재미도 없는 공자 맹자 논어 이딴 거 배웠음.. 사서삼경 이딴 거 재미가 있겠냐고요.. 한글로 써놓은 청산별곡 이런 것도 재미없어 죽겠는데, 뭔 중국어로 쓴 걸 배우겠다고.. 참..
그래서 1학년 2학기에 접어들고 진심으로 자퇴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1학년 학점이 학사경고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나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앞뒀다.
"자퇴할래? 학생회 할래?"
물론 아무도 나에게 학생회 하라고 권유하지 않음.
내가 나에게 권유함.
그거라도 해야 학교를 계속 다닐 것 같아서..
그래서 그때 당시 유일한 단짝이었던 현진 언니를 꼬드겨 같이 학생회 집행부에 들어가게 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정다혜가 집부를 한다더라"라며 동기들이 매우 의아해했다고 함..
당연함.. 있는지도 모르고 지낸 아웃사이더가 갑자기 집행부 하겠다고 함.
학생회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은 1순위는, 내가 자퇴하지 않고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였고.
2순위는 과잠때문이었다. 우리 과는 집행부만 과잠을 입었는데 그게 그렇게 갖고 싶었음... (리미티드 에디션만 보면 환장을 하는ㅋㅋ)
아무튼 그렇게 소기의 목적 2가지를 달성하게 된다. 덕분에 학교도 계속 다녀서 무사히 졸업장까지 받았고, 과잠도 내내 입다가 때가 타서 버림.
아마 당시에 이 선택을 안 했다면, 진짜로 학교는 중간에 그만뒀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다.
시간이 오래 흘러서인지 힘들었던 기억도 하나도 없고. (근데 생각해 보면 당시에 집부 일이 진짜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음)
물론 지금까지 동기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한다거나, 학생회 덕분에 선후배들과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낸다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대학 생활에 나름의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긴 것 같아서 후회 없는 선택과 결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