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과 학습활동
| 활동 |
잘 지어진 교육과정에서 청소년은 짓는 법을 배운다.
힘써 짓는 일을 활동이라 부른다. 활동은 살아가는 행위. 살아가기 위해 힘쓰는 것, 자기 삶을 짓는 일이다.
짓다. 이 매력적인 서술어는 삶을 품고 있다. ‘짓다’ 앞에는 웬만한 건 다 붙일 수 있다. 밥을 짓다, 농사를 짓다, 옷을 지어 입고, 집을 짓고 살며, 아플 때는 약을 짓는다. 거짓말도, 죄도, 이 서술어로 표현하곤 한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 규칙과 약속을 정하는 것도 짓는다고 한다. 나아가 감정과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에도 ‘짓다’는 어김없이 따라온다. 글, 노래, 표정에까지도.
사람이 무언가를 지을 때, 자기 것만 짓지 않는다. 함께 먹을 밥을 지어 대접하기도 하고, 집을 짓는 사람도 제 집만 짓지 않고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무리를 짓는 리더는 공동체를 바로 세우고, 노래와 이야기를 짓는 예술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런가 하면, 사람은 무리를 짓고 살아간다. 무리 안에서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이루고, 그 울타리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이름을 지어준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가족, 친구, 또 동료가 된다. 조금 더 관계가 깊어지면 짝을 짓고 반려자로 살아간다.
학교가 생기기 전, 아이들은 짓는 법을 배웠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이웃에게 배우고, 짓기에 도가 튼 장인을 찾아가 수제자로 들어가기도 했을 것이다. 서당에서 글을 쓰고, 무리를 이끄는 철학을 탐구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삶을 함께 지어왔다. 하지만 근대 학교와 입시 제도가 생긴 이래, 교육은 점점 ‘짓기’와 멀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며, 일상에 큰 영향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기하급수로 늘고, 짓는 행위는 단계별로 촘촘하게 분리되어 직접 느끼기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으며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노동과 정성으로 이어지고, 공동체 속에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소년이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은 짓는 행위에서 길러진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가지를 직접 지어보고 다양한 범주의 공동체와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을 쌓으며,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행위를 우리는 활동이라 불러왔다.
종종 청소년 보호자와 대화하거나 연락을 할 일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그들의 말 속 단어 하나를 바꾸기 위해 고집스러운 정성을 쏟는다.
“오늘 수업 몇 시에 끝나나요?”, “오늘 수업 못 가요.”
여기서 우리는 수업이 아닌 활동이라고 굳이 정정하며, 수차례 설명하지만, 쉽지 않다. 교사나 강사를 따라가는 수업 외에 다른 교육의 모습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짓기의 모습이 다양하듯 교육활동의 형태 역시 정말 다양하다. 단지 그중 한 가지로, 수업이라는 방식이 있을 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활동’을 ‘어떤 일의 성과(성취)를 거두기 위해 힘씀’이라 정의한다. 교육의 전체 과정을 진행하고 설계하는 사람의 행위는 교육활동,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배움을 추구하며 익히는 사람의 행위는 학습활동이라 한다.
대표적인 학습활동인 공부의 어원에는 수련과 인내라는 뜻이 있다던데, 확실히 공부는 힘들고 어렵다. 이는 수업과 시험, 그리고 공부는 성적 등으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공부는 누가 오래 책상에 앉아 있는지를 가리는 싸움이라는 말도 있을까. 엉덩이가 한없이 가벼웠던 나는 소위 뺀질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어떻게 딴짓을 해볼까 궁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 그 당시 공부 말고,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방법 말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유의미하게 삶을 채우고 꾸려나가 본 경험도, 기회도, 상상력도 부족했다. 나의 청소년기에 공부 외에 여러 활동을 해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회고하며 지금은 청소년이 살아가는 일상과 연결되는 배움터를 꾸려가고 있다.
학습자들은 수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다만 공부로 실력은 키울 수 있을지라도 성장은 일어나기 어렵다. 학습자의 성장을 촉진하고, 삶을 짓는 교육은 삶에서, 활동에서,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 수업만이 교육 활동이 아니라는 것, 공부만이 학습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풍부하게 상상한다면 교육은 삶을 지을 수 있다. 교육으로 학습자는 삶을 풍족하게 꾸려갈 다양한 방법을 직접 겪어보고 연습해 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