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 프로젝트 활동을 오해하지 말자

프로그램, 동아리, 프로젝트 구분

by 얼룩
| 프로젝트 |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소용돌이에서 목표에 가까워지는 과정 그 자체를 프로젝트라 부른다. 프로젝트 학습은 학습자가 직접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행위에서 일어나는 배움이다.


서점에서 교육 코너를 보면, 프로젝트 학습PBL(Project Based Learning)을 활용한 수업 사례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정책, 한국 교육 학술 정보원에서 발행한 「미래학교 설립 운영 모델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수업은 이제 프로젝트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교사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습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은 듣고 쓰는 청취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개념을 조합하는 협력적인 설계자가 된다.

거의 모든 미래 교육, 수업 연구가 프로젝트 활동이 학습자의 주도적인 학습에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이제 더 이상 논쟁을 할 만한 주제가 아니다. 이제 대부분의 수업은 수행 평가나 과제를 프로젝트 활동 모델로 설계한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기존의 수업을 프로젝트 형태로 대체해야 한다는 듯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수자가 끌고 가는 강의형, 프로그램형 수업이 과거로, 프로젝트 수업 방식이 추구해야 할 미래로 그려진다. 이처럼 프로젝트 수업 방식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정의하기 시작하면 교육은 또 다양성을 잃는다.

프로젝트 활동을 오해하지 말자

모든 교실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용을 잘 가르쳐주는 것이 대부분 수업의 풍경이었던 교육이 다채로워져 왔다. 프로그램프로젝트, 추가로 동아리까지, 이 세 가지 활동은 서로가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이 있고, 각자의 장, 단점을 상호 보완을 하는 관계다.

다만, 사람들은 아직 이 세 가지 활동을 구분하지 않고 모호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 나의 주변에서도 프로젝트라 부르는 프로그램, 동아리 이름을 단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경계가 모호하면, 교육과정도 쉽게 갈피를 잃는다. 세 가지 형태의 활동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용어를 사용해야 정확한 목적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

음악 활동을 예시로, 이 셋을 구별해 보자. 음악 프로그램에서 학습자들은 명확한 욕구를 가지고 참여한다. 보컬, 연주 등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는 전문가ㅏ로 인정 받는 사람이며 학습자들이 현재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하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참가자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실력을 키운다. 프로그램 막바지에는 향상된 실력과 성과를 보이는 공연을 열기도 한다.

음악 동아리를 생각해 보면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동아리의 문을 두드리지만, 진입 장벽이 꽤 높다. 동아리 선배들, 기존 동아리 구성원이 신규 동아리 구성원의 의지와 역량을 면접 등의 방식으로 평가한다. 오디션을 통해 동아리에 들어오면 멋진 공연을 올리기 위해 연습, 또 연습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동아리 구성원 간 끈끈한 정이 쌓이기 마련이다. 혹여 동아리원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거나, 동아리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모두가 똘똘 뭉친다. 서로 알려주고 합을 맞춰가면서 노래, 연주 실력이 좋아진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동아리 활동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동아리가 잘 운영되게끔 뒤에서 돕는 역할을 맡는다.

마지막으로 음악 프로젝트 사례를 들여다보자. 음악 프로젝트에 모인 구성원들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중에 용기를 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활동에서는 음악 연습보다 회의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어떤 무대를 만들지 고민하면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2022년 <MP 음악>팀은 동네 직장인 밴드와 음악 동아리들을 초대해서 락페스티벌을 열었다. 작사 작곡을 하더니,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직접 대본과 이야기를 써서 뮤지컬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노래 연습을 하다 말고 무대 의상을 직접 만들더니, 관객들이 떼창(같이 따라부르기) 부를 수 있게 무대 스크린에 자막을 띄우는 무대 영상 작업을 했다. 안타깝지만 노래, 연주 실력이 처음과 비교해 그다지 늘지는 않았다. 그들은 멋진 노래 실력을 뽐내는 것보다 어떤 무대를 만들 것인지 더 많이 고민하고 신경 쓴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게 무대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처럼 세 가지 종류의 교육 활동은 서로 다른 역할과 기능이 있어 학습자의 상황과 활동 공간의 여건,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마치 프로젝트가 정답인 것처럼 회자되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과 동아리가 가진 기능을 프로젝트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 각 활동 방법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설계하기 위해서는 그 특징을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프로젝트, 동아리 내용 구분


동아리

동아리(Club)는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의 무리다. 동아리가 운영되는 가장 큰 힘은 멤버십이다. 동아리는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연료로, 자발적으로 운영된다. 동아리 면접은 실력을 파악하는 목적도 있지만 기존 동아리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동아리는 목표가 정해지면 집약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공연, 대회, 발표, 축제 등 사람들에게 동아리 활동의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뚜렷한 목표가 되어 활동에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동아리 구성원은 유동적이지만, 모든 구성원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는다. 늘 기존 구성원과 새로운 멤버가 교류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상보적인 학습 관계가 형성되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동아리는 이어진다. 기수 제도를 통해 해마다 새롭게 들어온 동아리 멤버끼리 깊은 유대감을 만든다. 그 유대감을 전승하는 전통과 나름의 규칙과 문화도 있다. 학교마다 있는 몇몇 오래된 동아리는 20기, 30기씩 전통을 이어간다. 그들이 주로 모이는 공간인 활동실, 아지트도 강한 애착심이 생겨 웬만하면 바꾸질 않는다.

동아리 활동에는 교사가 필요 없다. 대신 동아리 활동이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운영을 지원하는 매니저로서 조력자가 필요하다. 활동 공간을 마련하거나 주어진 예산을 사용해야 할 때,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활동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이 매니저다. 동아리 활동이 진행이 안 되거나, 다음 단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을 때 진행자는 코치가 되기도 한다. 가르치기보다는 다음 과업을 제시하고 동아리 구성원들이 과업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조언한다.


프로그램

프로그램(Program)은 미리(pro-) 쓴다(gram)는 어원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Gram’은 상형문자를 뜻하는 말로 일어난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다. 따라서 프로그램에는 일어날 일을 미리 써놓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시작하기 전 전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마지막 성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계획할 수 있어야 프로그램이다. 전체 과정을 촘촘히 계획하고 정확하게 학업 성과를 예상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프로그램의 설계와 운영을 맡는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학습 목표는 정확하고 명료한 기준이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하는 학습자들은 의도와 욕구과 명확한 편이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거나 부족한 실력을 키우고 싶거나, 본인에게 변화가 필요함을 느낄 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교사, 혹은 프로그램 진행자는 참가 학습자들의 욕구와 상황에 근거하여 성과 지표와 기준을 세우고 교육과정을 짠다. 16차시 수업을 계획한다고 했을 때, 차시마다 주제와 방법, 예상되는 시나리오까지 모두 설계한다. 이처럼 참여자가 최적의 방법으로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설계한 모든 기획이 프로그램이다. 모든 과정을 이수한 학습자들이 시작하기 전보다 목표한 만큼 역량이 커지고, 그것이 성과 지표, 결과물로서 증명이 되면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계획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학습자를 제외하고는 굳이 한 번 더 같은 프로그램을 들을 필요가 없다. 프로그램 내용과 진행자는 고정된 채로 학습자들이 바뀐다.

몇몇 사람들은 전문가, 교(강)사 중심의 프로그램이 학습자 중심의 프로젝트 활동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은 학습자들이 기술과 지식을 깨우치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그리고 학습자의 필요와 목표를 직접적이고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학습자들을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프로그램에 집약시켜 놓는다. 그것은 학습자가 세상을 보는 깊이 있는 관점을 배우고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프로젝트나 동아리가 대체할 수 없는 프로그램만의 기능이다.

프로젝트

프로젝트(Project)의 어원을 들여다보자. 미래, 앞으로 향한다는 의미인 ‘Pro-’와 쏘다, 던지다를 뜻하는 라틴어 ‘jacere’가 합쳐졌다. 미래에 영향을 주는 지금 당장 실천하는 기획을 의미한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그 자체만으로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우의 수를 찾아 연구하고 직접 시도해보며 목표와 가까워지는 과정이 곧 프로젝트다. 마치 목표 지점을 향해 돌을 던져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처럼, 목표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투척물을 여러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정해지지 않는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루트가 정해져 있거나 당연한 결과가 예측된다면 그것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주어질 수도 있고, 또 구성원들이 스스로 정할 수도 있다. 몽실학교와 다가치학교에서는 프로젝트 목표를 직접 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과 방법도 학습자가 직접 세운다. 학습자는 무엇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볼지 궁리하고 실제로 시도해보는 것에 집중한다. 활동 초반에는 모호하던 방향성이 관련된 주제를 연구하고 상황에 맞게 조정해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자치배움터>에서 매해 빠지지 않는 프로젝트 주제 중 하나는 요리다. 고척당 프로젝트는 늘 불만이었던 학교 급식 메뉴를 직접 개발해보겠다고 나섰다. 직접 식단을 짜서 영양소 분석도 하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필수 영양소를 배합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급식이란 자고로 식판에 먹어야 한다며 식판을 구해서 직접 급식 메뉴를 만들어 먹었다. 그들은 각자 학교 영양교사에게 본인들이 개발한 급식 메뉴들을 제안해보겠다고 했다. 맛나 팀은 디저트 요리에 진심이었다. 그들은 정말 많은 디저트를 시도했지만, 만족스러운 디저트를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경험을 담아 망한 요리 레시피 책을 제작했고 “이렇게 만들면 망해요!”라며 유쾌하게 소개했다. 요리조리 프로젝트는 직접 텃밭을 가꾸면서 직접 수확한 작물로 요리를 해 먹었다. 매일 바뀌는 식당은 사람들에게 늘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었다. 채식 요리를 열심히 연구하고 시도해 보더니 코스요리로 발전시켜 멋진 다이닝 파티를 열었다. 친구, 부모님, 학교 선생님 등 지인들을 초대했고, 그들에게 채식 오마카세(일품 코스 요리)를 대접했다. 초등학생 프로젝트였던 먹신들 팀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가지를 맛있게 먹을 방법을 연구했다. 마지막 축제에서 이들은 방탈출(문제를 풀어야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놀이) 부스를 열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속 수수께끼 문제를 풀면 먹신들 팀이 준비한 가지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설계된 부스 였고, 이날 정말 인기가 많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비슷한 목표를 정했더라도 매년 요리 관련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 이야기의 집필자는 프로젝트에 모인 사람들이다. 프로젝트의 진행자인 코디네이터는 이야기에 모두의 의견이 담기도록 상황을 조정하고 이야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쏟으며, 함께 쓴 서사가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물론 그도 한 사람의 집필자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 학습 공동체의 일원이다.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을 보면 결과물로 이어져 온 과정이 드러난다.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함께 쌓은 서사, 즉 맥락이 보인다.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 이야기에 감동하고, 그 안에서 학습자들의 성장을 확인한다. 프로젝트가 아무리 잘 운영되었더라도, 동아리처럼 반복되지 않는다. 프로젝트는 일시적이다. 매년 다가치학교에 비슷한 주제와 소재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지만, 구성원은 완전히 바뀌어 목표는 언제나 달라지고, 이야기는 늘 새롭게 쓰여진다.



동아리, 프로그램, 그리고 프로젝트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교육 활동을 이끄는 교육자의 태도이자 정체성이다. 따라서 형식에 맞는 적합한 태도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프로젝트 활동에서 한 발 빼고 뒤에서 관찰만 하면 그는 매니저가 되고, 프로젝트는 동아리가 된다. 반대로 교육자가 프로젝트의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 따르는 시행착오를 견디지 못해 직접 펜대를 쥐고 이끌기 시작하면 프로젝트는 프로그램이 된다.

학습 공원에서는 여러 교육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으로 기술과 지식을 깨우치고, 학습의 기초를 닦는다. 프로젝트로 학습 공동체를 이루어 풍부한 경험을 쌓아 성취감을 느낀다. 동아리에서는 학습자들끼리 관심 있는 주제와 분야에 깊이 몰두해 본다. 교육활동의 형태가 다양할수록 배움의 경우의 수도 늘어난다. 다가치학교에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프로그램과 동아리가 모두 공존한다. 코디네이터들 역시 어느 순간에는 강사나 매니저가 될 때도 있고, 외부에서 전문 강사를 초청한 날에는 그들도 학습자가 되기도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프로그램, 동아리, 프로젝트 중 더 나은 교육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형태의 교육활동이 제대로 그 기능과 역할을 발휘할 수 있게 판을 까는 것이 먼저다. 지금까지 교육은 교실에서 촘촘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시간과 공간, 방식을 넘나들며 그 가능성을 넓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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