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식 침 뱉기'는 틀렸다

2026년 2월 셋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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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6-02-19 143547.jpg @Youtube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19일(목) 김어준 씨는 우리 언론을 깠습니다. '안보 문제는 우리 언론에 안 나온다'며 비판했습니다.


오늘은 그 말에 반론, 그러나 통렬한 반성까지 충실히 담아보겠습니다.


우리 언론은 관심이 없어요!(아마)


화면 캡처 2026-02-19 143702.jpg @Youtube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김어준) 뮌헨 안보 회의라고 들어봤어요? 우리 언론에 거의 잘 안 나오는 뉴스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리는 중요한 회의예요. 매년 뮌헨에 100여 개 국가 정상급들이 갑니다. 이번에는 영국 총리, 독일 총리, 미국 루비오 장관 등이 갔어요. 여기서 매년 안보 보고서를 내는데,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는 보고서입니다. 이번에는 그 주제가 Underdestruction입니다. 파괴입니다. 뭐가? 2차 대전 이후 파괴돼 온 국제 질서가. 이 말을 제가 몇 달째 여기서 했잖아요.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국제사회가 돌아가는 사정이 관심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우리 언론은 우리가 현재 우리가 가진 영향력에 비해 상당히 둔감한 편이거든요.

(중략)

매년 외신을 보면서 세계가 이렇게 굴러가는구나. 이렇게 쭉 추적해 왔거든요? 근데 우리 언론이 이 감각이 없어요. 없어도 너무 없어요.

박구용) 없어도 너무 없어요. 좀 천한 수준으로 없어요.

김어준) 하하.. 그렇게까지 말할 순 없는데

박구용) 세계에서 국제뉴스에 이렇게 둔감한 나라는..

김어준) 우리는 언론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시험을) 어렵게 봐서, 그런 나라 없거든요? 그렇게 어렵게 기자가 되는데, 왜 이거를 관심 가지지 않지? 뮌헨 안보보고서 우리 언론이 관심이 없어요. 이거 중요한 보고서인데


200번 다뤘는데…차라리 비교 기준을 제시해야


csm_260206_LSimon-38_d71c5064ac.jpeg @The Munich Security Report 2026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우리 언론은 뮌헨 안보 회의를 다뤘습니다. 무려 200번 다뤘습니다.


2월 19일(목) 기준, 2026년 뮌헨 안보회의 관련 기사는 195개입니다(빅카인즈 집계). 세계일보(15번), 매일경제(14번), 헤럴드경제(13), 한국일보(11)번 다뤘습니다. 포털로 검색 안 되는 기사까지 더하면, 200건을 뛰어넘을 겁니다.


안 다뤘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허걱.. 누구처럼 '덤벼라 문빠들'을 선언한 문장이었을까요. 그런 의도는 절대 아닙니다.


125633_133007_452.png @khmnim1513

그렇다면 이 200건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수치를 굳이 숫자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포털 검색 기준, '기안84'(180건)와 비슷합니다. 단순 비교하면, 연예인 기사만큼 난 겁니다.


툭툭. '고작 그 정도'라고 치부하는 비난을 멈춰 주세요.


아니면, 차라리 기준을 제시해 주십시오. 예를 들어, '이건 유엔 안보리 회의만큼 중요한 회의인데, 그만큼 관심이 없다'거나 '최소한 기사가 500건 이상은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요. 그런 비판은 매우 정확하며, 뼈아플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절대 안 바뀝니다. 아니, 솔직하게는..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겁니다. 제 아무리 유튜브 저널리즘이 중요해졌다고 해도, 뭉툭한 비판에는 언제나 흐린 눈을 뜨기 마련이거든요. 김어준 씨 개인을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의 말이 향해야 할 정확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침을 뱉는 비난이 아니라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비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margo-evardson-5aBps5PbfSM-unsplash.jpg unsplash

좋은 비판의 예시를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자폭'이랄까요. 후후.


미국·덴마크·그린란드, 뮌헨서 3자 회동…그린란드 문제 논의(연합뉴스)

미국-덴마크-그린란드, 뮌헨안보회의서 회담…"건설적 대화"(뉴스1)

미국·덴마크·그린란드, 뮌헨서 3자 회동…그린란드 문제 논의(SBS)

미국·덴마크·그린란드, 뮌헨서 3자 회동…그린란드 문제 논의(KBS)

미국·덴마크·그린란드, 뮌헨서 3자 회동‥그린란드 문제 논의(MBC)

미국·덴마크·그린란드, 독일 뮌헨에서 3자 회동(YTN)

美·덴마크·그린란드, 뮌헨서 '3자 회동'…그린란드 문제 논의(TV조선)


이 기사는 뮌헨 안보회의를 다룬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모두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베껴 썼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이 기사의 형태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죠.


특히 기사 본문에 "~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는 말은 거의 빼다 박은 수준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손 안 대고 코 푸니 참 좋겠습니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우라까이 기사'입니다. 연합뉴스가 일단 한 번 쓰면, 그걸 아주 조금만 다듬어서 기사를 씁니다. 못된 관행이죠.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또 유럽 꾸짖나…뮌헨안보회의 오늘 개막(연합뉴스)

미국, 또 유럽 꾸짖나…뮌헨안보회의 오늘 개막(SBS)

뮌헨안보회의 오늘 개막…미국, 유럽 또 꾸짖을까?(KBS)

"작년 밴스 악몽" 뮌헨안보회의 개막…美국무 연설에 유럽 촉각(뉴스1)

뮌헨안보회의 오늘 개막···갈등 속 대서양 동맹 시험대되나(경향)


아니 뭘 자꾸 꾸짖습니까. 연합뉴스 제목을 그대로 베껴서 쓰긴 해야 되겠고, 다른 건 창의적으로 떠올리지 않아 기사들의 뉘앙스가 비슷합니다. 이것들만 해도 벌써 10개네요.


그러니, 이렇게 비판할 수 있겠죠. 200건이라는 숫자보다 기사의 질(Quality)을 따져야 한다.


즉, 우리 언론이 외교 안보 문제를 적게 다룬다는 비판을 이렇게 해야 올바릅니다.


'국민 스포츠'처럼 침을 뱉지만 않는다면


artyom-kabajev-U9VENgEj4e4-unsplash.jpg unsplash

유시민 작가는 "한 때 故 노무현 대통령을 씹는 게 국민 스포츠였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그대로 받으면, 요즘 언론을 씹는 게 국민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이제 '기레기(기자+쓰레기)'는 보통명사요, 좌표 찍기와 이메일 테러는 일상화됐으니까요.


모든 것이 그렇듯,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한다' 해줘야 하지 않나요.


언론엔 '건전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한 기자 선배가 말했듯, '침을 뱉는 것'만으로는 언론도, 세상도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저열한 비난 대신, 차가운 비판을 던지세요.


(20191003 한국일보 최문선 정치부 차장 칼럼 <[36.5℃] ‘기레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면>)


욕설과 배설의 효용이 원래 그러하듯, ‘기레기’라고 발화하는 동안은 후련하고 짜릿할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쓰레기 소굴이라 불리는 곳에선 쓰레기만 살아남는다. 깨끗한 모든 것은 시든다. ‘나쁜 기자’들은 어떤 모욕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한 줌 권력, 공짜 잿밥에 목매는 사람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안쓰러운 후배가 말했다. “기레기라고 불릴 때마다 용감한 기자가 아니라 양순한 회사원으로 살고 싶어져요.” 닮고 싶은 점이 별로 없는 선배가 말했다. “죄다 기레기라는데 그 말이 뭐가 무섭냐.” ‘기레기’라는 말로 인해 기레기가 득세하게 되는 역설을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기레기’라고 욕보이는 충격요법으로 언론을 깨우쳐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당신의 의도라고 치자. 사람을 쓰레기에 빗대는 혐오 발언이 선택적으로 용납되는 세상이 존재해도 괜찮은가. 그렇게 쌓아 올린 좋은 세상은 과연 떳떳한가. 민주주의에는 언론이 필요하다. 당신이 미워하는 기자와 매체는 퇴장해도 언론은 여기 있어야 한다.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건 저열한 조롱이 아닌 차가운 비판이다.


기자라는 직업이 최상위 권력으로 가는 우대권이던 시절은 끝났다. 열정 때문에 기자로 남아 매일을 전쟁처럼 사는 기자들이 여전히 많다. 언론이 실제보다 한심해 보이는 건 그들의 낮고 느린 목소리가 소음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레기니까 기레기라고 부르지!” 당신의 악담에 그들의 목소리는 소거되고 말 것이다.


이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동료 여럿이 말렸다는 것을 밝혀 둔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그래도 썼다. “누군가에게 침을 뱉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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