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넷째 주
옛날에 개양역이라는 곳에 기차가 도착하면 열차를 분리했대요. 일부만 삼천포로 갔다죠. 이때 몇 호차가 삼천포로 가는지 방송을 해주는데, 다른 데로 갈 손님이 깜빡 잠이 들거나 한눈을 팔면 삼천포로 갔대요. 그래서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나온 것이란 속설이 있어요.
오늘은 이렇게 삼천포로 세 번이나 빠진 '구천포 조선일보' 이야기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조선일보 사설을 보다가 기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난 2월 23일(월) 국내 주요 신문 칼럼을 보시죠.
경향신문 <대법 판결에 '새 관세' 꺼낸 트럼프, 불확실성 능동대처해야>
국민일보 <복잡해진 '관세 방정식'… 불확실성 확대 대비할 때>
동아일보 <美 대법 "트럼프 관세 무효"… 150일 후 '대체 관세' 대책 세워야>
서울신문 <美 대법원 "관세 무효"… 무역전쟁 격랑, 더 정교한 대응을>
세계일보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 정교한 대응으로 국익 지켜야>
중앙일보 <미 대법원 위법 판결…'제3의 관세' 염두에 둔 전략 세워야>
한겨레 <트럼프 대법 패소에도 '관세 15%' 폭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국일보 <대법 제동에도 관세 폭주 트럼프, 모든 시나리오 만반 대비를>
조선일보 <美에선 대법원이 트럼프 폭주 제동, 韓 국회 폭주는 누가 막나>
미국 대법원에서 이른바 '트럼프 관세 무효' 판결이 나온 다음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실 필요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죠. 조선일보 혼자 딴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
내용을 봐도 그렇습니다. 갑자기 삼천포로 빠집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 보수 대통령의 관세 폭주를 막아선 보수 대법원의 견제가 눈길을 끈다.
(중략) 트럼프가 철썩같이 자기 편으로 믿었던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지방 선거가 100일 앞이다. 이기려면 국민 눈치를 살펴야 하는데 민주당은 사법부까지 장악해 삼권 분립을 무력화하는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계엄을 막았다는 정권의 독재적 행태가 계엄을 저지른 세력 못지않다. 야당이 지리 멸렬하니 무슨 폭거를 저질러도 선거에선 이긴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진영 논리를 접어 두고 정권의 폭주를 막아선 미 대법원 같은 역할을 우리 내부에선 누구에게 기대해야 하나.
트럼프 판결과 민주당을 엮어내기 위해 들고 온 마법의 단어.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우리나라'를 걱정할 때, 조선일보는 '계엄 못지않은 독재적 행태'를 보인다는 민주당을 비판합니다.
뜬금없이요.
이건 잘 못 쓴(Bad O, Wrong X) 사설입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 즉 '논지'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트럼프 판결을 말하고 싶은 건지 민주당을 말하고 싶은 건지 헷갈립니다. "이게 뭔 소리야?" 혹은 "하고 싶은 말이 뭐야?(야마가 뭐야?)" 자문하게 됩니다.
이번에만 이랬으면, 백번 양보해서, 이해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번 한 번뿐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1심 판결이 나온 다음날 사설입니다.
경향신문 <'윤석열 내란' 무기징역, 헌정사 유린 철퇴 내리다>
국민일보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반헌법적 내란 단죄한 법원>
동아일보 <"12·3은 내란" 세 재판부의 일치된 판결…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서울신문 <尹 무기징역… '헌정 파괴 내란' 단죄는 사필귀정>
세계일보 <"비상계엄은 내란"… 국헌 문란 폭동 단죄한 尹 1심 선고>
중앙일보 <헌정 질서의 중요성 재확인한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한겨레 <12·3 내란 '목적'이 빠진 윤석열 무기징역 선고>
한국일보 <'내란 우두머리' 무기징역… 이제 계엄 늪 헤어나 미래로>
조선일보 <이제 국힘은 尹에서 벗어나고 민주당은 헌법 지키길>
또 민주당 얘기를 합니다. 모두가 재판과 판결에 대해 얘기할 때, 조선일보 또 혼자 민주당을 비판합니다.
제가 민주당 지지자인지 아닌지를 떠나(실제로 민주당 당원도 아니지만) 이렇게 주요 사안마다 민주당을 끌고 들어오는 게 맞나요?
이건 잘못된 글쓰기 방식입니다. 육천포로 빠지는 조선일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오는 대사 "난 한놈만 패"는 영화에서나 쓰는 말이죠. 현실에서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그것도 '국내 최고 맨파워'라 자부하는 조선일보가요.
2월 25일(수) 코스피 지수는 6,000을 넘었습니다. 이른바 '육천피' 시대입니다.
코스피가 6천을 찍으니 여러 신문에서 사설이 쏟아집니다. 육천피를 보는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모두 한 번씩은 '코스피'를 사설로 다뤘죠.
중앙일보 <외국 언론도 한국 증시 걱정…‘빚투’ 경고에도 귀기울여야>
동아일보 <4천피→5천피 석 달, 5천피→6천피 한 달… 레버리지 경고등 켤 때>
경향신문 <코스피 6000 돌파, 민생과 경제 선순환 이끌길>
한겨레<코스피 6000 돌파, 단기 과열보다 안정적 상승 유도해야>
한국일보 <초고속 '6천피'... 과열 경계하고 세제 정상화도 논의를>
서울신문<빨라도 너무 빠른 코스피 상승… 변동성 대비도 서둘러야>
세계일보 <‘코스피 6000’ 새 역사, 이제는 숫자보다 과열 경계할 때>
국민일보<활짝 열린 코스피 6000 시대, 불안의 그림자도 짙다>
조선일보는 다릅니다(N). 코스피는 커녕, 이 악물고 '코로나' 이야기를 하고 앉아있습니다.
조선일보 <한국인은 이물질 백신 맞아도 되나, 정은경 당시 책임자가 밝혀야>
지난 일주일간 조선일보 사설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삼천포, 삼천포, 또 삼천포. '구천포'랄까요.
삼천포에 세 번이나 빠지다뇨. '구천피'도 아니고 '구천포'라뇨. 정말 이러지 맙시다.
조선일보 얼굴인 조선일보 논설위원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선우정'씨가 쓴 칼럼 제목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20260120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 역사의 올바른 편, 멍청이도 안다>
제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십시오. 그 편이 어디인지는 멍청이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