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 or review Jul 12. 2024

서류 탈락

[호외] 언론사 입사 시험(언시)을 1차부터 우수수 떨어지며

이제 안하렵니다. 가성비도 안나오고, 기레기라고 욕이나 먹는 직업 안하려합니다. 다른 길이 있겠죠 뭐
진짜 솔직히 다른분들이 더 쟁쟁하실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정도 스펙에 이렇게까지 쌓을 수 있는 건 꽤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언시판 너무 좁아서 정병걸리기 딱좋은거같아요 걍 이 길에 회의감드네요
서류는 또 처음 떨어져보네요
그나마 많이 서합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 당연하게 필기 준비하고 있었는데 떨어졌네요.. ㅠ 에휴
기대했는데 떨어졌네요ㅠ 속상합니다ㅠ
하루에 서탈 두번이라니 떨어지는 것도 계속 떨어지니까 중독되네


출처 : unsplash

오늘 대형 언론사 2곳에서 신입 공개채용 서류 합격 발표가 난 뒤 쏟아진 말들입니다. 저 또한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한 줄 한 줄이 너무 공감됐습니다. 언론고시의 세계는 오늘도 이 지경입니다.


에잇 퉤퉤퉤.


'두고 봐라 내가 나중에 [단독] 기사로 나 떨어뜨린 언론사들 다 물 먹일 거야', '최소한 필기라도 보게 해 줘야 실력발휘라도 하고 아쉬워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3분만, 딱 3분만 사고(思考)의 배설을 멈춰봤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20240711 슬로우뉴스發 <당신을 취소합니다>) 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만약 너무나 공분이 끓어오르는 내용을 접하게 되면,
우선 3분만 쉬어라.
긍정도 반박도 하지 말고.
감정마저 느끼지 말고.
당연히 어디에 공유도 하지 말고.
그렇게 한숨 돌린 다음에 다시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보니 어쩌면 그 정도로 열심히 조져야 할 대상이 아닐 수도 있고,
혹은 오히려 냉정하고 철저하게 잘 조져야할 대상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이 글 자체는 최근 문제가 된 '캔슬컬처'의 분노의 물결에 편승하지 않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겐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님이 "침착해! 울지 마! 뚝!"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는데요. 20년도 더 지난 그때의 기분을 되살려 한 번 실생활에 적용해 보기로 마음먹은 거죠.

 

잠깐만. 딱 3분만. 지금이 51분이니까, 54분까지.


째깍, 째깍, 째깍, 째깍...


3분이 지났습니다.


딴생각이 듭니다. 확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거나, 누군가에게 대한민국 언론계 채용 과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그 생각에 힘입어 지금 이 글도 쓰고 있습니다.


오늘 읽었던 심채경 박사(굳이 박사라고 칭한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음)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we’라고 칭한다.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논문의 저자는 당사자 한 명인데, 그래도 논문을 쓰는 저자를 자칭할 때 ‘우리’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학위논문을 쓸 무렵에는 교수님들도 그렇게 하라고 하시고 선배들도 그렇게 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 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학위를 받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 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하다.


기사 또한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꿔 말하자면, 기사를 쓰는 주체 또한 '또 다른 우리'라는 것.

역사의 초고를 쓰는 기자들은 '정제된 언어로 세상의 소식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을 고수하는 장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정말 그에 부합한 사람인가.


이것 역시 바꿔 말하자면, 나는 그 정도 수준이 되는 사람이냐는 자문.

단순한 스펙을 들고 '나 뽑아줘잉'하고 생떼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의 정합성까지 충분히 고려된 '자기소개서'였을까 하는 물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고결한 기준에서 전 여전히 부족한 사람입니다.


서류 탈락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꼬치꼬치 이게 잘못됐고,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짚어내셔도 반박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서류탈락 또한 괘념치 않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기자란, 기사란, 언론이란 그것마저 충분히 양해한 사람들이 발을 디디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해서요.


(지난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스트레스로 머리가 돌아버리지만, 이것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도 생각하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