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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결된 봄 Aug 04. 2020

해결된 봄:남편의 임신_ 내가 물박사가 된 이유

좋은 양수를 위하여 <임신 14주차>

(목차 축소를 위해 중복) 


 지금껏 우리는 생수를 사다 먹었다. 생수를 사 먹기 위해 튼튼한 카트도 구입하였고, 날 잡고 잔뜩 사다 놓은 생수를 베란다 한 켠에 테트리스하듯 멋지게 쌓아 올려놓으면 그만큼 든든한 게 없었다. 아주 어릴 적 날이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연탄 아저씨가 리어카에 연탄을 가득 실어와 집 창고에 까마득히 쌓아 올려주던 기억이 난다. 그걸 보고 있자면 올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설렜는데 생수를 수십 개 쌓아놓고 볼 때의 기분이 그때와 조금 비슷하다.

 이렇게 열심히 생수를 사다 먹은 지가 꽤 되었다. 2인 가구이기 때문에 물을 많이 소비하지 않아 생수를 사 먹는 게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임신 초기, 아내의 양수가 부족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그때부터 물먹는 하마가 되었다. 임신부의 하루 물 섭취 권장량과 더불어 성인 남성의 하루 물 섭취 권장량까지 알게 되면서 하루 2리터 이상을 목표로 서로 물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물 참 안 마시고 살았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임신 후 아내가 먹는 물은 기존에 먹던 생수가 아닌 삼*수나 평*수. 백*수 등 조금 더 비싸고 믿을만한 생수를 먹도록 따로 구매했다. 아내가 좀 더 좋은 물을 마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어떤 생수는 물 치고는 너무 비싸다 생각될 정도의 가격이기도 하지만 이제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아내가 좋은 물 먹고 건강하면 그만이다. 아기가 좋은 양수에서 행복하게 수영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좋은 물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알아봐도 생수라고 다 똑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생수마다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영양소 함량이 다 다르고 특히 불소 함유량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임신부는 좋은 생수를 먹는 것이 작은 차이일지라도 건강한 양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불소 이야기를 했는데 불 소시지나 불고기 소시지가 아니다. 플루오린이라는 원소인 불소는 치아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마시는 물의 불소가 비교적 많이 함유된 마을 사람들의 치아 건강과 마시는 물의 불소 함유가 비교적 적은 마을 사람들의 치아건강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이 불소가 치아우식증, 즉 충치 발생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 할 테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땐(국민학교로 입학하고 초등학교로 졸업했다) 월요일마다 불소하는 시간이 있었다. 반별로 수돗가에 모여 불소 용액을 입에 한참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는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불소를 뱉어낸 후에 입에 남아있는 불소를 삼켜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불소 후엔 강박적으로 침을 뱉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침을 뱉어도 혼났다. 삼키라는거야 뱉으라는거야 적당히 먹으라는거야… 이렇듯 이 불소가 체내로 들어가게 됐을 땐 오히려 해가 된다는데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은 불소치약 20개를 한 번에 먹어 삼켰을 때 유해한 작용을 한다고 하기 때문에 소량이 체내로 들어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찜찜한 건 사실이니 생수의 불소 함량을 체크하게 됐는데 생수마다 함량이 달랐다. 치아 건강을 위한 불소 사용은 다시 뱉어내고 입을 헹구기까지 하니까 전혀 거리낌이 없는데 생수는 그대로 몸에 들어가고 흡수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다. 불소의 함량들을 보니 신기하게도 생수의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불소의 함량이 적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수 영양소 표(무기물질함량)


마**터 영양소(무기물질함량)

 그리고 위 사진엔 없지만 삼*수는 불소 함량이 0이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그 생수 위주로 사다 주었고 마침 마트에 그 생수가 떨어졌을 땐 불소 함량이 있긴 있지만 거의 없다시피 한 수치의 평*수를 사 왔다. 이 생수는 다른 미네랄 함량이 다른 생수들에 비해 우수했다.


수돗물과 정수기, 각 생수의 무기물질

 이렇게 생수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서로 화장실 가기에 바빠졌다. 보통 일상 언어로는 ‘오줌을 싼다’라는 표현을 하지만 많은 양의 물을 먹고 보는 소변은 ‘물을 싼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았다. 대체 생수가 내 몸에 흡수가 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신만큼 싸는 기분은 마신 양과 배출한 양을 측정하고 싶은 더러운 욕심까지 들게 했다. 물을 싸고 난 후 변기 레버를 내릴 땐 아까운 생각까지 들었다. 이번 달부터 수도 요금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필사적으로 물 마시기를 반복했고 마침내 아내의 양수는 적정량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오줌싸개로 산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와서 이어 써야겠다. 




 생수를 열심히 먹다 보니 생수로 인해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분리수거의 수고 또한 늘어났다. 우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생수통 안의 물을 최대한 건조하고 생수통 상단을 두른 비닐 라벨을 떼어 낸 후, 생수 주둥이에 있는 개봉 시 뚜껑과 분리되어 홀로 남아 있는 플라스틱 링을 가위로 잘라서 버린다. 환경 광고에서 그 플라스틱 링에 물고기의 주둥이가 걸려 입을 열지 못하는 장면을 본 후로는 꼭 그렇게 한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자체가 어류들에게 굉장히 위협적인 쓰레기라고 한다.

 여하튼 생수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지고 생수를 사 먹는 비용 또한 늘어 아이가 태어나면 설치하자던 정수기에 대한 이야기가 조기에 언급되었다. 그래서 나는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각자 본인들의 정수기를 홍보하느라 죄다 좋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지역 카페에 정수기 추천글을 올리니 수십 개의 쪽지가 과자 부스러기에 모인 개미처럼 몰려들어왔다. 대체 어디서 나타나신 분들일까. 일단은 감사했다. 무언가 약정이 있는 제품을 구매할 땐 내가 사겠다고 찾아 나서는 것보다 ‘저에게 구매해주세요’ 하는 제안들을 비교 견적하여, 한마디로 간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쪽지들 중 몇몇 영업사원께 연락을 취해 정수기에 대한 정보와 혜택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어떤 정수기가 대세인지, 어떤 정수기가 논란이 없는지 충분히 알아본 후 모델을 어느 정도 결정했는데 연락하던 임신출산육아 선배 지인이 임신 중에는 생수가 더 낫다고 말을 해서 잠시 스톱이 되었다. 팩트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수기 물에는 미네랄이 없어서 아주 중요한 임신부의 좋은 양수 만들기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팩트에 대해서는 곧 다시 이야기 하겠다. 




 여기서 미네랄이란 무엇인가? 살짝 욕 같기도 한 이 미네랄은 어감과는 다르게 뭔가 건강한 느낌이라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살았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면 플레이 내내 소처럼 일만 하는 일꾼들은 미네랄을 가져다 나르기에 바쁘다. 그래서 나에게 미네랄이라 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게임의 자원이었다. 

 대략 알아보니 일꾼들이 캐내던 비생물의 광물질도 미네랄이라 하지만 생체 성분으로서 무기질도 미네랄이라 하며 무기영양소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생수의 미네랄은 생수 라벨에 적혀있는 무기물질 함량(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불소 등)이라는 것이다. 지식이 +1 향상되었다. 

 어쨌든 지인의 미네랄 언급은 한순간 내 반나절의 노력이 허공에 날아가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난 확인 전까진 누군가의 말을 100% 신뢰하지 않는다. 그 지인의 말이 진리도 아니고 허당 냄새 풀풀 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정말 지인의 말이 맞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처음 안 사실, 정수기도 두 가지 방식의 종류가 있었다. 

 

 바로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와 중공사막 방식의 정수기였다. 역삼투압 방식에서의 삼투압은 학교 다닐 때 삼투압 현상이라는 이름으로  배운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하지만 그 개념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비밀이다. 중공사막 방식은 중동 사막에서 물을 얻는 방식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고 어렵게 다가오는 단어이다.

 거두절미하고 먼저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에 대해 알아보니 역삼투합방식의 정수기는 물을 아주 깨끗하게 정화해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수분만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순수한 물이라고 하니 엄청 좋은 물이 나올 것만 같은데 또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랬으면 고민도 안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강력한 정제력이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까지 걸러버린다는 것이다. 미세물질, 세균들을 잘 거르는 장점이 무기물질까지 걸러버리는 숨겨진 단점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된 물은 중금속, 세균까지도 잘 걸러지며 물맛까지 좋은 반면,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까지 다 걸러버리는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PH라는 단위를 어디선가 많이 보았을 텐데 정수된 물의 PH는 5.7~6.0 정도가 된다고 한다. PH는 물의 산성이나 알카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어떤 이들은 물에서 섭취하는 영양소를 일반 음식물에서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린 물을 많이 마실 작정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노릇이 아니다. 게다가 역삼투합 방식의 정수기는 버려지는 물이 생기게 되고, 결정적으로 비용과 공간면에서 경제적이지 못한 단점이 있다. 미네랄을 섭취하려 비싼 생수를 먹는 것인데 미네랄이 없는 물이라니.. 적당히 알아본 선에서는 매력을 못 느끼겠다.

 다행히도 우리가 렌탈 하려고 했던 정수기는 중공사막 방식의 정수기였다. 보통 가정집이나 영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수기는 거의 중공사막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중공사막 방식의 정수기는 공간면에서, 그리고 경제적인 면에서 역삼투합 방식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큰 장점은 미네랄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배출하기 때문에 물에서 섭취할 수 있는 무기물질을 그대로 마실수가 있다. 하지만 이도 단점이 존재한다. 어느 정도의 중금속과 각종 세균 및 불순물을 걸러주긴 하지만 역삼투압 방식에 비해 중금속이나 미세물질을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한다. 정수 수준이 떨어짐으로 인해 미네랄을 많이 섭취할 수 있지만 그와 함께 안 좋은 물질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삼투합 방식의 정수기와 중공사막 방식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난 후에 그냥 생수가 제일 나은 걸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어느 글에서 본 생수 공장의 위생 환경과 수도 없이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그리고 이제 여름인데 배송 중 엄청 뜨거워졌다가 다시 식기를 여러 차례 반복할 생수를 생각하니 다시 정수기로 마음이 기울었다.

 정수기는 접근성이 좋고 미네랄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중공사막방식의 정수기를 선택했다. 중금속이나 세균이 잘 걸러지지 않는다는 단점은 못 본 채 하기로 했다. 평생 이런 물을 마시고도 건강하니 이미 내성이 생겼으리라. 지금도 각 지역 카페나 맘 카페에서는 역삼투합방식과 중공사막방식의 정수기에 대해 찬반이 크게 갈린다. 그 대안으로 나노 정수기도 많이 쓰나 본데 난 중공사막 방식 정수기를 쓰기로 마음먹고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이제 우린 결정했다. 그런데 또 결정할 것이 남았다. 난 정수기면 당연히 냉수와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를 생각했는데 정수, 냉정수, 냉온정수가 나뉘어 뒤로 가면 갈수록 렌탈료가 비싸지는 것이다. 게다가 글을 찾아보니 냉온정수가 되는 정수기는 정수기 내의 결로로 인한 곰팡이 번식의 문제가 빈번하게 있었다. 몸에 좋은 물 마시려다가 오히려 건강을 잃는 게 아닐까 싶었다. 매번 정수기 열어서 곰팡이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정수기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아기들에게는 정수물을 한번 더 끓여서 주는 게 안전하다는 글들을 보니 어차피 한번 끓일 거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필요할까 싶었다. 물론 그냥 정수기 물 줘도 큰 문제없겠고, 또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지만 가능하면 아주 아기일 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고의 것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우리를 좀 더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정수기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바로바로 공급해주는 장점으로 여기고 있던 나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도 이런저런 장단점을 말해주니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편의성을 택했다. 냉,온,정수가 되는 제품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곰팡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내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은 먼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싸는 것과 같다. 캐리어가 채워지는만큼 마음이 든든한 것도 그렇고, 챙겨야 할 목록에 체크 표시가 더해질 때마다 여행이 실감 나기 때문이다. 오늘은 물을 챙겼다. 덕분에 나는 이제 물박사가 된 것 같다. 일반인치곤 꽤 전문적인 지식까지 갖추는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엔 중공사막방식의 정수기를 생각하면 낙타도 생각나고, 중동 사막에서 얻을 수 있는 오아시스가 생각이 나는 정도였는데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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