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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결된 봄 Sep 30. 2020

해결된 봄:남편의 임신_ 손이 닿질 않으니

꿀벌이 다시 비행할 때 <임신 30주차>

 임신 30주차를 맞은 아내는 얼마 전부터 등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 등 통증은 치명적인 특성이 있다. 절대로 스스로 만질 수 없다는 것이다. 손이 닿질 않으니 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주물럭 한 번도 할 수 없는 애매하고 교묘한 위치에 있는 곳이 등인 것이다. 게다가 등의 표면이 아닌 등 안쪽, 인체 내의 등 쪽 어딘가가 아픈 거라서 주물러진다한들 통증이 해소되지가 않는다. 등이라는 곳이 이런 곳이었구나.. 등이 중요해서 등을 강조하여 '기타 등등'이라는 말을 쓰나 보다 하하하. 


 흔히 쓰는 말 중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라는 말이 있는데 등 통증은 이와는 다르다. 중은 제 머리를 깎을 수 있다. 원빈도 스스로 머리를 깎았다. 다만 편안하게 못 깎을 뿐이다. 예쁘게 못 깎을 뿐이다. 하지만 등은 스스로 마사지할 수 없다. 등을 스스로 마사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팔을 뒤로 꺾어보니 어깨가 급하게 말했다. "우두득" 계속 어깨가 욱신거린다.



 외출해 있는 나에게 아내는 등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며 통증을 호소한다. 집에 가면 마사지해주리라 약속하고 드디어 아내와 상봉하여 마사지를 하려는데, 등은 뭐. 허. 음. 주무르기도 애매하다. 엎드려 있으면 위에서 꾹 꾹 눌러주며 근육을 풀어줄 텐데 엎드려 눕지도 못하는 임산부이다. 앉아서라도 아프다 하는 곳을 주무르자니 등까지 뻗은 갈비뼈만 눌린다. 몸이 앞으로 나가니 한쪽 손은 몸을 고정하고 한쪽 손으로 마사지하려니 요령도 잘 안 생긴다. 그래도 여기저기 문지르고 눌러가며 마사지를 이어 간다. 다른 곳이라도 시원해지면 아프던 곳이 잊혀지겠지.  




 아내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나는 검색부터 해본다.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갈 순 없으니까. 그러니 지금 아픈 이 통증이 임신기에 겪을 수 있는 통증인지 아닌지를 먼저 분별해야 한다. 검색을 해보니 임신 후기, 대략 30주 이상의 임산부들이 등 통증을 많이 호소하고 있고, 그냥 조금 아프다가 아니라 아파서 잠을 못 자고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서 너무너무 괴롭다는 것이다. 어떤 이가 병원에 가서 등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통증은 출산하면 없어집니다


 헐.. 방법이 출산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산이 모든 괴로움들에서의 해방이라면 다행이지만 출산 후면 또 다른 곳들이 아파올 텐데.. 


 임신의 모든 시간들이 이 등 통증과 같다. 스스로 어루만질 수 없는 심리적, 신체적 요인들이 난무하다. 좀 잔잔하고 잠잠하면 좋으련만 마음이 엉킨 듯이 어지럽게 춤을 추고 통증들이 함부로 나서서 마구 날 뛴다. 등을 스스로 주무를 수 없는 것처럼 무기력한 마음들과 두려움들은 누군가의 토닥임 없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토닥임의 주인공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남편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은 배우자와의 합일을 통해서만 임신을 가능하게 만드신 것일까. (배우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아내에게 최우선의 위로가 된다면 남편은 한 번 심각하게 본인의 포지션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나부터) 


 아내는 21~22주차부터 이전보다는 좀 더 편안한 임신기를 보냈다.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었고 불안함도 많이 가셨다. 그래서 두 달 여간 나도 참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남편의 일감이 줄었다'라는 내용의 글을 쓸 만큼 그랬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30주를 기점으로 아내의 배는 급속도로 커짐과 동시에 허리와 등의 통증이 심해지고, 전체적인 컨디션이 다시 하향하기 시작했다. 출산이 다가오면서 그러는 것인지,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얼굴에 다시 수심이 그득하여진다.  




 스스로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남편의 손이 가야 한다. 등이 아플 때 어루만져주고, 가려울 땐 긁어줘야 한다. 시원한 손 맛은 아니더라도 대나무 효자손보단 나아야겠다. '아내의 임신에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임신하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남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 꿀벌이 다시 비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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