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기적 #1
내 보통이 깨어진 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었다.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나는 오로지 아들을 낳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 것이다. 조금 더 부정적으로 보자면 족보를 이어갈 한 형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진은 거무튀튀한 신생아 때 고르지 못한 시멘트 바닥 위 붉은 다라이에서 씻겨지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렇다. 흙 수저 크게 물고 태어났다.
태어나보니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부모 사이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아들이어서 천만다행이다. 내가 딸이었다면 그 아래로 한 명 혹은 두세 명의 자녀가 더 상처 받고 고통받으며 자랐을 테니까. 우리 집에 태어났다는 것은 마치 벌과 같은 것이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지나 셀 수 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고 양 갈래 길에서 왼편 끝까지 가야만 나오던 산동네 그 집은 이미 보통에서 무자비하게 멀어져 있었다.
모든 아기는 태어나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터뜨려야만 하는데, 내 첫울음은 태어남의 공포를 넘어 “왜 하필”이라는 원망이 섞여있지 않았을까.
여하튼 내가 태어난 날은 이미 보통이 처절하게 깨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