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공간 삼각산 길상사
성북동 삼각산 밑 북악산 자락에는 법정 스님이 계셨던 길상사가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백석 시인의 연인으로도 알려진 기생 출신의 김영한이 운영하던 고급요정 대원각이었는데요,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스님에게 자신의 전재산인 대원각 부지 7천여 평을 시주하여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법정스님은 김영한의 시주 요청을 계속 거절하다가, 10년 만에 그 시주를 받아들이시고 김영한에게 길상화란 법명을 지어주셨는데, 사찰명은 그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길상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극락전 옆에 서 있는 관음보살상입니다. 분위기가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를 연상케 하는데 역시나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작가가 종교간 화해의 염원을 담아 봉안산 석상이라고 합니다.
극락전 뒤를 돌아가면 법정 스님의 진영을 모시고 저서 및 유품을 전시한 진영각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법정스님의 유골을 모신 곳이 있고, 스님이 생전에 앉아계셨던 낡은 의자를 볼 수 있습니다. 10월에는 꽃무릇이 만발한다고 하네요.
길상사는 크지 않지만 북악산 계곡을 끼고 아기자기하게 위치한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일깨우고, 속세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다면 가보시길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