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논골담길
묵호항은 1983년경 동해항이 성장하기 전까지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서 매우 번창하던 곳입니다.
이곳은 예전에도 명태,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풍족한 어촌이었는데요, 산업화 진행과 함께 석탄과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화주와 선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그들을 고객으로 삼은 요정과 백화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더 번창하게 되었죠.
덕분에 당시 묵호동을 가리켜 ‘유행의 첨단도시’, ‘술과 바람의 도시’라고도 불렀다고 하네요. 그 번화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이름들입니다.
논골담길이 그려져 있는 묵호진동은 이런 묵호항 뒤에 위치한 산비탈 지역으로서 예로부터 어부들과 가족들이 많이 살았던 곳입니다. 산비탈 전체에 블록으로 벽을 올리고 그 위에 판자와 돌, 슬레이트, 양철 등으로 지붕으로 올린 판잣집이 즐비했죠.
이런 지형은 통영이나 부산 등 어촌의 전형적인 모습인데요, 이곳 묵호진동에서는 산비탈 비좁은 공간에 소나무로 덕장을 만들어 그곳에서 오징어와 대구, 가오리 등 물고기를 대규모로 말렸다고 하네요.
그러나 묵호항은 앞서 언급했듯이 동해항이 성장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무역항의 역할은 잃어버렸고, 그토록 많이 잡히던 명태의 어획량도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명태가 더 이상 잡히지 않아 부산에서 냉동 원양어를 사 올 정도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묵호항의 쇠퇴에 따라 묵호진동 역시 예전의 활기를 잃게 되었는데요, 동해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5년 동안 도시재생사업을 펼쳤습니다. 통영의 동피랑벽화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 그랬던 것처럼 묵호진동을 새롭게 단장했지요. 주민들과 함께 많은 벽화를 그렸고, 기록을 모아서 전시했으며, 구불구불한 길마다 스토리텔링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언덕 위에 우두커니 서 있던 묵호 등대는 어느새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많은 관광객들의 사진 배경이 되고 있고, 한때 황량했던 논골담길이 요즘에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도시재생의 힘이겠지요.
동해시를 찾아가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러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