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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바라기 Jun 08. 2020

"믿어야 돼요.....아이들한테 미안하지 않으려면"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이갑성 이사 인터뷰

보육은 사회적경제 분야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이다. 국가와 시장, 그리고 개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사회적 자본으로서 풀어나가는 것이 사회적경제라고 정의한다면 현재 보육만큼 그 정의에 딱 어울리는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맡기에는 너무 버겁고, 국가가 책임지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고, 마냥 시장에 의뢰하려니 신뢰가 부족한 보육의 문제.
  
위드유아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런 보육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사회적경제기업이다. 협동조합은 국공립어린이집에서도 장애통합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만든 기업으로서, 특히 장애와 다문화 유아들에 대한 보육과 교육, 어린이집 시설 전반에 대해 미션을 가지고 있다. 위드유아 사회적협동조합의 이갑성 이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위드유아 사회적협동조합의 미션


▲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유치원 비리근절 3법 촉구 및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 위드유아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떤 기업인가요?
 "우리는 한국어린이총연합회(이하 한어총) 분과 중 국공립연합회, 그중에서도 전국장애아통합어린이집협의회(이하 장통협) 소속 원장님 480명 중 52명이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어린이집 시설 유지보수와 장애인식 개선, 어린이집 운영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죠."
  
- 한어총의 분과에는 국공립, 민간, 법인, 가정, 직장이 있는데 그중 국공립, 또 그 안에서도 장통협만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어총은 한유총과 달리 똘똘 안 뭉쳐져요. 구속력이 없죠. 그런데 장통협은 달라요. 그 모임만 잘 돼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70~80명 규모가 넘으면 시청이나 구청에서 갑자기 장애아들 받으라고 공문이 와요. 그리고 아이들이 와. 그런데 장애 유형이 다 다르잖아요.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학교 다니면서 장애 관련해서 서너 과목을 배우지만 실제는 너무 다양해요. 그걸 한 반으로 운영해야 하고. 그러니 공부도 하지만 서로서로 물어볼 수밖에 없어요. 모임이 잘 될 수밖에 없죠."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이갑성 이사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 어떤 사업을 주로 하는 건가요?
 "어린이집들이 대부분 시설 유지보수를 힘들어하세요. 동네에서 업자 찾기도 힘들고, 돈도 얼마 안 되고. 유치원들은 대부분 관리기사가 있어요. 없으면 집안의 누군가가 하죠. 그런데 어린이집은 아니니까. 그래서 협동조합에서는 집수리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 관련된 모든 놀이터, 가구 제작, 청소, 방역, CCTV 관리 그걸 다 해줘요.
  
또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을 해요. 아직도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들 가는 어린이집에 장애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있는 걸 싫어해요. 생각보다 많아요. 그래서 관련된 현판을 만들어서 걸어요.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장애인식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에요. 1년에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이고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한유총 사태를 바라보며


▲  협동조합 총회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 2019 한유총에서는 회계시스템에 대해 반발했는데 어린이집은 어떤가요?
 "어린이집도 7~8년 전에는 똑같았어요. 회계 시스템 바꾸라는데 반발했었죠. 내가 내 돈 내고 땅 사서 건물 지어서 운영한 뒤 남는 돈 가져간다는데. 하지만 국가에서 보육료 지원되면서, 운영비 지원되면서 회계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죠. 보건복지부가 민간이라도 더 이상 가지고 가지 말고 규정대로 가지고 가라 했죠. 반대했지만 한유총같이 단결력이 없었어요."
  
-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다르죠?
 "한유총은 똘똘 뭉칠 수 있어요. 유치원의 역사가 지역에서 오래 됐거든요. 60~80년대 지역에서 나름 있는 사람이 설립하고 카르텔을 형성했죠. 유치원은 어느 정도 진짜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어린이집은 담보설정이 가능한데 유치원은 학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재산권 설정도 못해요. 그러니 있는 사람만 유치원을 짓죠. 유치원 원장들은 땅 사고 건물만 지어 놓고 자격만 있으면 돈 엄청 벌었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은 달랐죠. 90년대 중반부터 활발하게 되었거든요. 영유아보육법이 생기면서. 우후죽순 생기고. 그러니 단합이 잘 안돼요."
  
- 그래서 회계시스템을 도입한 어린이집은 어떻게 됐나요?
 "어린이집 회계는 시스템 상으로 완벽하게 투명성을 확보했어요. 초창기에는 어린이집도 업자하고 결탁해서 뒷돈을 뺏어요. 급식과 교구 구매, 특기 교육 등을 이용해서. 그런데 7~8년 전 송파구에서 회계비리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해결되면서 회계를 완전히 잡았죠. 그래서 이번 사태에서 억울해하시는 원장님들도 많아요. 유치원 하고 어린이집을 도매급으로 취급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 장통협이 주축이 된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 요즘 보육과 관련해서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이 나는데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많이 힘들죠. 현장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물론 가끔 9시 뉴스에 나쁜 일도 나오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데. 하지만 보육 교사 종사자들이 20만 명이 넘어요. 변명하는 게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10만, 20만 명 정도 있으면 진짜 상상 못 할 일들도 벌어지잖아요. 그런데 이게 뉴스에 나와. 그리고 엄마들이 일반화해. 그럼 몇 주 동안 전국 어린이집은 부모님들 민원으로 엄청 난리가 나요."
  
- 난리가 어느 정도지요?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경찰 데리고 와요. CCTV 보죠. 그런데 경찰들이 봐도 이건 아동학대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엄마는 계속 우겨. 물론 대부분은 금방 인정하는데 아닌 경우는 답이 없어요. CCTV가 위에서 아래를 비추니까 각도 때문에 잘 안 보이고. 경찰도 아동학대 아니라고 하면 당신도 고발하겠다고 하고. 결국 원장이 조용히 책임지고 나가죠. 꽤 많아요. 뉴스에는 안 나오죠. 억울하다고 자살한 원장도 있어요."


▲  협동조합의 행사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 그럼 원장님들은 어떻게 하세요?
 "자괴감이 든다고 하시죠. 그동안 자기는 그래도 박봉에 힘들지만 교육자라는 프라이드 때문에 버텼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안 돼. 내가 아침에 출근해서 교육자인지, 월급쟁인지 헷갈려하세요. 선생님들한테 괜히 오해받을 짓 하지 말라고 해야 될 상황이에요. 옛날에는 애기들이 울면 안아서 토닥토닥하잖아요. 요새는 절대 못하게 해요. 엄마들이 때린다고 하니까. 그래서 요새는 안고만 있어요. 아이가 우는데 안 안아주면 그것도 방임이야. 아동학대고. 그래서 안아주기만 해야 돼요."
  
- 이런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원장님이나 선생님들 대부분이 진짜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하고 싶어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자기네들이 아이들 보기 참 미안하데요. 믿어야 돼요. 9시 뉴스에 나오는 건 안타까운 일인데 그건 아주 극소수의 일이잖아요."
  
사회적경제가 근간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은 다름 아닌 신뢰다. 좀 더 많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나와 신뢰를 기반으로 보육이라는 의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그것은 저출산이라는 시대적 재앙에 맞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의 발전을 기원한다.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소개 ⓒ 위드유아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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