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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바라기 Jun 25. 2020

"어르신들, 폐지 줍기 말고 다른 일자리 없을까?"

소셜벤처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우리 사회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7년 만에 고령사회가 되었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장 빠른 속도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고령화 추세에 대해 현재 우리 사회가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노령연금을 만들고 노인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부족하기만 하다. 여전히 우리의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이며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심해졌다.

▲  19일 오전 부산 사상경찰서 직원들이 폐지수거 어르신에게 추석 선물세트를 전달하고 있다. 2018.9.19 ⓒ 부산 사상경찰서 제공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은 이와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어느새 폐지 하면 노인을 연상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폐지 수집 노인들은 일반화되어 있는데,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수집한다는 노인이 82.3%로 그중의 65%가 비수급자이며 이들의 51.9%는 폐지를 주워 10만 원 미만을 벌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노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폐지를 수거하고 있는 것이다.
  
소셜벤처 아립앤위립은 바로 이와 같은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탄생한 기업이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아립앤위립의 심현보 대표는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좀 더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를 주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그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심현보 대표를 만나보았다.
  
아립앤위립의 의미


▲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 아립앤위립


- 무엇보다 이름이 어렵습니다. 아립앤위립은 무슨 뜻인가요?
 "이름이 좀 어렵기도 하고 말 자체가 안 맞긴 한데, 나름 의미를 부여했어요. '나(我)와 세우다(立)/우리(We)와 세우다(立)'로서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는 뜻입니다.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자존감이 너무 낮은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는데 이분들이 아립의 활동을 통해 자신을 세우시면 좋겠고요, 어르신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하자는 의미로 '위립'이란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희 할머니가 폐지를 주우세요. 저희는 할머니가 안타깝고, 또 굳이 그러실 필요도 없으니까 말리는데 할머니는 하시겠다고 하세요. 가만히 있으면 뭐 하냐, 할 일이 없다. 또 이렇게 움직이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정도는 된다. 그리고 운동이 된다는 말씀도 꼭 하세요. 이 세 가지는 만나는 어르신들마다 모두 똑같아요."


▲  열심히 그림을 그리시는 어르신 ⓒ 아립앤위립
▲ 어르신들이 만드신 제품들 ⓒ 아립앤위립


- 어르신들이 폐지 줍는  반대하시나요?
 "어르신들이 폐지 줍는 거에 대해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보다 조금 더 개선되고 나아진 일자리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폐지 줍는 것 자체가 3D잖아요. 어렵기도 하고,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덥고. 손자 같은 마음에서 시작하다 보니 우리 할머니와 친구들이 이런 일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일을 안전한 곳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폐지 줍는 노인들
 
-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되나요?
 "우리나라에 정확한 자료가 없습니다. 보통 평균 나이가 75세에서 78세 정도 되는데, 자원재활용연대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들 중 폐지 줍는 분들을 175만 명으로 잡고 있어요. 저희는 자치구별 조사를 취합해서 추산한 결과 175만 명의 1/3, 60만 명이 안 될 거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  갑자기 이렇게 폐지 줍는 노인들이 늘어난 거죠?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폐지는 폐품이라고 해서 학교에 냈는데.
 "그것에 대한 조사도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IMF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 이후 폐지값이 올라서라는 의견도 있어요. 어쨌든 노인인구는 많아지는데 일자리는 없어지고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기 시작했죠. 다른 나라에서는 공공 쪽에서 폐지를 수거하는데 우리는 어르신들이 하시는 거죠."


▲ 열심히 작업 중이신 어르신들 ⓒ 아립앤위립
▲ 폐지 줍는 대신 포장 중 ⓒ 아립앤위립


- 폐지 줍는 일이 많이 힘들죠?
 "힘들죠.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해요. 도심이 확장되면 고물상이 외곽으로 많이 나가기 마련인데, 그러면 보통 큰길을 건너야 해요. 왕복 8차선 같은. 차들은 쌩쌩 다니는데 걸음은 느리고 무게가 많아서 어르신들이 건너다보면 금방 빨간불이죠. 그때부터 위태롭죠. 사고도 많이 나고. 그런데 그 왕복 8차선을 건너는 사람 중에 저희 할머니가 계셨던 거죠."

- 그렇게 힘들고 위험하게 폐지를 모으면 어르신들은 얼마나 버시나요?
 "최근 폐지 가격 폭락 때문에 힘들어하세요. 그래도 3년 전 저희가 시작할 때는 월 10만 원서 15만 원 정도까지 버셨는데, 요새는 똑같이 주우셔도 6~7만 원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부는 시니어클럽의 노인사회활동을 통해 일거리를 준다고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 부족하고요, 또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동안은 아예 일거리가 없다고 해요. 그러니 어르신들이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죠."
  
아립앤위립의 미션
 
- 그럼 아립앤위립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어르신들의 폐지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모델이 있어요. 러블리페이퍼라는 곳은 폐지를 매입해서 어르신들의 수익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고, 끌림이라는 곳은 손수레를 바꿔드리고 광고를 하면서 어르신들이 이동하기 편하게, 그리고 추가 수익을 올리도록 하죠. 저희는 다른 일거리를 드리려고 해요. 폐지 주울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 보드게임을 이용한 교육 ⓒ 아립앤위립


- 결국 어르신들 일거리를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한가요? 무슨 일을 하시죠?
 "모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펀딩을 해서 어르신들과 관련된 보드게임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때 포장하는 일을 부탁드렸고요, 어르신들의 그림을 이용해서 마스킹테이프와 메모지를 만드는 펀딩을 했을 때는 디자인 비용을 드릴 수 있었죠.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어쨌든 단기적인 성과이기 때문에 아직도 솔루션을 고민 중이에요. 계속 찾아 헤매는 중이죠."
  
- 아직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이면, 현재 아립앤위립은 무엇으로 수익을 올리죠?
 "어르신들 일거리와 관련해서는 펀딩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지만, 교육 모델은 하나 오롯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저희 미션 중 또 하나는 어르신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개선인데요, 업사이클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르신들 문제에 대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자원 재활용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니까요."


▲ 놀이가 곧 교육이다 ⓒ 아립앤위립


- 학교에서 노인 문제를 업사이클과 같이 다뤄요?
 "네. 노인문제만 가지고 가면 학교에서 잘 받아주지 않거든요. 노인 그러면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고 가엾거나 부정적이니까. 또 노인만 가지고 8주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업사이클 교육을 먼저 하고, 저희가 가지고 있는 보드게임 등을 통해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어르신들을 도울 방법을 업사이클로 고민하는 거죠. '새로운 쓸모 프로젝트'가 저희 교육명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인식이 개선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심 대표의 절박함이었다. 자기로부터 발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정. 지역의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아립앤위립을 돕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와 같은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현재 아립앤위립은 예비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이다. 심 대표가 사회적기업가로서 좀 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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