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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바라기 Apr 26. 2024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보고 세운 삶의 지표

홍세화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10여일 전 동생에게서 갑자기 문자가 왔습니다. 홍세화 선생을 아냐는 뜬금없는 질문이었는데, 선생님이 유언 같은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 저의 SNS 타임라인은 그에 대한 추모로 가득 찼습니다.


동생에게 남긴 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빠리의 택시운전사? 책으로 읽었고, 정치인으로도 알고, 지인 결혼식 주례이기도 했고.“


그렇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저 역시 처음으로 홍세화 선생님을 접한 것은 그의 저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서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그 책을 통해 똘레랑스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고, 프랑스 사회를 접하게 되었으며, 관용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의 책을 보면서 제가 꽂힌 지점은 남들과 조금 달랐는데요, 제게 신선했던 부분은 똘레랑스가 아니라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이었습니다.


홍 선생님으로서는 당연히 먹고 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잡았을 택시 운전대였을 테지만, 독자로서 내게 그 직업은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저잣거리에서 날것의 민심을 들을 수 있고, 빠리를 휘졌고 돌아다니며 그 격정적인 역사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몸은 고단하고 얼마 되지 않는 수입에 힘은 들테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생각으로 택시 운전에 도전한, 노동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명을 잃지 않고 사유를 남기신 홍 선생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존경스러움은 부러움으로 변해 제게도 삶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나는 택시를 타면 모든 기사님에게 살갑게 말을 걸었고,

택시 기사님이 전달해주는 세상소식에 귀를 기울었으며,

그렇게 열심히 삶을 사시는 분들에게 존경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함부로 타인을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 역시도 언젠가 택시를 몰 수 있다는 사실을 곱씹었습니다.

그것은 내 삶의 보루인 동시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그런 홍세화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간결하고 그답게 했다는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과거 동경하고 몸담았던 정당의 정당성을 끝까지 실천해주셨던 선생님께 감사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에서 나오는 명대사를 선생님께 헌사합니다.


“좋은 놈들은 이미 다 죽었어....”


#홍세화 #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 #이희동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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