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틈새를 만들기 위해
본회의가 새벽까지 가면서 너무 늦은 시간이라 하지 못했던 5분 발언 내용입니다.
본 의원은 오늘 5분 발언을 통해 제9대 강동구의회 전반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2년 전 구의원의 임기를 시작하면서 학부 시절에 읽었던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사회학, 정치학, 철학의 교과서라고 평가되는 그 저서에서 베버는 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정치는 열정과 안목을 동시에 갖고서 단단한 널빤지에 끈질기고 강력하게 서서히 구멍을 내는 일이다.”
그러면서 그런 정치를 하는 정치인에게는 다음과 같은 덕목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세계가 너무 어리석고 형편없이 보일지라도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고, 이 모든 상황에 맞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오직 그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갖고 있다.”
그렇습니다. 19세기 독일 사회학자의 언사 중 본 의원의 뇌리에 박힌 것은 단 하나의 구절이었습니다.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란 시시때때로 바뀌는 환경에 맞춰 불가능을 가능의 영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틈새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정치인은 닫힌 마음을 열릴 때까지 두드리고, 모두가 좌절한 그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싹을 틔웁니다. 그것이 정치가 가진 본령이며, 강동구의 주권자인 구민들이 의원들을 대표로 세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본 의원이 느끼건대 지난 2년 동안 강동구에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그 정치였습니다. 구청장과 18명의 선출직 의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행부의 일방적인 통보와 행정, 그리고 의회의 무조건적인 찬성과 견제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전반기 내내 계속되었던 구청장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청과 집행부의 대응은 이를 보여줍니다.
물론 강동구는 지난 2년 동안 여러 면에서 중요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했고, 구민의 복지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폈습니다. GTX-D 노선 유치 확정 등을 통해서 주민들의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은 향상되었고, 서울시 합계출산율 1위에 걸맞게 보육 정책은 강화되었습니다. 실제로 본의원도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곳이 강동이라는 소리도 자주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성과를 이루는 과정입니다. 집행부가 어떤 정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도움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정치가 실종되어 있다 보니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현재 강동구의 행정력은 다른 곳에 붙잡혀 낭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직까지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는 치수과의 일체형 물막이판과 스카이워크 사업 등입니다.
일체형 물막이판은 이번 정례회의에 구청장님의 사과와 함께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앞서 존경하는 심우열 위원장님이 지적했듯이 또다른 거짓된 진술 등으로 말미암아 아직 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집행부의 자체 감사 결과를 받아 보았으나, 이 역시 당사자의 진술에만 기초되어 작성된 바 미진한 부분이 많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의원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스카이워크 사업의 경우, 시공 주체인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고 예산이 무려 400억이 넘는 구조물 건립에는 반대하지만, 구청장이 구정질문을 통해 밝힌 강동구 한강변 발전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십분 공감합니다. 향후 집행부가 의회와 더 많은 소통을 통해 무조건적인 구조물 건립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 제안을 한다면 당연히 함께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이 지났습니다. 본 의원은 하반기를 시작하는 이때 집행부와 의회 모두에게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것을 간곡히 요청하며,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합니다.
첫째, 구민들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의회가 되겠습니다. 구민이 필요한 것을 먼저 살펴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여 실천하는 의회로 거듭나겠습니다.
둘째,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집행부를 엄격히 견제하고 감시하지만, 동시에 강동구의 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협치하겠습니다.
셋째, 신뢰받는 의회가 되겠습니다. 구민들이 의회의 결정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의 공개를 확대할 것이며, 그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겠습니다.
넷째, 구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의회가 되겠습니다. 민생 현장을 발로 뛰고 구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정책과 예산에 신속히 반영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강동구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제9대 강동구의회 전반기는 다양한 성과와 도전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에는 더욱 구민 중심의 의정 활동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구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