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가 되어 뼈말라로 살기 VS 지금 이대로, 사람으로 살기
평생 마른 몸으로 살 수 있는 대신 미라가 되어야 한다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고, 잘 수도 없고, 생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의 미라로 살기. SF 소설에서 나오거나 먼 미래에나 논의될 것 같은 이야기다. 현실에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 그런데 만약 이 조건이 2025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이를 받아들일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미 누군가는 혹했을지도 모른다. 평생 다이어트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니. 얼마나 달콤한가. 음식 좀 안 먹으면 어때, 자린고비가 굴비를 매달았던 것처럼 상상하며 먹으면 되지. 잠은 뭐, 지금도 제대로 못 자는데. 생기 하나 없는 얼굴? 사람들은 오히려 하얗다고 칭찬할지도 몰라.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미라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라로 산다면, 사람이기에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은 하나도 행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평생 마르게 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혹한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날씬함을 강조하니까. 1일 1식과 먹고 뱉는 다이어트가 만연하고 '키빼몸', '프로아나', '뼈말라' 등의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는 현실. 이 사회 안에서 여자들은 이미 미라가 되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거식증에 걸리기를 희망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몸을 망치며 살을 뺀 후 주변인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그런데 또 웃기게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에게는 징그럽다 한다. 너무 말랐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수군거린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잔인하고 기괴하다. 건강보다 날씬함이 우선시 된다는 게. 단기간에 살이 확 빠졌는데 걱정은커녕 예쁘다고 칭찬한다는 게. 너무 말라도, 조금만 통통해도 안 되는 몸을 모두가 추구하고 있다는 게. 우리는, 언제쯤 자유로울 수 있을까.
"프리 사이즈, Free, 내 것이 절대 될 수 없었던 자유. 나는 사람이 아니게 되고서야 자유를 얻었다." (15쪽)
"스스로 불만족스러워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겠다고 해도,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어도, 혹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타인의 잣대 위에 오르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휩쓸리는 일이 생깁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