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물론 커피숍, 음식점에서조차 마스크 착용이 강제가 아닌 자발적 공공 매너가 되고, 사무실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더는 어색하지 않은 일상이 됐다. 집단면역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장기화 된 코로나19로 인해 이전 상황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비대면 일상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NHN에이스가 다이티 데이터 마켓을 통해 공개한 ‘코로나19로 무엇이 변했을까’라는 데이터 분석에서는 포털 사이트에서 ‘코로나19’로 검색했을 때 자가 격리와 재택근무와 관련된 키워드가 생성됐다. 또한 코로나, 마스크, 확진, 현황, 지원금, 지역화폐 등 의료적, 정책적 키워드 외에 ‘넷플릭스’와 함께 ‘홈트’ 등 비대면 일상과 관련된 키워드가 유의미한 수치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미세먼지 차단용 방역 마스크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생존 필수품이 됐다. 이뿐 아니라 애슬레저룩 기반의 스트리트룩 핵심 아이템인 조거팬츠는 홈트룩(home training look)에서 홈오피스룩까지 비대면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 돼 다시 집안으로 복귀했다.
‘DO’ 스포츠의 기본인 조거팬츠는 한때는 ‘건어물녀’ ‘건어물남’ ‘백수’ 등 외모 가꾸기를 포기한 공간 혹은 사람들 하면 생각나는 ‘무릎 나온 츄리닝’으로 희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동일시돼왔지만, 사회 변화를 거치면서 주류문화를 위협하는 하위문화의 상징으로 위상이 반전했다.
스포츠웨어는 변화의 전환점에서 사회적 차별에 대한 저항의 시각적 표상이 돼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사교계’ ‘살롱 문화’ 등 제한적인 사회활동만 허용된 19세기 여성들의 해방 의지를, 차별에 분노하던 20세기 힙합가수들의 저항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사회적 변혁의 태동기를 함께 해온 스포츠 웨어는 21세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교류를 차단당한 인간들의 ‘관계 박탈’과 새로운 연결 고리가 생성됐다.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서 스포츠 웨어 상징성의 본격적인 시작은 1890년대 여성들의 블루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걷기도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다녀야 했던 여성들을 위한 복장 개혁으로 제안된 블루머는 ‘자전거 복장’ 즉 사이클링 룩이 됐다. 당시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지만, 이후 20여 년간 사이클링 룩 수요가 이어졌다.
블루머는 밑단을 매게 돼있는 벌룬 스타일의 여성용 바지로, 1890년대 승마, 사이클링 등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이 입었으며, 남녀평등 상징으로 블루머주의(bloomerism)로까지 일컬어지기도 했다. (두산백과)
1850년대 아멜리아 블루머가 제안한 블루머는 터키 스타일의 헐렁한 바지와 짧은 스커트가 레이어드 되는 방식이었으나, 이후 밑단을 조여 입는 니커 팬츠로 변형됐다. 변형된 디자인의 블루머는 밑단이 리브조직으로 조이게 디자인된 현재의 조거팬츠와도 유사점이 있어 스포츠 웨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사회학자 다이애너 크레인은 그의 저서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복장 개혁 제안 또한 가장 높았는데(1850년대 미국에서 아멜리아 블루머가 제안한 복장), 그 이유는 그 옷이 성별의 차이를 파괴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자전거는) 여성해방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유명한 자전거는 사실상 여전히 누군가가 현대적 개념의 의상인 여성용 팬츠에서 여성해방과 신체의 자유를 떠올리는 순간을 결정했던 물건으로 보인다”라는 프랑스의 한 복식 역사가의 말을 인용해 자전거가 여성용 스포츠 의상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1800년대 스포츠 웨어는 여성과 조우하면서 역동적인 활동으로서 스포츠 자체만으로도 저항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했다. 모더니즘 시대로 진입한 현대사회에서 스포츠 웨어는 차별의 메시지를 함의한 힙합 음악과 조우해 다시 한번 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됐다.
1985년 설립된 디자이너 레이블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는 힙합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의상 전문가 벨러리 멘데스, 에이미 드라 헤이는 그들의 공저 ‘20세기 패션’에서 “토미 힐피거의 깔끔한 스포츠 웨어는 도시의 10대 갱들에 의해 ‘안티 패션’의 지위를 얻었다. 그랜드 푸바(Grand Puba), 쿨리오(Coolio), 스눕 도기 스눕(Snoop Doggy Snoop) 등 인기 래퍼에 대한 후원은 토피 힐피거 스포츠 웨어 홍보에 효과적이었다”라며 디자이너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들어간 의상과 묵직한 금장식으로 상징되는 힙합룩을 언급했다.
실용성을 지향하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시작된 애슬레저룩은 다소 주춤하던 스포츠 웨어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정리한 2020년 패션산업 10대 이슈 ‘U.N.E.X.A.M.P.L.E.D(전례없는)’에 ‘Untact Society(비대면 사회)’ ‘Nearby Home(슬기로운 집콕생활)’ ‘Activewear Evreyday(스포츠웨어의 일상화)’가 포함돼 스포츠 웨어와 코로나19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묶였음을 입증했다.
코로나19 전, 이미 패피들은 조거팬츠에 하이힐을 신고 코트를 걸치는 믹스매치룩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취향을 드러냈다. 2020 버전의 가장 힙한 스트리트 패션으로서 조거팬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안으로 공간이동 해 웨이스트업(Waist-up) 스타일 즉 홈오피스룩으로 새로운 아웃피트를 추가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은 전형적인 오피스룩 상의와 함께 믹스매치 하는 홈 오피스룩을 연출해 직장인으로서 격식과 집에서의 편안함을 모두 충족한다. 공적인 업무가 끝나면 오피스룩 상의가 아닌 스포츠브라 톱으로 홈트룩을 연출해 홈트레이닝을 하며 집안에서도 출퇴근 시간을 엄수한다. 이처럼 비대면 일상에도 코로나19 이전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대면 일상은 인간사회의 근간을 형성하는 관계를 차단함으로써 전 세계 경제를 떠받쳐온 자본주의의 붕괴라는 불안감을 증폭했다. 대인 접촉이 제거된 사회는 소비 명분이 사라져 경제가 펜데믹 상태에 빠질 거라 예측됐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될 듯한 불안과 공포가 팽배했다. 그러나 인간은 비대면 일상에서 우울감에 빠져들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집안에서의 일상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 소비하는 인간)답게 새로운 소비거리를 찾아내 비대면 일상에서도 평소와 같은 소확행을 만끽하고 있다.
다이애너 크레인은 “의상을 통해 헤게모니에 동질감을 갖거나 저항하는 것을 설명하려면 의상이 의미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해석할 필요가 있다. 비언어적, 시각적 의사 표현의 한 형태로서 의상은 파괴적인 사회선언을 표명하는 강력수단이다”라며 시각적 코드로서 의상의 사회적 역할과 상징성에 관해 강조했다.
* 타이틀 사진=NHN에이스 다이티 데이터 마켓
[* 본 글은 외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