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an Kim Mar 14. 2019

봄꽃은 피기 전에 더욱 아름답다 - Leica M10

카메라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항상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하다. 봄꽃은 자고 일어나면 피고, 또 자고 일어나면 진다. 같은 지역이라도 해가 잘 들면 더욱 빨리 피고, 그늘은 조금 늦게 핀다. 그래서 그런지 첫 봄꽃 (주로 매화꽃)을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꽃이 만개했을 때 모습을 찍고 싶어 일 년을 기다린다고나 할까?


그런데, 얼마 전 반전의 매력을 발견했다. 미세먼지에 정신을 빼앗겨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깜짝 파란 하늘이 찾아왔다. 마치 수년간 미세먼지에 갇힌 뿌연 하늘을 보고 산 것인 마냥, 파란 하늘은 낯설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아름다운 홍매화를 만난 것이다.

Leica CL, Elmar-M 1:3.8/24 asph 

어찌나 반갑던지, 미팅을 앞두고 정신을 빼앗긴 듯 사진을 찍었다. 마침 갖고 있던 디지털카메라로 먼저 한컷. 그리고, 그냥 물러서기 아쉬워 갖고 있던 필름 카메라로 또 한컷을 찍었다.


Nikon FM2, NIKKOR 50mm 1:1.4 | Portra 400

선명한 디지털 사진도 좋지만, 꽃은 역시 필름의 자연스러운 색과 입자 감(필름 그레인)이 만나야 더욱 어울리는 듯하다.

이어 있던 업무 때문에, 오래 감상하기보다, 급하게 사진기에 몇 장 담고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 우연히 한옥마을에서 살구꽃을 또 만나게 되었다. 

Leica M10, Summilux-M 1:1.50 asph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봄꽃을 보니, 만개했을 때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어떤 꽃은 펴고 또 어떤 꽃은 아직 꽃 봉오리 상태에 있고. 배경을 흐려서 찍으면 꽃망울이 모두 별처럼 빛이 난다. 이전에 몰랐던 매력을 발견했다. 봄꽃은 만개했을 때보다 오히려 피기 전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Leica M10, Summarit-M 1:2.5/75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덕분에 청명한 하늘은 시리도록 파란색이다. 아직 꽃망울이 더욱 많은 봄꽃 나무를 한컷 찍어 보았다. 꽃망울이 별처럼 빛이 난다.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봄꽃은 피기 전이 더욱 아름답다.


Leica M10, Summarit-M 1:2.5/75

산수유 열매가 겨울이 끝나도록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다. 덕분에,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한 나무에서 빨간색, 노란색의 색 잔치가 열렸다. 배경에 Green 색과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더하니 알록달록하니 아름답기만 하다.


Leica M10, Summarit-M 1:2.5/75

늘 꽃이 만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올봄에는 새로운 발견 덕분에 조금 일찍부터 카메라가 바빠졌다. 벚꽃이 피기까지 몇 주 남았겠지,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 흙, 나무와 빛의 왈츠 - 한옥집에서의 일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