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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Apr 05. 2019

중형필름카메라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필름에 미치다 

꿈의 카메라 라이카 M 을 사용하고 나면 농담처럼 핫셀블라드 이외에 궁금한 카메라가 없을 거라고 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나는 정확히 이런 상황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필름 사진에 반 미치광이처럼 되면서 필름 구매, 인화, 스캔, 현상 가격을 아끼지 않고 엄청난 양을 매주 찍었다. 필름을 디지털 이상 수족처럼 편안하게 다뤄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더욱 다양한 피사체를 대상으로 찍었다. 물론 가장 찍고 싶었던 건 가족의 일상 사진이었고 일상 또한, 원 없이 찍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중형필름카메라가 몹시 궁금해진 것이다. 정방형 포맷의 사진은 어떤 느낌일까? 물론, 핸드폰으로도 일반 35mm Full Frame 카메라로도 Crop 해서 사진을 정방형으로 만들 수 있지만, 35mm format의 4배가 되는 크기의 중형 카메라로 찍은 정방형 사진이 몹시 궁금해졌다.



중형필름카메라 핫셀블라드 503cw 


매장에서 핫셀블라드를 잠시 들어보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핫셀블라드가 집에 와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핫셀블라드의 첫인상은 "무척 크고 불편한 카메라"였다. 과연 이 카메라를 들고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핸드헬드로 (삼각대 없이) 사진을 찍기엔 불편한 모양이다.


그런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파인더에 상이 맺힌 모습을 보고 한 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마치 오래전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결국 이렇게 중형필름카메라와 나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첫 롤을 찍고 필름을 인화했을 때 감동은 135 format (35mm)의 필름 카메라와는 또 다른 감동이다. 크고 선명한(그리고 샤프한) 화질에 필름의 질감이 그대로 전달되니 더욱 신기했다. 


물론, 좌/우 상이 다르게 맺히는 것 때문에 무척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번 감이 생기니 또 그대로 적응이 된다. (마치 라이카의 이중상 합치에 적응하는 것처럼)


중형 필름 포트라 400

135 (35mm 풀프레임)과 달리 120 포맷이라 부르는 중형 필름은 12장밖에 찍을 수 없다. 물론, 120필름의 한 장이 135필름의 3.6장 정도 해당하니 양으로 보면 36장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겠다. 

135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름카메라는 35mm 필름이다. 보통 한 롤에 36장을 찍을 수 있다.

120




정방형의 핫셀블라드 중형 필름은 (120) 한롤에 12장을 찍을 수 있다. 35mm 필름 기준으로 한 장에 약 3.6배 정도 크기이다. 







라이카 필름카메라로 찍을 때보다 더욱 신중하게 한 장 한 장 찍다 보면 12장을 다 찍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 한 장이 주는 감동은 정말 크다.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핫셀블라드 (Hasselblad 503cw) Carl Zeiss Planar 2.8/80mm | Portra 400 film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멋진 색을 만들어 주는 중형 필름의 매력이 점점 빠져든다. 아마 135 필름처럼 자주 찍지는 않겠지만, 종종 대형 액자로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줄 것 같다. 벌써부터 핫셀블라드와 함께할 모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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