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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Oct 13. 2021

애플 제품의 진정한 힘은 멋보다는 사용자 경험이다.

스펙이 뭐가 중하다고!

애플에 입문한 지 몇 년이 지났을까? 애플이 처음 PowerPC 방식에서 인텔 CPU를 채택하면서 Microsoft Word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내 업무는 Microsoft 제품에 Tracking 기능을 켜고 미국 업체들과 협업하던 터라, PowePC 방식의 애플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인텔 CPU 기반의 애플 제품은 가능했다. 이때가 내가 첫 애플에 입문했던 때이다.

1994년부터 Microsoft의 DOS / Windows를 사용하던 나는 2006년부터 바로 애플 제품으로 갈아탔다. 늘 Blue screen 이 나오면서 멈추는 Windows에 짜증이 났던 시기에 (다양한 바이러스 및 사용할수록 느려지는 건 덤이고..) 애플 맥북은 정말 신세계였다. 일단, 아이콘부터 모든 소프트웨어의 오브제가 예뻤다. 



지금도 공인 인증서 (이름만 바뀌고 그대로인) 작업 때문에 Windows OS 기기를 하나 갖고 있지만, 더 이상 Windows OS 는 업무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열고 사용해도 결코 느려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나는 애플의 팬이 되었다.

애플 제품의 진정한 힘은 무엇일까?
디자인?
힙한 느낌?
기기의 스펙?


내가 처음 맥북을 사용할 때는 국내는 맥북의 불모지였다. 이때 사람들이 나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 애플은 예쁘긴 한데 가성비가 떨어진다. 물론, 정막 이런 말을 한 사람치고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이 말한 가성비란, 다른 제품은 저렴한 노트북도 많은데 굳이 비싼 애플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이들이 말한 가성비 제품엔 모두 Windows OS 가 설치되어 있고,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에 설치된 Windows OS도 사용할수록 느려지는 건 막을 수 없다. 또한 종종 작업하다가 Blue Screen 이 나오면 강제로 리부팅을 해야 한다. 난 이런 경험이 싫었다.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애플 제품의 진정한 힘은 나에게는 사용자 경험이었다. 물론 예쁜 디자인 때문에 혹은 힙한 느낌 때문에 처음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사용할수록 반하는 매력은 이런 점 보다는 사용자 경험이다.


M1 프로세서가 가져다 준 혁신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은 혁신이 사라졌다. 적어도 이렇게 느꼈다. 그때부터 애플에서 매년 하는 신제품 발표 Keynote를 보지 않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는 정말 듣고 있는 동안 피가 끓게 만들었다. 그의 흡입력을 배우고 싶어 0.0001초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해서 들었다. 그리고, 그가 소개한 제품은 정말 혁신적이었다.

오랫동안 애플에서 혁신이란 단어를 느끼지 못하다가 올해 M1 프로세서 MacBook 을 구매하며 혁신을 느꼈다. 외모는 똑같다. 하지만, CPU의 설계가 바뀌었을 뿐인데 사용자 경험이 드라마틱 하게 달라졌다. 솔직히 나는 스펙에는 큰 관심이 없다. CPU 속도가 어떻고, 어쩌고저쩌고 이런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M1 프로세서로 바뀐 뒤 애플은 소음이 사라졌다. 기존 인텔 CPU 기반 맥북은 사진 편집 작업뿐 아니라, YouTube만 조금 오래 봐도 팬소음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영상 편집을 시작하면 음.... 소음이 나기 시작하면 같이 따라오는 것이 발열이다. 농담으로 겨울 핫팩 대신 맥북을 대고 있으면 된다고 할 정도로 뜨겁게 변한다.


M1 맥북에 iPad 를 2번째 화면으로 연동하고 사진 작업을 해도 조용하다. 기존 맥북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M1 맥북을 사용하면서 소음이 사라졌다. 영상을 편집하며 사진 편집까지 돌려보았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더 나아가 노트북이 계속 차갑다. 대박이다. 사실 이런 맥북의 소음 때문에 조용한 공간에서는 CPU를 많이 사용하는 기기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도서관이나, 조용한 카페에서 맥북의 팬소음이 나기 시작하면 정말 민폐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M1 프로세서 기반 아이패드를 갖고 있으면 대형 모니터를 연동해서 마치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모바일용 Lightroom으로 사진을 편집하면서 음악도 듣고 문서도 동시에 작성하는 등 화면을 이분할 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그 좋은 M1 맥북을 구매하고도, 거의 들고 다닌 적이 없다. 이제 iPad 하나면 외부에서도 못할 작업이 없어진 것이다.

애플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직접 만드는 회사이다. 그러니까 하드웨어 따로 소프트웨어 따로 사용하는 대부분 다른 제조사와는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만든다.

예를 들어, control + C 복사를 한 뒤 control + v를 하면 복사하고 붙여넣기가 된다. 핸드폰에서 검색하던 정보가 너무 좋아, 같은 정보를 커다란 iMac이나, MacBook 화면에서 이어 보고 싶다면, 폰에서 복사한 뒤, iMac 등에서 붙여넣기를 하면 된다. 뭐 별다른 설정도 필요 없다. 그냥 하면 된다. 그러면 바로 폰에서 복사한 주소 및 정보가 iMac에 이어서 붙여넣기가 된다. 




모바일에서 내가 검색하던 URL 주소를 복사하면, iMac에서 자동으로 From iPhone 이란 아이콘이 보인다. 이걸 클릭하면 아이폰 화면을 그대로 이어서 볼 수 있다.


물론, 폰에서 메모장에 붙여 넣은 다음 컴퓨터와 연결된 앱을 동기화해서 사용하거나, 메모를 내보내기를 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몇 단계를 생략한 채 서로 다른 기기를 마치 하나의 기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의 축복이다!

이제 이런 사용자 경험 때문에, 아무리 좋은 타사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함부로 이동하지 못한다. 기기 하나만 놓고 보면 좋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개의 기기의 사용자 경험으로 인한 편리함을 고려한다면.. 음.. 이제 애플 기기에 반영구적으로 코가 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한국 업체는 제품의 스펙에 집착한다. 스펙이 좋으면 잘 판매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이제 스펙은 큰 의미가 없다. 이미 하드웨어 스펙은 어떤 업체든 충분히 좋다. 더 좋아져도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부터는 사용자 경험이 즉, Big Picture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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