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ei 35 (롤라이 35)
라이카로 시작된 필름카메라 덕분에 사진에 점점 더 매료되었다. 디지털과 다른 매체 때문에 내가 모르던 사진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던 중 외모(?)때문에 끌려 니콘 FM2 를 구매하게 되었다. 라이카가 아닌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시작이었는지 리코 GR1 그리고 중형필름카메라 핫셀블라드까지 더욱 많은 필름카메라를 사용해보게 되었고, 내가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된 지인이 수십 년 전 구매해 놓은 필름카메라를 잔뜩 빌려주면서 니콘 S3, F2 외 롤라이 35(Rollei 35)필름카메라까지 사용해 보게 되었다.
필름사진에 핵심은 필름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필름사진의 핵심은 필름 + 렌즈 + 필름카메라가 제공해주는 사진 찍는 경험의 교집합이다. 즉 사진을 찍는 경험 때문에, 찍는 사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허리 정도 높이에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핫셀블라드와 눈높이에서 찍는 일반 필름카메라가 같은 경험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찍게 되는 사진의 성격도 달라진다.
오늘은 라이카 필름카메라를 놓고 롤라이 35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롤라이 35(Rollei35) 카메라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필름카메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본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작은 필름카메라이다. 안타까운 점은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몸체를 만드느라,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기능을 넣지 못했다. 다시 말해 롤라이35는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까? 바로 목측 즉 눈으로 거리를 대중해서 맞추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렌즈에 보면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0.9m, 1m, 1.2m 1.5m 2m, 3m, 5m 무한 대등 거리를 대중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대략 손을 뻗은 것보다 살짝 멀리 있다면 0.9m 조금 더 멀리 있다면 1m 등으로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눈대중으로 찍으면 당연히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리개를 조여서 피사계의 심도를 깊게 하면 초점 거리가 정확히 맞지 않더라도 초점 범위 내에 들어온 오차만큼은 모두 초점이 맞는다. 이를 Zone Focusing이라고 한다. 한번 이 방식에 익숙해지면, 초점을 맞출 필요 없이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무척 빠르게 찍을 수 있어 주로 순간을 담는 Street Photographer (길거리 사진사)가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롤라이 35 필름 카메라는 나도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법을 몰랐다. 하지만, Google에서 검색만 하면 금방 사용자 매뉴얼을 검색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카메라이다. 매뉴얼대로 필름을 로딩해 보았다. 여러 개의 필름카메라를 사용해보면 처음 사용해보는 필름카메라도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금방 적응된다.
내장 노출계가 있지만, 나는 외장 노출계를 이용해서 찍기 시작했다. 요즘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로 종종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노출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 일부러 외장 노출계를 종종 사용한다. 그리고, 반사식보다 입사식 노출계가 때로는 정확하기도 하기 때문에 좋다.
사진을 찍을 때는 렌즈를 꺼내서 찍고, 다 찍으면 렌즈를 넣기 때문에, 다시 부피가 무척 줄어든다. 나도 목측을 즐겨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필름은 또 어떤 사진이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작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준다는 전설의 카메라 롤라이35 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카메라를 향해 혼잣말을 건넸다.
한 주간 추억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