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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Sep 03. 2018

라이카 M (M10, CL)로 소소한 순간을 추억으로

같은 사물이라도, 모든 순간이 다르다.

종종 주변에서 사진을 잘 찍고 싶은데, 팁을 알려줄 수 있냐고 묻는다. 대부분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 기술적인 정보를 통해서, 당장 자신의 사진이 더 예뻐 보이게 찍을 수 있는지 내심 기대하며 묻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평소 무엇을 찍는지 물어본다. 그럼 대부분 "특별한" 순간을 찍는다고 답한다. 그런데,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특별한 순간을 찍어서는 절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나는 라이카 M10, M7, CL, Q, Monochrome 등 다양한 라이카 바디를 갖고 있다. 하나라도 갖고 싶어 꿈의 카메라로 늘 소망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여러 개의 라이카 바디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진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고 나아가 사진이 직업의 일부가 된 것은 모두 일상의 소소함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Leica CL 과 Leica M Monochrom (typ246) by Leica Q


업무상 나를 자주 보는 고객이 나에게 물었다. "왜 찍었던 사물을 계속 찍나요? 지난번 만날 때도 찍지 않았나요?" 나는 대답 대신 "시익" 하며 웃음을 지었다. 사진을 취미로 한 사람에게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사진은 결국 "빛"과 나아가 그림자를 담는 행위이다. 물론, 그 전제하에 내용(피사체)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빛"이 달라지면, 같은 사물(풍경)을 찍더라도.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 동네를 산책하며 찍는 사진 중,



Leica M10, Summilux-M 1:1.4/35 FLE               |          Leica CL, Summilux-M 1:1.4/50 ASPH


왼쪽과 오른쪽의 느낌이 매우 다르다. 빛이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빛의 온도도 다르고(뜨거운 색인지, 아니면 차가운 색인지) 빛의 양도 다르다. 왼쪽 사진은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에 노을이 번진 색이고, 오른쪽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노을이 번진 색이다. 


같은 장소/장면을 찍더라도 시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나온다. 중요한 건 미리 원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사진을 찍었을 때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이다. 바꿔 말하면, 다른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여러 번 찍어도 미리 원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찍지 않으면 그냥 셔터만 누른 셈이다. 



Leica M10, Summilux-M 1:1.4/35 FLE


또 가로로 찍을 것인지, 세로로 찍을 것인지. 반영을 활용할 것인지. 암부를 더욱 강조하고 명부를 긴장감 있게 표현할 것인지 등등 같은 사진이라도 사진 찍는 사람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다. 그냥 셔터만 눌러서는 어제 찍은 사진과 오늘 찍은 사진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Leica CL, Voigtlander Nokton 35mm F/1.4


또 같은 장소이더라도, 가로등을 이용해 보케를 만들고,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Close-up으로 표현해서 보케를 강조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길에 있는 그냥 풀을 찍어봐야 전혀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 피사체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 머릿속에서 고민하면,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피사체가 모두 나에게는 아름다운 대상으로 보인다. 



Leica M10, Summilux-M 1:1.4/35 FLE


같은 장소의 다른 컷이다.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매일 보는 피사체이지만, 매일 하는 산책이지만 사진으로 만나는 피사체는 굉장히 다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셔터를 조금 더 느리게 했다면 바람이 부는 가을 느낌이 강조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카메라의 센서가 정해준 세팅대로 "셔터만" 누르지 말고, 사진을 찍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먼저 그리고 어떻게 찍으면 그런 결과가 나올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Leica CL, Summilux-M 1:1.4/50 ASPH


카페를 주제로 할 것인지, 카페를 부제로 하고 외부의 풍경을 주제로 할 것인지에 따라서 사진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 


결국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소소한 일상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피사체는 머릿속에서 결과를 그리기 용이하다. 만일 생전 처음 방문하는 여행지라면, 결과를 예측하기보다는 기록을 하기 바쁠 것이다.


빛과 그림자, 가로 /세로 그리고 주제와 부제를 고민하고 미리 결과를 그린 뒤 셔터를 누른 사진은 어제의 사진과 다를 수밖에 없다. 



Leica M10, Summilux-M 1:1.4/35 FLE


별것 아닌 일상의 모든 피사체를 어제보다 예쁘게 찍어보자. 고급스러운 사진학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욱 빠르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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