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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배 Jan 07. 2019

우동, 다카마츠로의 여행

우동의 본고장, 다카마츠로 떠난 3박 4일의 여정

1. 번개처럼 이루어진 티케팅, 그리고 출발

2017년 3월초, 평소에 같이 주제가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고 얘기를 나누던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에어서울이 다카마츠 노선의 특판을 판매하는데, 내가 음식 중에서도 특히 면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여서 우동의 본고장인 시코쿠로 같이 떠나보자고 내게 연락을 주신거였습니다.

에어서울은 LCC인데도 제법 좌석 간격도 넓었고 편했다.

다카마츠가 위치한 시코쿠(四國)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이기도 합니다. 오랜 옛날 4개의 나라(國, 쿠니)가 있었다고 해서 시코쿠라고 불리운다고 하며, 현재에는 4개의 현이 있는 섬이기도 합니다.

일본 열도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이다 보니 모든게 다 열악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세토대교로 혼슈와 연결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전체 GDP의 3% 내외일 정도로 사회 인프라나 경제활동도 활발한 편은 아니었던듯 싶습니다.

다카마츠는 우동의 본고장인 시코쿠 섬의 관문이다(좌). 그리고 다카마츠에서는 나오시마섬과 쇼도지마섬으로 연결이 된다(우)
다카마츠로 접어드는 길의 풍경은 한가한 전원의 풍경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그래서인지, 시코쿠의 관문인 다카마츠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바깥쪽의 풍경은 한가한 전원마을에 내려앉는듯한 느낌을 중도로 고요하고 평안한 광경이었습니다.

공항 역시 국제선 터미널은 한산하고 깨끗한 느낌을 줄 정도로 승객들이 적었고,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버스 역시 크게 북적거리지 않아서 쾌적한 느낌이었습니다.


2. 다카마츠 우동버스 투어

다카마츠에서의 첫 일정은 우동버스 투어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도착하는 날 오후에 바로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어서 오후 반나절 투어로 미리 예약을 해 두었고, 숙소에 체크인만 하고서 곧바로 다카마츠역으로 나와 버스 시간에 맞춰 탑승했습니다.

버스 곳곳에 우동군 마스코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이게 바로 우동투어버스라고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버스에 탑승하면 투어하는 동안 착용할 수 있는 투어 명찰이 좌석마다 메달려 있습니다.
우동버스 예약은 우동버스 홈페이지(http://www.kotosan.co.jp/sp/order/)에서만 가능합니다.
여러가지 언어가 제공이 되는데, 일본어로 된 페이지에서만 잘 처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구글 크롬에서 페이지 자동번역 기능을 이용해서 예약하면 큰 무리가 없으니 그렇게 진행하는게 좋을듯 합니다.
종일 투어는 1,500엔, 반일 투어는 1,000엔입니다. 요일별로 오전/오후를 틀린 코스로 돌기 때문에 각각 다른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요일별로 오전과 오후를 나누어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우동버스의 첫번째 토스는 나가노 우동학교를 마주보고 있는 우동가게 <靑水屋>입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우동면을 뽑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우동의 종류를 고르고 입맛에 맞춰 토핑을 고르면 주문이 끝납니다.

靑水屋의 입구로 들어서면 우동을 뽑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곳의 면은 직접 제면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가는 면발이 마치 굵은 가래떡을 먹는듯이 찰진 식감을 맛볼 수 있게 해줍니다.

우동의 본질은 찰진 면을 씹으면서 목으로 넘기는 그 느낌에 있을텐데, 우리가 맛보는 대부분의 우동들은 이런 면발보다 국물(육수) 맛에 집중하는게 대부분인데 면 그 자체가 맛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다카마츠에 온 이유는 충분히 달성된듯 합니다.

靑水屋에서는 우동의 종류를 고른 다음에 위에 무엇을 올려먹을지를 결정하면 주문이 끝난다.


우동 투어버스의 다음 코스는 <LOWE菓子創造究所>입니다. 과자라는 단어의 의미가 광의적인 Bakery의 의미로 쓰여진듯한, 다양한 디저트가 아주 예쁘고 맛있는 곳입니다.

독일어로 표기되어 있어 움라우트 때문에 뢰브라고 발음을 해야 하는게 맞나? 싶었는데, 가게 점원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합니다.

심지어 과자창조연구소라는 명칭 자체마저도 약간은 광오한 자신감이 충분히 느껴질만한 곳이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이 유혹을 당한 과자로 만든 집이 있다면 이곳에 있는 과자들로 만들지 않았을까...?

디저트를 즐기는 분이라면, 그래서 다카마츠로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은 반드시 들러볼만한 곳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양하고 맛있는 디저트로 가득한 LOWE菓子創造研究所


3. 도심 속의 작은 나라. 리쓰린정원

우동투어 버스가 도착한 곳은 다카마츠시 중심부에 있는  <리쓰린 공원>입니다. 우동도 먹고 디저트도 먹었으니 이제는 산책을 할 시간인가 봅니다.

리쓰린 공원은 1620년대 중반에 약 20여년간에 걸쳐 조성된 정원으로 국가지정 특별 명승지로 지정된 다이묘 정원입니다. 남쪽 지역과 북쪽 지역을 조성한 다이묘가 다르기 때문에 구역에 따라 다소 다른 느낌이라고 하는데, 조경에 대한 지식이나 감각이 별로 없는지라 뚜렷한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리쓰린 공원은 다카마츠 도심 한가운데 있는 또 다른 작은 나라와 같은 정원이다.
일본식 찻집, 히구라시테 찻집은 일본식 주거양식과 정원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리쓰린 공원 중심부에 있는 전통 찻집인 <日暮亭(Higurashi-tei Teahouse)>에도 들러보기를 권합니다. 일본의 전통가옥 양식 안에서 일본 풍의 차 문화를 즐길 수 있으며, 창 밖으로 펼쳐진 일본식 정원의 단정한 모습을 보면서 고요한 휴식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습니다. 말차와 화과자가 함께 나오는 메뉴를 추천합니다.

다이묘의 다과회 모습을 재현해놓은 디오라마

남쪽 호수를 돌아 나오는 산책로인 <飛来峰(Hiraiho Hill)>에 오르면 남호의 아기자기하면서 짜임새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규모로나 아기자기함으로나 정밀함으로나 일본의 3대정원(日本三名園, 니혼산메이엔)에 견줄만한 것은 아니지만 산책을 즐기기에는 적당한 규모와 풍경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정원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것 역시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飛来峰(Hiraiho Hill)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호의 전경
飛来峰(Hiraiho Hill)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호의 전경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서 찾아가려면 다카마쓰고토하라전철 고토하라 노선의 리쓰린코엔역에서 내려서 약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해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리쓰린코엔역에서 내려서 약 10정도 도보로 찾아갈 수 있다.


4. 다카마츠의 우동 맛집 투어

우동버스 투어를 마친 후에 저녁 역시 우동으로 먹기로 해서 우동 맛집들이 모여있는 지역을 찾았습니다.
다카마츠 시내의 우동 맛집들은 리쓰린공원과 주오공원(中央公園) 사이에 몰려 있어서 도보로 이동해도 충분한 곳들이었습니다.

관광객들이나 현지인들에게 모두 평점이 높은 우동집들을 추천하자면, 신페이 우동(しんぺいうどん), 우동 바카이치다이(手打十段 うどんバカ一代), 마쯔시타 제면소(松下製麺所), 치쿠세이 우동(竹清) 등을 꼽는다고 합니다.
우동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레시피가 나온다.
가와라마치역에서 주오공원으로 통하는 기쿠치칸 거리의 상점들
(좌)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 (우)오코노미야끼를 골목길 조그만 이자카야에서 맛보다.

이들 우동 맛집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기는 일본 현지 음식점들 중에서 가성비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점들이 가와라마치역(瓦町駅)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시장 골목 안쪽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먹은 메뉴들은 신선하고 푸짐했다.
시장 골목 안쪽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먹은 메뉴들은 신선하고 푸짐했다.

시장 안쪽 이자카야에 들러 저녁을 겸해 먹은 요리들은 매우 푸짐하고 신선했고, 가격 역시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도쿄나 오사카에서 음식을 먹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주머니가 넉넉한 한끼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일행들이 사케와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다보니, 술을 마시지 않는 저는 약간 출출함이 남아있어서 결국 근처에 있는 우동 맛집을 찾아 야식 겸한 한끼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우리들이 찾은 곳은 파우동으로 유명한 <곤피라 우동 라이온 도오리(こんぴらうどんライオン通)>였습니다.

곤피라 우동 라이온 도오리(こんぴらうどんライオン通)의 시그니쳐 메뉴 / 파우동과 고등어초밥
우동과 함께 먹는 고등어초밥
(좌)곤피라우동의 시그니쳐 메뉴인 파우동, (우)가마아게우동

이 곳의 추천메뉴, 혹은 대표적인 메뉴는 파우동과 가마아게 우동, 그리고 고등어초밥입니다. 파우동에는 그릇을 가득 뒤덮을 정도로 정말 많은 양의 파와 함께 몇개의 유자 조각이 있어서 파 특유의 매운 향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더 작게 찍혔지만 가마아게 우동은 정말로 큰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옵니다.

어찌보자면 '이게 뭐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이없는 비주얼로 뻔뻔스럽게 나온다고 할까요?


이렇게 우동으로 시작해서 우동으로 끝낸 하루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5. 中野うどん学校(Nakano udon school)

둘째날 일정은 직접 우동을 만들어볼 수 있는 나가노우동 학교의 우동 만들기 체험이었습니다.

입학후 50분이면 졸업할 수 있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서 먹는 논스톱 코스, 이것이 나가노 우동학교를 들어서면 처음 학생(?)들을 맞이하는 문구입니다.

우리들은 사진에 있는 직원들 중에서 아랫쪽 줄 우측 두번째에 소개된 나이가 지긋하신, 왠지 베테랑의 분위기를 풍기는, 강사분에게 우동을 배우고 왔습니다.

나가노우동학교의 입구 전경. 스태프의 사진과 우동 가락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다카마츠시가 있는 카가와현 자체가 '우동현'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이제 나가노 우동학교에서 배우게 될 우동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우동학교에 들어서면 이렇게 여러명이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나뉘어져 있다.
우동을 만들기 위해 미리 만들어서 숙성해 둔 반죽 덩어리들. 그리고 우동 면을 만들기 위한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우동학교는 시간대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러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방마다 우동면을 뽑기 위해 미리 반죽을 해서 숙성시켜 둔 재료들과 개인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우동면 반죽은 내가 만든 반죽은 숙성기간을 거쳐 나중에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이고, 내가 밀어서 뽑는 우동 반죽은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반죽을 해서 숙성시켜 둔 것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동 장인 박정배 선생...^^

제공되는 우동 반죽은 한 덩어리가 1인분 분량입니다. 미리 준비된 봉으로 반죽을 천천히 밀어서 펴주는데, 반죽이 봉의 길이만큼 펴지면 가장 적절한 두께가 된다고 합니다.

반죽 1덩어리가 우동면 1인분 분량이다. 미리 준비된 봉으로 봉의 길이만큼 밀면 적절한 두께가 된다.
적절한 두께로 민 반죽을 잘 포개서 3밀리미터 간격으로 썰어내면 적절한 크기의 면이 완성된다.
썰어낸 면을 툭툭 털어서 미리 준비된 용기에 담으면 끝. 이제 우동을 끓여먹으러 가면 된다.

이렇게 고르게 편 반죽을 3밀리미터 간격으로 썰어내면 가장 적절한 굵기의 우동면이 완성됩니다.

썰어 낸 면을 봉에 걸어서 툭툭 털어주면 면이 완성됩니다. 준비된 용기에 담아서 우동을 조리하는 곳으로 가져가서 끓이는 것만 남았습니다.

적적라헤 배합된 밀가루에 미지근한 소금물을 부어서 반죽을 완성하는데, 계절에 따라 소금물의 배합비율이 조금씩 바뀐다.
계절에 따라 다르게 배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강사분. 그리고 반죽을 발로 밟아서 기포를 빼는 과정

직접 반죽을 썰어낸 면으로 조리를 하러가기 전에 다음에 올 사람들이 사용할 반죽을 만들어 놓고 가야합니다. 미리 준비된 밀가루 배합에 소금물을 부어가며 반죽을 하고, 반죽을 다시 발로 세게 밟아주어 기포를 빼고 탄력을 더해주는 과정을 해주어야 합니다.


면은 넉넉한 냄비에 거품이 충분히 올라오도록 삶아냅니다.
미리 준비된 쯔유에 잘 삶아진 면을 찍어 먹습니다.
튀김과 다마고 우동까지 옵션에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나가노 우동학교에서는 우동을 삶아내어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준비를 해줍니다. 우동 면을 만드는 동안 여러가지 옵션을 선택하도록 하고 그것들을 준비내놓는 것이죠.

튀김이나 오니기리, 다마고 등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6. 나오시마 섬으로의 짧은 여행

안도 다다오와 야오이 쿠사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한 나오시마 섬은 다카마츠 항에서 하루에 페리를 타고 약 1시간 거리에 있으며, 페리 요금은 왕복 990엔입니다.

나오시마 섬에 도착하면 하루 종일 대여료가 800엔인 자전거를 빌려서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도 되고, 전기오토바이도 있지만 이런 이동 수단들은 일본인에게만 대여가 되는 듯 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을버스처럼 노선을 돌아다니는 순환버스는 1회 탑승에 100엔을 받습니다.

나오시마 섬은 크기에 비해서 정말 볼거리가 많은 문화 마을이다.

나오시마 섬에는 땡땡이 호박으로 유명한 Yayoi Kusama의 원본 작품도 전시되어 있고, 안도 다다오 박물관 및 지중미술관 이우환 박물관 베네세 미술관 등이 있어서 문화 탐방으로도 좋은 곳입니다.
예전에 제련소가 있어서 황폐해 진 섬을 재생하기 위해서 문화와 예술을 주요 테마로 개발을 추진했다고 하네요. 요즘은 도시재생이나 마을 살리기 사업 등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유명해져서 탐방을 가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다카마츠항과 나오시마를 연결하는 왕복 승선권를 구입.

다카마츠에서 나오시마로 향하는 페리는 하루에도 여러편이 정기적으로 출발합니다. 페리이기 때문에 차량들을 탑재하는 넓은 갑판을 거쳐 승객들이 머무는 선실로 올라갑니다.

약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세토내해를 가로질러 가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 뒤로 단촐한 모습의 나오시마 항 방파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오시마를 왕복하는 페리선. 내가 페리선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일정때문에 전망대만 둘러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행 중 한명이 전망대에서 찍어서 보내줬다.
나오시마로 가는 페리선의 안과 밖. 창문가에 놓여진 백팩과 카메라백이 이번 여행의 동반자이다.
페리선이 전점 나오시마 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나오시마 항 부두에 설치되어 있는 야오시 쿠사마의 붉은 땡땡이 호박

나오시마 항 부두에는 야오이 쿠사마의 땡땡이 호박이 항구로 접어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습니다.

점점 더 크게 다가올수록 호박의 모양과 무늬가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더 가깝게 다가가니 호박의 구멍 사이로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에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오시마 항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야오이 쿠사마의 땡땡이 호박
호박 안으로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나오시마에 도착하면 섬을 여행하기 위해서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빌리거나, 아니면 도보로 가야할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일정의 여유가 없다면 버스를 타고 다니면 되고, 여유가 많다면 도보로 섬을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지중미술관 입구가 있는 섬의 끝까지 가보았습니다.

지중미술관 등을 구경하고 돌아나오면 바닷가 방파제 끝에 야오이 쿠사마의 노란색 호박이 육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태풍에 휩쓸려 가서 분실된 것을 다시 찾게 되어 더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저 무거운 쇠덩어리가 떠내려 갈 정도라면 태풍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방파제 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야오이 쿠사마의 호박 조형물


야오이 쿠사마의 조형물을 뒤로 하고 안도 다다오 박물관이 있는 섬의 북쪽 마을까지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걸어가 보았습니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도 나오고 인적이 끊어진 바닷가에 세워진 뜻모를 표지판의 모습도 색다른 정취를 안겨줍니다.

인적이 끊어진 한적한 바닷가의 풍경
바닷가 작은 어촌. 그 곳에는 인적은 없고 막강한 자판기 삼총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만난 마을에는 아기자기하면서 색다른, 그러면서도 뭔가 그들끼리의 잘 조화된 모습들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잠시 쉬어간 작은 카페는 주인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따듯하고 달달한 한잔의 라떼로 피곤을 달래고, 단정한 멋스러움에 반해 잠시 들어가 본 백패커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더 단정한 실내가 인상깊은 곳이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있는 FRP와 나무로 만든  수상한 공간. 안으로 들어가보니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보관해두는 장소였다.
작은 카페와 백패커를 위한 작은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그앞 마당에 있는 아동용 전기자동차


마을을 지나 한참을 더 걸어서 안다 다다오 박물관에 이르렀습니다. 빛 또는 물과 같은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잘 살려낸 건축가라는 안도 다다오가 실상은 건축학을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 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지식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 지식의 한계에 스스로를, 그리고 창작물의 범위를 규졍지어 가둬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지식인이 갖는 패러독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안도 다다오 박물관. 입구 마당에 있는 작은 유리관이 지하층으로 빛을 전달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철학과 관점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안도 다다오 박물관 건너편 집 담장위에 놓인 야오이 쿠사마의 호박 오마주
나오시마 항 부두에 설치된 붉은 호박은 안이 비어 있고 무늬중의 일부가 뚫려있어서 빛이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 준다.

다음번에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았던 백패커스 하우스에서 머물면서 좀 더 천천히 박물관들의 구석구석 모습을 즐기면서 가야하겠다는 버킷리스타를 남겨두고 다카마츠로 돌아가는 페리에 올랐습니다.


7. 다카마츠 여행의 마지막, 캡슐호텔에서 머물다.

일행들은 먼저 돌아가고, 혼자서 나오시마를 탐방했기 때문에 다시 다카마츠로 돌아오니 늦은 밤이어서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공항버스를 타기 편한 곳으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첫날 저녁에 우동집을 찾아다니느라 충분히 둘러보아서 익숙했던 가와라마치역 주변에서 찾다보니 캡슐호텔 간판이 눈에 띄였고, 한번 체험해보자라는 생각에 이곳에서 머물러 보기로 했습니다.

가와라마치 역 앞에 있는 캡슐호텔

캡슐호텔의 객실은 말 그대로 캡슐 한칸입니다. 가로세로 90센치미터와 길이 2미터의 캡슐이 제게 주어진 객실 한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캡슐들이 2층으로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락카룸과 짐을 보관하는 공간은 카운터 데스크 옆에 따로 있고, 욕실은 사우나처럼 대욕장이 있어서 오히려 느긋하게 일본의 대중탕에서 목욕을 체험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차려진 일본식 아침상이긴 하지만 아침까지 주고도 2,000엔의 요금이면 훌륭한 하룻밤 숙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에어서울 항공편이 오전에 출발하는 탓에 아침 일찍 공항버스를 타고 와서 브런치로 또다시 우동 메뉴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동으로 시작해서 우동으로 끝을 맺은 우동 여행이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우동 여행을 마치며...

아주 오래전에 무심코 던져놓았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어 정말 번개처럼 결정하고 티켓을 끊고 발걸음을 재촉해서 다녀온 우동여행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보고 싶었던 안도 다다오 박물관을 비롯해서 여러가지를 체험하고 온 3박 4일간의 일정을 되돌아보니 언제 또 다녀올까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일정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동학교에서 강사분이 어쩜 그리 반죽을 찰지게 잘 하느냐며 한국에서 우동집을 하는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우던가, 아니면 아예 배우지 않던가의 자세가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반죽장인 등극. 강사분이 한국에서 우동집을 하다 온게 아니냐고 하심... 이제 우동집을 차려야 할 순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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