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경숙 Aug 09. 2020

나의 마지막 다이어트

글쓰며 하는 신나고 재미있는 다이어트

"처음 시작할 때의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세요?"

뭐든 한 번 해보자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나는 우선 책을 읽는다.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탁구를 처음 배울 때도 '탁구교본'을 구해서 읽었다. 책속에 들어있는 자세 그림과 사진을 보며 따라하려했고 운동수칙도 익혔다. 다이어트를 난생처음 해보자고 결심했을 때 나는 책방으로 달려갔다. 서가를 주욱 훑어보다가 가장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책을 골랐다. 190쪽짜리 그 책을 단숨에 읽고 그 다음날부터 실천에 들어갔다.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멋지지 않은가? 저자는 서울대 비만크리닉센터의 유태우박사인데 제목은 아마 출판사 편집인이 유박사의 글을 읽고 달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제목뿐 아니라 목차 하나하나가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운동만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봐라.
먹는 재미를 몸 바꾸는 재미로 바꿔라.
체중뿐만 아니라 삶이 바뀐다.
비만이 우울증을 일으킨다.
여태껏 잘 살았다고 앞으로도 계속 잘 사는 것은 아니다.
.
.
.
2010년에 난생 처음 시도해봤던 다이어트에서 10kg을 뺀 것은 순전히 유태우박사 덕이다. 유박사는 책을 재미있고 간결하게 쓴다. 그가 하는 유튜브를 봐도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글을 잘 써서 가독성이 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다. 저자가 가진 커리어의 권위, 그리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론이 독자를 설득시킨다. 그런 것이 없는 일반인 저자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어쨌든 유태우 박사의 다이어트 책을 읽고 나는 몸무게 10kg감량 목표를 달성했다. 살을 빼고 처음 2년은 변화된 몸을 즐겼다. 그러나 즐기는 것도 잠깐, 직장에서 인사이동이 되고 환경이 변하면서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의 다이어트법으로 뺀 몸무게는 지금은 10년만에 원상으로 회복된 상태다.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다시 살이 찌게 된 주된 이유는 책이다. 물론 안 먹었으면 안쪘겠지만,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데도 조금씩 살이 찐 이유는 소모칼로리가 지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살이 빠지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면서 나는 책읽기와 글쓰기의 매력에 빠졌다. 틈만 나면 앉아서 책 읽는 것을 즐기다보니 운동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유태우 다이어트의 과정은 6개월동안 운동없이 감량하고 그때부터 운동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하루종일 앉아만 있으니 더 이상 살이 안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그때도 다시 회복하고 싶어 또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다이어트몸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 책의 제목이 뭘까?

'12주로 끝내는 마지막 다이어트'
그러나 그 책은 나를 설득하지 못했고 나는 마지막 다이어트를 10년이나 미루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다이어트가 나의 마지막 다이어트가 되길 바란다.

모델북과 참고도서를 뒤적이며 생각해보니 책으로 시작한 다이어트가 결국은 책으로 망한 셈이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모두들 권장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읽기이라도 단점은 있다.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고 있으면 살찌기 최적의 조건이 된다. 앉아 있으연 먹을 거는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지금은 다시 10년만에 원상회복된 몸을 새로운 방법으로 다이어트하려 하고 있다. 이제는 책을 읽으며 하는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다이어트 목표를 달성하려한다. 글쓰고 운동하며 다이어트하기다. 이것이 내 인생 마지막 다이어트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죽기까지 늘 운동과 식이요법은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인생은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조하며 살아가는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뱃살에게 햇살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