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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29. 2022

당근페이와 숨고페이, 카드와 현금 없이 보낸 하루

어쩌다보니 간편결제 플랫폼 속으로

드디어 모든 이사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19살에 서울에 상경해 자취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13년 차던가. 1인 가구 자취생으로서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혹은 직장 위치가 바뀔 때마다 이사를 했으니, 얼마나 많이 한 걸까. 그때마다 돈은 또 어찌나 많이 들던지. 언제나 비슷하게 귀찮은 이사였는데, 이번에는 조금 새롭고 편리한 것들이 함께했다. 바로 당근마켓과 숨고.



당근마켓과 당근페이



먼저 당근마켓. 나는 어제 SK매직 가스레인지 2구짜리를 5만 원에 판매하는 글을 올렸다. 쿠팡에서 지난해 10월쯤에 구입할 당시 12만 5천 원 정도를 주고 샀었는데, 지금 보니 거의 14만 원 정도로 올라있었다. 요즘은 뭐든 가격이 오르는 것 같던데, 몇 달 사이 가스레인지 가격도 올라있다니. 새삼 물가 상승의 무서움이 느껴졌다. 


아무튼, 12만 5천 원을 주고 산 가스레인지를 5만 원에 팔려니 마음은 아팠다. 그렇지만 당근 거래에서는 이 정도 파격적인 할인율이 필요한 것 같아서 용기 내 글을 올렸다. 그날 저녁에 1만 원을 추가로 할인이 가능하냐는 메시지가 왔다. '그래 1만 원 갖고 네고를 해봐야 뭐하냐'. 이미 이사 절차에 지친 나는 '쿨거래' 를 했다. 4만 원에 팔기로 확정.


당일 오전 11시, 구매자는 거래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서 아파트 앞으로 도착했다. 오래된 모델이긴 하지만 '포르쉐'를 타고 오신 게 인상 깊었다. 포르쉐와 중고거래라...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포르쉐를 타기 위해서는 이렇게 알뜰살뜰하게 살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포르셰를 타는 사람도 이렇게 검소하게 산다고 해석해야 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별개의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가스레인지를 미처 넘기기도 전에 당근마켓 어플에서 톡이 왔어요. 당근페이로 4만 원이 입금이 됐다는 거다. 빠르고 깔끔하고 신뢰성까지 더해진 결제였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공공장소에 우두커니 서서 낯선 사람과 계좌번호를 주고받을 필요도 없었다. 언제 이렇게 세상이 편리해진 건지, 기분 좋게 받았다. 





숨고와 숨고페이



그다음은 숨고를 통한 거래. 집에 들어갈 때 이케아에서 산 (내 기준) 예쁜 조명들을 설치했었다. 새로 이사 들어오는 신혼부부가 원한다면 조명을 두고 갈 생각이었지만 원복을 원한다고 해서 기존 조명으로 다시 교체하기로 했다. 한 번은 용감하게 직접 설치했지만, 이미 그 고통을 아는 나로서는 두 번은 못하겠어서 조명 설치 기사님을 숨고를 통해 불렀다.


예전 같으면 전화번호를 찾아 검색했을 텐데. 조명 설치는 어디서 해주는지를 찾아보고, 내 일정에 맞는지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다. 숨고에서 요청하는 서비스를 올렸더니, 여러 명의 기사님이 견적서를 보내왔다. 그중에서 나와 조건이 가장 잘 맞는 분을 골라서 연락을 했고, 조명 2개 설치비는 총 3만 원으로 정해졌다.


기사님과 시간 착오가 있어서 내가 집에 없는 시간대에 기사님이 오게 되었다. 어차피 짐을 다 빼낸 빈집이니 크게 상관없겠다. 대신 얼굴을 보지 못하고 거래하는 만큼 신뢰성을 위해 '숨고페이'로 거래하자고 기사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다. 거래 내용이나 금전 관계가 발생한 기록을 명확하게 남기는 게 좋지 않겠냐며 말이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듣고 나니 수긍이 되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사 당일 내 결제들은 카드나 현금이 아닌 '페이'로 진행되었다. 



카드와 비슷한 듯 다른



요즘 정말 많은 '페이'들이 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제로페이, 서울페이 뿐 아니라 이렇게 크고 작은 플랫폼들이 각자 만들어낸 수없이 많은 페이들 까지. 이런 것들을 통틀어 간편결제라고도 부른다. 카드나 현금거래만 있던 때와 비교해서 결제의 양상이 약간 달라진 거다 카드와 뭔가 비슷하고 뭔가 다른 '페이' 시스템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된 하루였다.


예전에 카드사들은 소비자와 가맹점의 거래를 편리하게 하고, 현금거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절감시킨 대신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창출했다. 페이들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본다. 당근 페이와 숨고페이 모두 편리한 면을 갖고 있다. 주로 개인 대 개인, 개인대 프리랜서와 같은 당사자가 많은 플랫폼의 특성상 현금 거래가 잦고, 카드 결제는 어려웠을 거다. 누구나 카드 단말기를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요즘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현금으로 거래할 경우에는 거래의 기록도 남지 않고, 현금을 들고 다니다 분실할 우려도 있고, 하다못해 위조지폐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신경 써야 할게 많다. 이 모든 걱정거리들을 줄여줄 수 있는 게 플랫폼 내 자체 결제 시스템, '페이'였던 거다.. 당근페이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페이를 통해 당근마켓이 수수료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보다는 거래의 투명성, 신뢰성을 높여 당근을 통한 중고 거래 시장 자체를 확장시키려는 데 그 의의가 있어 보였다. 


숨고페이같은 경우에는 제가 비용을 지불할 때 수수료를 일부 내야 한다. 3만 원을 지불하기 위해서 840원이라는 수수료를 별도로 납부했다. 보통은 소비자에게는 각종 혜택을 제공해서 결제를 유도하고, 수수료는 가맹점에게 받는데. 나한테 수수료를 받는 게 특이하게 느껴졌다.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생각해 봤을 때 수수료를 납부하는 대신 나한테도 뭔가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작업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던가, 거래를 내가 확정하지 않으면 송금이 완료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어떤 보호장치 말이다. 


예전에는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주체와 결제 업무를 제공하는 주체가 따로였다면 이제는 점점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한때 간편결제가 세상을 크게 바꿀 거라고 믿어서, 결제 서비스와 관련된 미국 ETF를 매수했었는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해당 서비스가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익을 보는 쪽이 누구인가? 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오늘도 이사에서 시작해서 투자에 대한 소회로 생각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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