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희생하면, 더 나은 미래가 올까?

김동식의 『개미 인간, 베짱이 인간』을 읽고

by 알레로그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말했다.

“지금은 놀 때가 아니야. 중학교 가서 힘들어지면 그때 후회해.”

중학교에 가자 선생님은 다시 말했다.

“지금부터 열심히 안 하면 고등학교 때 큰일 나.”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자, 대학 입시를 위해 희생되는 시간이 이어졌다.

모든 현재는 ‘더 나은 미래의 나’를 위해 바쳐졌다.

대학교, 취업, 결혼, 주택 마련, 노후 준비.

우리는 매 단계마다 '다음 단계'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그렇게 현재는 항상 준비의 시간이 되었다.




김동식의 단편소설 『개미 인간, 베짱이 인간』에서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은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부풀려진다.

어느 날 소설 속 악마는 “10년 동안 80대 노인의 모습으로 지내고 나면, 남은 인생을 평생 30살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계약 상품”을 사람들에게 제시한다.

소설 속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조건을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나 역시도 이 조건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 이야기해도 40살 정도는 되어야 밸런스가 맞지 않겠냐는 의견을 들었다.

이 계약 내용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우리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기보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를 조금씩 저축하는 데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인생이 저축 통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시간은 저축되지 않는다.

오늘의 나는 오늘만 존재한다.

이 모든 ‘현재’는, ‘그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의 일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지금이 충분히 가치 있고 뜻깊은 시간일 테니까.

그러나 인간이 삶이 마무리되는 과정 중에는 노화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준비해 온 미래를 마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안타깝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래를 위해 희생되었던 현재들은 후회로 변해서 내게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고민해 봤을 때,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베짱이처럼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성격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오지 않을 미래일지라도 소중한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를 위해 희생하더라도 내가 희생을 하는 것에 대해 후회만 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방향이 조금 엉뚱해졌는데, '확실한 미래'부터 조금씩 준비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흔히들 준비하는 대학교, 취업, 결혼, 주택 마련, 노후 준비 <- 이 타임라인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미래인 죽음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내가 당장 죽는다면 어떤 게 후회될까?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지?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 삶의 끝부분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다.


현재와 죽음 사이의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내일 당장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를 쌓아가다 보면 죽음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꽤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나의 만족스러운 죽음을 위해 희생된 현재들은 후회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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