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용과같이 8 : 넘쳐나는 부'를 끝내고
1 ‘용과같이 제로’에서 처음 만난 키류는 거친 세계 속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챕터, 한 사건을 지나면서 그 얼굴 뒤에 있는 강인함과 책임감이 드러났습니다. 키류상은 힘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쏟았습니다. 카무로쵸라는 폭력과 낭만의 세계에 있으면서 불의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았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안전과 명예를 더 우선시했습니다. 그 단순하면서도 무거운 원칙이 결국 키류를 키류답게 만들었습니다.
2. 그의 곁에는 언제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오랜 친구 니시키야마와의 복잡한 감정, 마지마 고로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카스가 이치반의 성장 스토리, 사에지마 타이가의 무거운 과거. 이름만 들어도 명장면이 떠오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과의 관계는 때로는 갈등이었고 때로는 끈끈한 동맹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서로의 등을 지켰습니다. 이 관계들이야말로 용과같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뼈대였고 키류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3. 키류의 매력은 강함만이 아니었습니다. 가라오케에 있었죠.
그는 뜻밖에도 가라오케를 누구보다 즐겼습니다. 스테이지 위에서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가사 하나하나에 온 힘을 실어 부르던 장면은 진지함과 유머가 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특히 용과같이8에서 연달아 애창곡을 예약해둬 동료들을 지치게 만든 장면은 압권이었죠. 험한 세계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 그게 키류의 또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이 인간적인 면모 덕분에 저는 그를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선배처럼 느끼게 됐습니다.
4. 하루카와 히마와리 보육원을 지키기 위해 그는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다이도지 일파로부터 하루카와 히마와리 보육원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세상에서 사라지겠다는 그의 결심은 단순한 자기희생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그림자가 되겠다는 선언이었죠. 그 선택의 순간마다 화면 속 조명은 어둡고 말은 적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플레이어로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제 손끝이 묘하게 차가워졌습니다. 무언가를 책임지고 지키려는 사나이의 모습에 마음속 깊은 울림이 있었달까요.
5. 후배 야쿠자에게 사과하는 그의 모습은 또 한 번 키류만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다음 세대 야쿠자들에게, 선대 야쿠자를 대표해 머리를 숙이는 장면. 그건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끊고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어두운 건물 안,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그는 최종보스인 에비나 앞에 등을 굽혔고, 목소리는 단호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너희들에게 큰 짐을 넘겨서 사과한다고 말이죠. 선대 야쿠자들 모두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했던 것과 다르게 키류 카즈마는 자신이 남긴 야쿠자의 그림자를 최대한 지우고 싶었을 겁니다. 그 장면에서 '남자'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본 듯했습니다.
6. 키류의 주먹 끝에는 언제나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키류의 세계에서 폭력은 언제나 분명한 이유와 방향을 가졌습니다. 그는 힘을 쓸 때마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고 그 힘은 대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그러한 목적이 있었기에 그의 싸움은 공허하지 않았습니다. 그 주먹보다도, 그 주먹이 향하는 이유와 지키고자 하는 의지에 더 깊이 감동했습니다.
7. 용과같이 속에서 그는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매번 키류는 자신의 이익보다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일부 가라오케 등 장면 제외). 그 선택이 그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더라도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카무로쵸 한복판에서 동성회와 홀로 맞서는 장면, 유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와이 교회에 반지를 두고 돌아서는 모습, 자신의 손으로 모든 걸 마무리 짓기 위해 야쿠자로서 처음 멋을 냈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 모습까지... 키류 상의 단단한 신념을 느껴졌습니다. 플레이어로서 결심의 무게를 잠시나마 나눠 가지고, 앞으로 키류처럼 저렇게 신념을 지켜야겠다는 결의도 다지고요.
8 게임 ‘용과같이’의 흐름은 단순히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RPG가 아니었습니다.
한 번의 전투와 다음 전투 사이, 사이드 퀘스트를 들르며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대화, 그리고 엔딩 노트 퀘스트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하나의 여정처럼 연결되었습니다. 다른 RPG처럼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히 숨을 고르고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특히 직업 체계를 강화해 다양한 전투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전투 사이사이에 의도적으로 배치된 평범한 일상 장면들은 단순한 액션 게임의 긴장감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전투와 서사가 나란히 걸으며 키류의 마지막 이야기를 준비하는 듯했습니다.
9. 키류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엔딩 노트'는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용과같이8 속에서는 키류가 용과같이 0부터 8까지 경험한 사건, 만난 사람들을 총정리하는 '엔딩노트' 퀘스트가 존재합니다. 팬들을 위한 최고의 보상이라고도 불리는 엔딩 노트는, 그 자체가 게임 전체의 결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메인 스토리를 다 마무리해갈 때 즘, 엔딩 노트를 완성하기 위해 찾아간 장소와 사람들, 그 과정에서 다시 들었던 대사와 표정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엔딩노트를 써내려가면서 마치 이야기의 마침표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쉼표’ 같다고 느꼈습니다. 플레이를 멈추고 화면 속 장면을 오래 바라본 적이 많았습니다. 그 순간들이 전투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깊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10. 엔딩이 다가올수록 패드를 멈추는 시간이 길어지더군요.
카무로쵸와 소텐보리의 일상들, 아무렇지 않게 불한당들을 때려눕히고 조용히 걷는 그의 모습, 그 위로 깔리는 음악과 대사들의 여백까지—모든 것을 두고두고 기억해두고 싶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용과같이8을 클리어하고 나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장면들이 떠오르더군요. 마치 정말로 실존하는 사람과 긴 시간을 보내고, 그 사람을 떠나보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11. 키류 카즈마가 제 안에 하나의 삶의 기준처럼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그 강함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쓰는 모습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용과같이’ 시리즈는 액션과 드라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키류가 있었고, 그의 이야기의 온도와 무게를 만들어냈습니다. 8편까지 이어진 여정을 마치고 보니 그는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이 시리즈의 심장이자 상징이었으며, 그 자리는 다른 누구로도 대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그러니까 아프지 마세요 키류상). 키류 카즈마라는 이름이 가진 힘과 그가 보여준 삶의 방식은 게임 속 이야기 너머 현실에서도 기억할 수 있는 가치였고 그는 제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멋진 영웅 중 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그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게 될 날을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