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오브 쓰시마, 사무라이의 길을 넘어

45시간을 머무른 '고스트 오브 쓰시마 : 디렉터스 컷' (리뷰/후기)

by 유앨런

1. 가장 길었던 플레이 타임

2023년을 돌아보며 제가 가장 오래 붙잡았던 게임은 의외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이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보내준 연말 리포트를 확인했을 때, 45시간이라는 기록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용과같이’ 시리즈와 불태운 해이기도 했습니다. 제로부터 시작해 유신 극, 7 외전, 저지 아이즈, 로스트 저지먼트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달려왔지만, 단일 타이틀로는 쓰시마가 제일 오래 제 시간을 가져갔습니다. 그만큼 깊이 몰입할 수 있었고, 플레이를 멈추기 어려운 매력이 있었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1등! 저지아이즈, 로스트저지먼트도 정말 재밌게 했지만 정말 어렵게 해서 잊고 싶었던 엘든링과 와룡도 눈길을 끄네요.

2. 역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

쓰시마는 우리나라에서 대마도로 불리는 섬입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원나라의 일본 원정을 배경으로, 항몽사의 한 장면을 일본의 시각에서 풀어낸 작품이었습니다. 지상 최강이라 불리던 몽골군의 침략에 맞선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액션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넘어 역사적 사건을 ‘다른 나라, 한 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게임의 순기능은 결국 이런 체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에서는 결코 겪을 수 없는 시대와 공간을, 가상의 시선으로라도 직접 살아본다는 것.


3. 사카이 진의 고뇌와 성장

이야기의 큰 줄기는 단순합니다. 한 합만으로도 버겁던 몽골의 장수 코툰 칸을, 수많은 시련과 수련을 거친 끝에 쓰러뜨리는 이야기. 하지만 그 사이에 담겨 있는 건 일본 신분제의 모순, 사무라이의 가치, 그리고 한 남자가 지고 가야 했던 숙명이었습니다. 사카이 진은 ‘정도(正道)’라 불리는 길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정면승부만을 허용하는 사무라이의 규율을 따라야 할지, 아니면 쓰시마 섬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암살, 도구,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싸움—을 받아들여야 할지. 이 끊임없는 고민은 그를 단순한 주인공이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4. 풍경이 주는 위로

제가 쓰시마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투보다도 풍경이었습니다. 온천에서 잠시 쉬어가는 순간, 산 정상에 오르며 맞이한 푸른 바람, 갈대밭을 가르며 달려가는 말의 질주. 제작진이 재현해낸 쓰시마의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잠시 검을 거두고 멈추라는 신호 같았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멈춰서 10분 가까이 풍경만 바라본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게임을 한다’는 감각보다도, 낯선 섬을 여행하며 호흡하는 감각이 제게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플레이하며 멈칫했던 순간들. 구현을 너무 잘해낸 나머지 10분 정도 멈춰 풍경을 감상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5. 정신의 여행

쓰시마에서 사카이 진은 단순히 적을 베어나가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명상과 피리 연주, 온천에서의 사색 같은 정신적인 콘텐츠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인 저 역시 그의 고뇌와 동화되며, 때로는 게임기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도 틈틈이 마련된 이 공간들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만의 여백이자 호흡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일본 문화가 지향하는 ‘화(和)’라는 가치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NPC들이 입버릇처럼 “소인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외치던 모습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6. 링크와 사카이 진

플레이를 이어가며 저는 사카이 진의 모습에서 젤다의 전설 주인공 링크를 떠올렸습니다. 하이랄 제국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힘을 받아들여 싸우는 링크처럼, 사카이 진도 기존 사무라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 쓰시마를 구했습니다. 물론 링크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사카이 진은 끝까지 “이게 맞는 길일까”를 고민합니다. 그 차이가 있었기에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의명분 대신 실리를 택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무라이. 저는 그가 전통적인 틀을 넘어선 ‘또 하나의 용사’였다고 생각합니다.


7. 완벽한 마침표, 그리고 아쉬움

DLC까지 플레이했던 입장에서, 엔딩 이후 사카이 진의 행방이 늘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게임이 후속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도 직감했습니다. 너무나 완벽한 마침표였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끄고 난 뒤에도 오래 여운이 남았고, 쓰시마 섬의 풍경과 사카이 진의 고뇌는 제 안에 자리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제시해주고, 전통적인 가치와 충돌하는 인간적인 갈등을 보여주었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 45시간 동안의 모험은 또 하나의 삶을 살다 온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뭐 어쩌라는 겨"...사무라이로 정도(正道)를 강요받으며 쓰시마를 구하라는 임무를 맡은 사카이 진과 플레이방식을 고민하는 점도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입체적인 면을 더합니다.

fin. 온천에 들어가보고 싶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단순한 오픈월드 게임이 아닌 역사와 풍경, 인간적인 고뇌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또 하나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장치였습니다. 사카이 진은 전통을 넘어선 용사였고, 쓰시마 섬은 잠시 머물렀던 또 하나의 고향이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다른 시대와 문화를 경험하고, 지금은 사라진 풍경 속에서 다시 호흡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제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총평

스토리 : ★★★★☆ (4.5점)

게임성 : ★★★★☆ (4.5점)

BGM : ★★★★☆ (4.5점)

아트워크 : ★★★★★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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