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옷들과 함께 정리되는 생각들
1. 빨래하는 시간은 제게 늘 조용한 쉼표 같습니다.
세탁기 안으로 물이 차오르고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느려집니다. 방금 전까지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거품처럼 부풀었다가 회전과 함께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달까요. 하얀 셔츠, 오래 입어 부드러워진 티셔츠, 손끝에 무게가 느껴지는 면바지까지— 각각의 질감과 무게가 서로 부딪히며 섞이는 모습이 묘하게 안정감을 줍니다. 빨래감이 돌고 있는 동안 저는 잠시 멍을 때리는데요. 그 둔탁하고 일정한 회전 소리를 들으며 머릿속 먼지를 털어내듯 마음을 가만히 비워냅니다.
2. 빨래의 매력은 무엇보다 결과가 눈에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먼지와 얼룩이 묻어있던 옷이 세제를 머금고 물속에서 흔들린 뒤 깨끗한 색과 촉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복잡했던 생각은 한 번에 정리되지 않지만 깨끗해진 옷을 보면 마치 제 마음 한켠도 닦여나간 듯한 상쾌함이 남습니다. 구겨지고 무심하게 있던 옷들이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면 제 생각도 조금씩 제 자리를 찾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빨래는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정리’를 보여줍니다.
3. 빨래를 널 때는 집중도가 한층 올라갑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옷을 양손으로 펼쳐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하나씩 걸어둘 때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유가 없습니다. 건조대 위에 옷을 가지런히 펴고 바람이 잘 들도록 배치하는 그 몇 초 동안에는 오직 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합니다. 바람이 불어 옷자락이 부드럽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소리와 움직임이 마음의 결도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옷이 바짝 마를 즈음이면 눅눅했던 마음도 함께 마른 듯 가벼워집니다.
4. 빨래를 널거나 개면서 꼭 유튜브를 듣습니다.
침착맨 유튜브를 필두로 인문학 강의, 가끔은 여행자들의 담담한 이야기. 빨래를 개고, 널고, 옮기는 동안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치 제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친구 같습니다. 눈으로는 옷을 접고 있지만 귀로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순간이 좋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옷을 널고 개는 단순노동 위에 얹히면 빨래라는 평범한 일이 조금 더 깊은 하루의 한 장면으로 변합니다. 강연 속 한 문장이 오래 남아 빨래를 마친 후에도 마음속에서 천천히 남아있죠.
5. 집안 가득 퍼지는 섬유유연제 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냄새가 공기와 함께 번지면 그 순간만큼은 묘한 보상감을느낍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과 섞여 방안을 채우는 그 향은 마치 어릴 적 이불 속에서 느꼈던 안락함을 다시 꺼내놓는 듯합니다. 빨래가 끝나고 옷장에서 그 향을 입는 순간 그 시절 평온과 따뜻함이 몸을 감싸는 느낌입니다. 섬유유연제 향은 단순히 빨래해서 깨끗해졌다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마음도 유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6. 마음이 복잡하거나 지칠 때 일부러 빨래를 합니다.
굳이 세탁할 옷이 많지 않아도 세탁기를 돌립니다. 그 시간 동안 물과 거품이 제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고 회전 속도에 맞춰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풀려갑니다. 빨래가 끝나고 베란다에 옷을 널어두면 바람에 흔들리는 옷처럼 마음도 가볍게 흔들립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이제 좀 괜찮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빨래는 저에게 단순히 옷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7. 그래서 빨래를 하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더러웠던 옷이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상쾌함, 손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섬유유연제 향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그 시간에 들려오는 강연 속 한 문장까지— 이 모든 것이 모여 저만의 작은 의식이 됩니다. 빨래를 끝내고 나면 옷이 산뜻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한결 맑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빨래를 하며 제 하루를 천천히 정리해갈 것입니다.
저의 소소한 취미인 빨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