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백

왼쪽이 자꾸 아프다

몸이 먼저 무너질 때, 마음은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에 대하여

by 유앨런

1. 저는 왼쪽이 약합니다.

7년 전, 농구를 하다 끊어진 십자인대도 왼쪽, 이후 부분 파열된 인대도 왼쪽, 어릴 적 넘어져 금 갔던 손목도 왼쪽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주 트고 베이는 피부도 대부분 왼쪽입니다. 오른쪽은 크게 다친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왼쪽은 반복해서 신호를 보냅니다. 얼마 전에도 운동을 하다 왼쪽 허벅지 근육이 크게 파열됐습니다. 주먹만 한 멍이 들고 나서야, 제 왼쪽은 무언가를 꾸준히 말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2. 그 후 4주는 꽤 힘들었습니다.

평소 두 칸씩 가볍게 오르던 계단을 한 칸씩 조심조심 내려가야 했고, 출퇴근 길이 느려지면서 ‘내가 이렇게 걸음을 의식하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오르막길이 부담스러워졌고, 제 옆을 뛰어가는 어린아이를 보며 괜히 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함께 농구하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주에도 올 거지?” 하고 물었습니다. 웃으며 “허벅지가 좀 아파서…”라고 말하면 그제야 걱정해주었고요. 몇 년 전의 저였다면 많이 서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안부조차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3. 몸이 불편해지면 마음도 점점 움츠러듭니다.

회사에서 새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도 ‘내가 빠지면 폐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며 참여를 망설이게 되고, 원래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친구들 단체방이나 동아리방에서도 말수가 줄어듭니다. 통증은 단순히 몸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나누는 관계에도 영향을 줍니다.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가는 일조차 귀찮아지고, 동네 카페까지 걷는 일은 사치가 됩니다. 좋아하던 게임도 통증을 참아가며 할 수는 없기에 결국 누워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더군요.

4. 회복되던 즈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겠다.”

나보다 더 걱정해주는 아내에게는 미안함이 컸고,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았더니 작은 오해가 생겼습니다. 점심시간마다 가까운 식당만 찾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불편함이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금세 괜찮아졌냐고 물었고, 저는 얼버무리며 웃었지만 사실은 계속 그 마음이 무겁게 남았습니다.


5. 이제는 다시 농구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단도 예전처럼 두 칸씩 오릅니다. 몸이 돌아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프면, 정말 나만 손해라는 사실을. 건강할 땐 몰랐던 일상이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 또 나의 불편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도요. 한동안은 이 단순한 교훈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자주 쓰는 곳만 강해진다는 ‘용불용설’의 이치처럼, 저는 이제 왼쪽도 의식적으로 써보려 합니다. 나약한 쪽을 함께 키우지 않으면, 어느 날 또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6. 왼쪽이 자꾸 아픈 건 심장이 있어선가

아니면 그냥 그쪽을 제대로 단련하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요.

이유를 따지는 건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가 약하든, 한쪽이 무너지면 결국 삶 전체가 흔들린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그 아팠던 왼쪽을 더는 탓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통증도, 실패도, 지난 시간도 조용히 덮어두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무너지지 않는 나를 만들어 오른쪽과 왼쪽이 균형 잡힌 몸이 된다면 마음도 그렇게 균형을 찾게 될까요.


조심스럽게 다시 움직여 봅니다.

예전보다 더 천천히, 더 깊게, 더 힘을 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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