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오브 요테이 - 복수로 시작해 치유로 끝난 서사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필요하다

by 유앨런

오랜만에 플레이스테이션5 앞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는데요. 성큰펀치의 '고스트 오브 요테이' 때문입니다. 가족을 모두 잃은 8살 소녀 '아츠'가 견뎌온 상실과 그 위에서 다시 삶을 세우려는 이야기. 흔한 복수극과 달리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한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지 그 과정을 섬세히 따라갑니다.


고향과 가족까지 다 잃어버린 아츠의 시작

아츠 이야기의 시작은 절망이었습니다. 사무라이 사이토와 그 일당에게 부모님과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아츠는 분노와 복수로 살아갑니다. 초반에 아츠가 흰 천에 써내려가는 살생부는 그녀가 ‘살아 있는 이유’를 붙잡아두는 장치였습니다. 원수를 죽이면서 삶의 이유를 찾는 아츠에게 그 누구도 말 한마디를 걸지 못했습니다. 복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원령'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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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이 길어질수록 아츠는 조금씩 변했습니다. 그 시작은 남동생 '주베이'였습니다. 생사를 넘나들며 서로를 지키는 형제애는 아츠가 잃어버렸던 ‘관계의 감각’을 다시 깨웠습니다. 주베이뿐만이 아닙니다.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은 각자의 상처와 사연을 품은 채로 서로에게 손내밀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과 함께하며 아츠는 서서히 달라졌습니다.


동료들은 아츠의 복수에 도움이 되는 존재였지만 아츠가 잃어버린 ‘관계’를 되돌려주는 존재가 됩니다. 함께 웃고 걷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인간은 혼자 싸우며 버틸 수는 있지만 ‘함께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삶의 이유를 아츠는 서서히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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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의 감정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살생부를 하나씩 지워갈 때였습니다. 이름을 지울수록 마음속의 공백은 더 깊어지고 남은 이름들을 바라보던 아츠의 표정은 점점 달라졌습니다. 분노가 아닌 슬픔이 더 크게 자리 잡은 얼굴. 그리고 결국 그녀는 마지막에 사이토를 앞두고 살생부를 스스로 불태웁니다.


이 장면을 보며 저는 잠시 컨트롤러를 내려놓았습니다.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던 사람이 복수의 기록을 스스로 태워버리는 일. 이제는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로 보였기 때문이죠. 과거에 붙잡혀 살아온 자신을 태워버린 다음 새롭게 살아가겠다는 아츠의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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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리뿐 아니라 삿포로의 풍경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게임 속 자연은 아츠의 감정과 긴밀히 호흡하는 또 하나의 장치였습니다. 요테이산 능선 위로 펼쳐진 눈, 대나무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드넓은 꽃밭까지. 압도적인 아트워크가 섬의 깊이를 만들고, 듀얼센스 햅틱은 그 바람과 물결을 손끝에 전했습니다. 아츠가 풍경을 그려나갈 때의 그 고요함이 아츠의 회복 과정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힘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처럼 표현하기 위한 화면비율의 자연스러운 전환도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줬습니다.


복수의 칼끝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로 끝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너무도 인간적인 방식으로 이어졌다는 것.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식이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았습니다.


전작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이어 명작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완벽했고, 그 완성도를 내러티브로 연결해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수가 삶을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삶을 지속시키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이라는 메시지. 바쁘게 살아가느라 사람간의 관계에 소홀한 저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준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최근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인상적인 내러티브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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