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과 독자의 반응
매주 월요일 오전, 브런치북 연재를 결심하고부터는 목요일 오후부터 마음이 분주해진다.
나 스스로 꾸준히 글을 써 보겠다며 설렌 마음으로 브런치북을 시작해 놓고 한 달도 못 가 데드라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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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간의 나의 주 업은 디자인이다.
"언론사 - 매거진 - 쇼핑몰 - 뷰티"
모든 일에 마감이 있듯이 디자인 작업도 마감시간이 정말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인데
하필 거쳐왔던 회사들이 모두 시간 약속에 칼 같은 업종들이었다.
특히 작업이 광고 시안일 경우, 누군가 자기 역할에서 1분이라도 늦게 되면 이어지는 작업들도 줄줄이 지연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 행동하길 좋아하는 나는 파워 J이다.
목표가 생기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만큼 시간을 쪼개어 실천하고 달성하는데 기쁨을 누리는 전형적인 J형 인간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일을 정말 싫어한다.
보통 마감 전날까지 99%는 완성해 놔야 발 뻗고 자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허나 회사 업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면 내가 사장이지...
( 물론 사장이 되어보니 사장도 별반 다를 거 없더라. 내 뜻대로 흘러가기란 세상사 참 어렵다. )
이렇게 쫓기는 게 싫어서,
안 그래도 짧은 인생 시간에 쫓겨 헐떡이며 살지 말자고
새로운 다른 일을 찾았는데
작가에게 마감시간은 숙명과 같은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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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정연 작가의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의 일기를 엮어 만든 책인데 작가들도 글이 안 써져 괴롭다는 내용이 자주 나와
마치 내 일기처럼 친근하고 정답게 느껴진다.
책에 보면 금정연 작가뿐 아니라 카뮈도 그러했단다.
창작의 고통이란...
스티븐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말하길 사람들이 작가에 대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마법의 요정은 언제 나타나나요"란다. 그러면서 글쓰기에 있어 결코 마법의 요정이 나타난 손을 움직여 주는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이것은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괜히 경력직의 연봉이 높은 것이 아니다.
스티븐 킹과 같은 대작가가 괜히 천재작가로 칭송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타이틀은 수없는 창작의 고통과 쓰기의 시간들이 합쳐져 이뤄진 결과겠지.
생각해 보면 마감시간이 없는 일은 없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마감일보다 하루는 앞서 일을 끝내야 마음이 편한 나인데 내 인생은 지금 어떤가?
그래서 발 뻗고 자본 지가 오래된 걸까?
이 글을 얼른 마무리하고 아이 하원 전까지 낮잠이라도 편히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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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월요일 아침, 브런치북의 [발행]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내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제 막 남들에게 보이는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라이킷 10개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10개가 채워지면 "이게 정말 끝일까? 댓글 반응은 없나?"싶어 자꾸 알림을 기다리게 된다.
이제 10개가 채워졌으니 오늘 브런치 알림은 꺼둬야지.
글을 쓸 때 너무 무거워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너무 힘주지 말아야지 좋아서 시작한 일 아닌가. 그러니 글쓰기가 언제나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막 시작했으면서 많은 관심은 욕심이다. 설령 그것이 나의 첫 독자인 남편뿐이라도 한 명이면 족하다.
그저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음에 공감하며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글을 발행하고 나면, 나는 또 반응이 궁금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