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한 주식투자
그리고 이제야 읽기 시작한 경제기사
내가 주식을 시작한 건 금융위기가 끝난 무렵, 내가 전세금에 전 재산을 몰아넣고 다시 월급을 모으기 시작할 때였다. 투자를 시작하고 처음 맞이하게 된 대세 상승장의 기회를 놓쳤던지라 이번엔 잘해보고자 의지를 다졌다. 사실 이때도 여전히 나는 펀드 투자를 할 생각이었다. 주식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여전했고 내 주변의 분위기는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등 많이 부정적이었다. 나 역시 주식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 궁금증은 뒤로하고 새로 시작하는 투자처는 다시 펀드가 되었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난 역시 경제와 주식에 대해 문외한이었기에 펀드를 다시 고르는 시각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주로 수수료, 누적수익률 등을 고려했지만 결국 유명세를 고려하고,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펀드를 검색해서 나오는 글들을 보고 거기서 좋다는 펀드를 고를 뿐이었다. 그렇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는 나의 금융지식의 발전은 별로 기대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난 애초에 경제기사를 보는 것도 어려워했고, 펀드매니저에게 투자를 맞긴 순간 그나마 공부해보고자 했던 의지마저 잃어버렸다.
이런 내가 못 미더웠기도 했고, 이제 와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고, 그 이후에 펀드 투자를 하기엔 마음이 급했다. 하루빨리 내 돈을 펀드에 태워서 불리고 싶었다.(이것이 좋지 않은 태도라는 것은 나중에 주식투자를 하며 깨닫게 된다.) 그래서 회사 선배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투자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펀드를 하면 어떤 펀드를 샀는지, 펀드를 어떻게 고르면 되는지 등등 조언을 구했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펀드를 한다고? 펀드는 무슨 펀드야. 남자라면 직투지!"
직투? 직투가 무슨 말인지 되물었다. 혹시 직접투자? 그러면 주식투자를 말하는 것이냐고. 그 선배의 대답은 '당연하다'였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농담처럼 던진 말인 것 같아서 그러는 본인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은 농담 100%에서 농담 반 진단반으로 아리송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주식투자는 하면 안 되는 것인데, 위험한 것인데, 그걸 하고 있다고? 저 선배 막장이구만.. 걱정된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어이가 없긴 한데, 그때의 나는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그만큼 내 안의 주식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부정적인 편견이 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나가듯 말한 선배의 말이, 별로 진지하게 해 준 조언도 아니었던 것이 내 안의 어떤 파장을 일으켰던 것 같다. 내 안에 묻혀있던 욕망 같은 것 말이다. 그래, 힘 안 들이고 클릭 몇 번에 내 돈이 복사되는 광경을 보고 싶은 그런 욕망 말이다. 내내 눌러왔던 것이 선배의 지나가는 한마디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선배의 저 한마디가 나를 주식투자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그래, 까짓 거 한번 해보자.'
얼마 후 증권사에 방문해서 증권계좌를 개설한 나는 시험 삼아 100만원을 계좌에 입금했다. 주식을 매매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공부의 끝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펀드 상담을 해주던 증권사 직원의 얘기도 생각이 났다. 당시 경제와 투자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는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되는지 그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때 예상치 못한 답을 들었는데, 그것은 일단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기 돈이 걸려있으면, 특히 열심히 일한 돈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면 공부가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매수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다시 지인 찬스를 사용한 나는 아는 형이 추천한 게임주를 매수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만에 10프로가량 수익을 냈던 것 같다. 신이 난 나는 투자금을 500으로 늘렸다. 이번엔 또 다른 지인에게 들은 정보에 따라 당시 인수합병 이슈가 있었던 후XX라는 주식에 500만원을 전부 투자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나는 3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내 돈이 빠지면 공부가 자연스럽게 된다고?
100프로, 아니 200프로 동의한다.
정말이지, 그때만큼 주식공부가 재밌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