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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 Jun 04. 2022

잡주는 건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자꾸만 손이 가는걸

"내 친구가 게거품을 물고 추천한 주식이에요!"


나에게 첫 하한가의 충격을 안겨준 후XX를 추천한 친구의 말이었다. 그때 나는 투자모임과 비슷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모임에서 가끔 주식 종목 추천이 오고 갔는데 이 친구도 가끔 종목을 추천했다. "누가 이 주식이 좋다더라!" 하는 카더라를 듣고 투자했다가 끔찍한 손실을 본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도 뉴스에서도 지인의 경험을 통해서도 종종 리곤 했긴 때문에 이와 같은 종목 추천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랬던 내가 왜 유독 이 친구 말에는 귀를 기울인 것일까.


그때 그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주식을 매수했다. 기억나는 것은 딱 하나. 인수합병 이슈였다. 그 회사가 인수합병을 하는 것인지, 인수합병을 당하는 것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그저 뭔가 비밀스러운 정보를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았고, 한순간의 충동으로 나의 총 투자금 500만 원을 고스란히 집어넣었다. 그 후 며칠간은 조금씩 올랐다. 왜 오르는 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기분이 좋았고 기대감에 부풀었다.


인수합병 기대감만으로도 이렇게 오르는 것이라면 인수합병이 결정 나면 얼마나 더 오르는 것일까? 하지만 나의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며칠 후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아마 3 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때는 상하한가 폭이 15%라서 망정이지. 그때부터 일 전혀 손에 잡히지 않고 주가 창만 쳐다봤던 것 같다. 회사 출근버스에 타자 마자 주식 어플을 켜는 나를 보며 옆에 앉은 옆 팀 주임연구원이 내게 말했다.


"주식해요? 에이 주식하면 안 되는데.. 나도 엄청 깨지고는 다시는 안 해요. 주식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아요."


역시 주식은 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인수합병이었다. 인수합병만 되면 지금의 하락은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그래서 인수합병 기사만 계속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결국 인수합병이 결정됐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인수합병 떡밥으로 올랐던 주가는 이미 누군가에게 차익을 실현시켜준 후 제자리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고, 난 아무것도 모른 채 오매불망 인수합병 기사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누군가는 내게 얘기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것'이라고. 이번 케이스에서는 얼추 타이밍이 비슷해서 이 말대로 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난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면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케이스처럼 기대감에 오르다가 해당 이슈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차익실현 러시가 일어날 때도 있지만, 해당 이슈가 현실화되고 기사에 나올 때까지 주가가 요지 부동하다가 한참 후에 뒷북치며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면 크게 의미를 가질 필요는 없다.

 

대신, 내가 이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교훈은 따로 있다. 어쩌면 이 경험을 주식 투자 초기에 했다는 것이 내게 큰 행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때의 경험이 교훈이 되어 이후 투자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후 10여 년의 투자 기간 동안 웬만해서는 어긴 적이 없는데 이 교훈은 바로 다음과 같다.


"잡주는 건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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