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영어

< 나는 왜 쓰는가 > - 문명 비판 및 지적 자유 / 언어의 타락

by 그림책미인 앨리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년 4월 <호라이즌>지에 게재한 글이다.

문체가 간결하고 평이하면서 정확하기로 유명한 오웰이 당대 언어의 타락에 대해 작심하고 매서운 질타를 한 글로 유명하다. 영어의 이모저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번역하기에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글이지만 굳이 번역하는 것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을 정도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소한의 영어 병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1. 첫 문단(p255)


-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영어란 언어가 위중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우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임을. 그러니 우리 문명이 퇴폐적인 만큼 우리 언어도 어쩔 수 없이 전반적으로 함께 몰락하게 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그래서 언어를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한 저항은 옛것을 선호하는 감상적 취향으로, 전깃불보다 촛불을 좋아하고 비행기보다 마치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 주장의 근거에는 언어란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우리 나름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나갈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반쯤은 의식적인 믿음이 깔려 있다.



2. 마지막 네 문장(p276)


- 정치적 언어는 거짓을 사실처럼 만들고 살인을 존중할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순전한 헛소리를 그럴듯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다(그리고 차이는 있어도 보수당에서부터 무정부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당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단번에 다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습관은 바꿀 수 있으며, 충분히 조롱을 퍼부어준다면 이따금 진부하고 무용한 관용구를('군홧발', '아킬레스건', '온상', '용광로', '시금석', '불지옥', 등과 같은 언어 쓰레기들을) 본래 자리인 쓰레기통으로 보낼 수도 있다.


3. 인상적인 문장들(p259~265 / 268~269 / 275)


- 하나는 비유가 상투적이란 점이고, 또 하나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글 쓰는 사람이 뜻하는 바가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뜻하지 않게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자기가 하는 말의 뜻이 통하든 말든 거의 개의치 않는 것이다. 이렇게 뜻이 모호하고 표현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오늘날 영어 산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며, 정치적인 글은 거의 예외 없이 더욱 그렇다. 어떤 주제가 제기되자마자 구체적인 게 추상적인 것으로 돌변해 버리며, 진부하지 않은 표현은 아무도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 말해 뜻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단어'는 점점 줄어들고, 조립식 닭장의 부품처럼 이어 붙이는 '어구'는 늘어나는 식으로 산문이 이루어진다.


- 산문을 쓸 때 얼버무리기 위해 흔히들 써먹는 다양한 수법

1) 죽어가는 비유 - 상투적인 비유

: 글을 쓰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잠시 멈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이며, 본래의 뜻을 곡해하는 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2) 기능어, 또는 언어적 의수족 - 적절한 동사나 명사, 문장마다 균형미를 주는 듯한 음절을 덧대는 경우

3) 젠체하는 용어 - (젠체: 잘난 체하다=젠체하다)

4) 무의미한 단어


- 세심한 필자라면 쓰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두 가지 더)

①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

② 어떤 단어를 써서 그것을 표현할 것인가?

③ 어떤 이미 지나 숙어를 쓰면 뜻이 더 분명해지는가?

④ 이 이미지는 효과를 낼 만큼 참신한가?

⑤ 문장을 좀 더 짧게 쓸 수는 없는가?

⑥ 꼴사나운 부분 중에 고칠 수 있는 데는 없는가?

- 정치와 언어의 타락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뚜렷해지는 건 바로 이 점에서다.

정치적인 글에 특히 문제가 있다는 건 우리 시대의 엄연한 현실이다.


-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 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문학적인 언어가 정치를 만나면 제일 먼저 순수성을 잃는다.

진실보다는 정치가 바라는 글을 쓰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조중동 언론에서 예부터 사실과 다른 글을 정치적으로 쓰고 있는지 안다.

마음 같아선 오웰이 나타난 쓴소리를 사납게 한 번 해주길 바란다.

한편 오웰은 글쓰기에 있어 어떤 글이 도움이 될만한 글인지 알려준다.

오웰이 말하는 글쓰기의 기본자세를 보면 '글쓰기 특강'이나 책에서 늘 강조하는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익히 보던 비유는 사용하지 말고, 미사여구보다는 간결한 단어를 빼도 지장 없는 단어는 생략하며 능동태를 사용하라는 등 여섯 가지를 제시한 글쓰기 원칙이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오웰은 목적을 위해 만들어가는 언어가 아닌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언어를 사용하라 한다.




남다른 그림책 큐레이션


오웰이 말하는 정치와 영어에 관한 그림책은 없지만 오웰이 강조하는 글쓰기를 잘 수행한 그림책 있어 소개한다. 바로 우리나라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 '박완서'의 명문장이 시가 되어 그림책으로 되었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박완서 (지은이), 이성표 (그림) 작가정신 2022-01-20
- 출처: 알라딘 서점 -


시니어를 위한 그림책이며 시 그림책이다.

<< 시를 읽는다 >>는 <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 >의 명문장을 그림책으로 새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박완서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과 없이 담겨있다.

좋은 문 장 한 줄은 시가 되고 그림책이 될 수 있으며, 또 다른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웰이 말하는 정치적인 영어는 아니지만 오웰이 원하는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언어가 아닐까.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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