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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주의 그림책큐레이션(2)

삼부작으로 읽는 그림책 큐레이션_한국 작가 편

by 그림책미인 앨리

2. 삼부작으로 읽는 그림책큐레이션_한국 작가 편

(1) 이기훈 작가: 욕망 삼부작 - 『양철곰』『빅 피쉬』『09:47』/ 글 없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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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글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이기훈 작가의 욕망 삼부작 첫 번째 그림책이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오늘날의 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계화와 도시화는 쉼 없이 이 지구에 새로운 사물들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이 진정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인지 양철곰과 소년은 독자들에게 묻는다.
끝없이 소비하는 21세기 문명사회! 미래를 향해가는 문명사회의 끝, 그곳은 과연 어떤 세계 어떤 나라일까.


『양철곰』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를 보여준다. 개발이 끝난 도시는 거대한 양철 도시로 변한다. 자연은 형편없이 파괴되어 동물들 역시 도망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고 더 이상 지구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양철곰은 지구에 남기로 한다. 자신의 몸에서 움을 틔우는 도토리들 때문이다. 양철곰은 거대한 도토리 보금자리가 되며 스스로 몸에 물을 끼얹히며 죽음이 곧 삶이라는, 인간이 도달하지 못한 이상을 실현한다. 이 그림책은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을 들려주고 있다.

조용한 메시지가 전하는 강한 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다!
자연은 인간이 지배하는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림책 『양철곰』은 자연을 파괴하고, 더 이상 파괴할 자연조차 없을 때 우리의 삶이 변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양철곰 이야기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충분히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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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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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양철곰』이 미래를 배경으로 한 그림책이라면『빅 피쉬』는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 시대'로 돌아간다.

옛날, 아주 먼 옛날 땅에는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모든 것이 메말라 갔다. 기우제도 지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마을에서는 네 명의 전사를 뽑아 동굴 속 벽화에 그려진 물을 뿜어내는 신비한 물고기를 잡아 오게 한다. 전사들은 힘든 여정 끝에 물고기가 산다는 거대한 산 위로 올라가고, 드디어 하늘 위에서 물을 쏟아내는 커다란 물고기를 발견한다. 하지만 커다란 물고기를 잡기는 만만치 않다. 전사들은 쫓고 쫓기는 사투 끝에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지만 이를 막으려는 동물들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커다란 물고기를 독차지하려는 인간들과 메마른 땅에서 살길을 잃어 가는 동물들의 싸움이 반복되던 어느 날 밤, 뭔가를 눈치챈 듯 동물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사람들이 기뻐 환호성을 지르고 잠이 든 사이, 갇혀 있던 커다란 물고기가 번쩍 눈을 뜬다. 물고기의 몸이 점점 커지고 입에서는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나오며 대홍수가 시작되는데…….


이 이야기는 거대한 물고기를 들고 사막을 뛰어가는 사람들을 그린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한 장의 그림과 ‘노아의 방주’라는 성경 이야기를 버무려 신비로운 전설 같은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첫 그림책에서 자연이 파괴된 미래 이야기를 통해 인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던 이기훈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과거 이야기를 통해 인간들의 탐욕과 욕심을 꼬집고 있다.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리고 황폐해진 마을은 마치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삭막한 도시를 보는 듯하다. 동물들을 배척한 채 커다란 물고기마저 소유하고자 애쓰는 인간들의 모습은 자연을 소유물로 여기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채 자연 파괴를 일삼는 우리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시종일관 시선을 끄는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전개로 책을 보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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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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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09:47』는 비진도로 여행 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여기 작가의 가족이 등장하며 몰입도가 높아진다. 작가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책 이야기는 이들이 배를 타고 비진도를 향해 배를 타고 가는 8시 40분부터 시작한다. 재깍재깍 시간은 흐르고 화장실에 간 아이는 들어갈 때와는 달리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온다. 그때의 시간은 9시 47분이다. 현실의 시간일까? 상상의 시간일까요이 순간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중첩되는 시간이자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11시 50분에 이르면 갈매기가 낚아채 간 토끼인형이 아이 바로 앞바다에 두둥실 떠내려와 아이를 깊은 바다로 유인한다. 11시 59분, 토끼를 쫓아 헤엄쳐 온 아이는 거대한 고래 눈동자와 마주친다. 세상의 모든 고래가 깨어나고 먼바다에서 시작된 고래섬들의 용트림은 거대한 쓰나미를 만들어 육지의 모든 것을 덮친다.

이기훈 작가는 지구환경에 대한 경고와 인류를 향한 희망을 그만이 할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극도로 세밀한 사실주의적 표현에 담아냈다. 지구에 종말이 다가오고 그 속에서 희망의 방주를 발견하는 아이가 겪는 상상과, 환경위기에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인류의 현실은 ‘시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매끄럽게 넘나 든다.

현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책을 보는 어느 지점에서 상상으로 넘어갔을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야기의 끝부분에 이르면 그때서야 독자는 상상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현실은 또 타임 루프를 통해 이야기의 앞으로 이어지며 상상인 듯 현실인 듯 모호함 속에 머물게 되는 세련된 장면 구성과 연출에 그야말로 짜릿함과 탄성을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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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수지 작가: 경계 삼부작 『파도야 놀자』『거울 속으로』『그림자놀이』/ 글 없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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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이수지 작가(Lee Suzy)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는 세계적 권위의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 수상자로 되면서 한국의 그림책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높였다.

경계 삼부작 『파도야 놀자』『거울 속으로』『그림자놀이』그림책 세 권을 합치면 판형이 동일한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세 권은 각각 가로, 세로, 상철 그림책으로 판형을 잘 이용한 그림책이다.

시원한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하는 『파도야 놀자』그림책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 바닷가에 놀러 온 소녀와 파도와 갈매기들의 신나는 하루가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바다를 보고 한달음에 바닷가로 뛰어간 소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지만 아직 뛰어들어 놀기에는 겁이 난다. 일렁이는 파도가 다가오자 뒤돌아 도망가는 모습이 앙증맞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녀는 파도에게 소리를 지르며 겁을 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파도와 친해진다. 자신감 넘치는 소녀의 발길질에 파도가 다시 한번 으르렁거리며 장난을 치지만 소녀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커다란 파도를 당당히 받아들인다. 소녀와 파도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순간 회색빛이던 소녀의 치마도, 하얀 여백으로 남아 있던 하늘도, 바다와 같은 파란색이 된다. 소녀는 커다란 파도가 선물한 조개와 고둥, 불가사리 등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만한 바닷가에서의 일상을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담아낸 이 그림책은 보는 내내 긴장과 재미를 주며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파도와 아이가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심리적인 대립 구도가 점점 커졌다 작아지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친구인 파도를 대하는 아이의 기대와 두려움, 즐거움, 교감 등 심리 변화를 따라가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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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거울 속으로』는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프랑스, 포르투갈, 브라질, 스페인에서도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 소녀와 소녀의 거울상이 함께 신나게 놀다가 서로 토라져 분리되는 과정을 글자 없이 간결한 이미지만으로 담아내어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을 마치 전신거울처럼 활용하여 이미지들을 하나의 밀도 있는 이야기로 구성해 낸 독특함이 북 아트를 전공한 작가의 진면모를 보여 준다.


『거울 속으로』는 책을 거울처럼 만든 독특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책은 기다란 전신거울의 모양을 하고 있다. 표지부터 면지, 뒤표지까지 책 곳곳에 보이지 않는 거울이 숨어 있다. 이 책 속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증을 갖게 한다. 본문을 펼치면 한 소녀가 외롭게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에 자기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놀란 듯 자기를 바라본다. 소녀는 거울 속 소녀를 몰래 훔쳐보다 흥미를 갖게 된다. 어느덧 거울 속 소녀를 보며 장난도 친다. 슬그머니 손을 잡고, 둘은 신나게 춤을 춘다. 둘 사이에서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듯한 나비가 서서히 커지더니 불꽃놀이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두 소녀의 즐거움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이다. 그러다 두 소녀가 책 가운데 부분으로 쏙 들어가서 사라져 버린다. 어, 두 소녀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이 책은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연령과 관점, 정서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한 책이다. 신기한 거울의 특성과 이미지들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고, 두 소녀가 만들어가는 관계의 과정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자아와 또 다른 자아와의 갈등이나 외로운 아이의 심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글자와 배경 없이 등장인물의 이미지만으로 만들어 낸 작은 그림책 안에 이렇게 다양한 층위의 의미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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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놀이』는 온갖 물건들이 들어 있는 창고 방에서 한 소녀가 그림자를 만들어 신나게 노는 과정을 그림자 애니메이션처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담아낸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소녀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그림자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는 놀이를 펼친다.


딸깍, 어두운 화면에 전등불 켜는 소리가 울린다. 불이 켜진 창고 안은 청소기, 빗자루, 낡은 장화, 사다리, 톱과 망치, 거꾸로 매달린 자전거 등으로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하지만 말괄량이 소녀는 무얼 본 걸까, 빙그레 웃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주인공 소녀는 우아한 발레리라처럼 포즈를 취한다. 그림자가 자기를 따라 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펼쳐 새를 만든다. 순간 그림자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그림책의 두 면이 엄연히 경계가 있는 두 공간이라는 데 호기심을 느끼고, ‘책이 묶이는 그 지점을 이용해서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책이란 물건을 구성하는 물리적인 요소가 이야기의 일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경계 삼부작’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그림자놀이』는 빛과 경계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로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는 상상과 창조적인 놀이를 할 수 있는지를 역동적이면서도 경쾌하고 흥미롭게 담아낸 그림책이다. 작가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경계와 상상의 하모니가 무르익은 작품이다. 글자가 없지만 소녀와 상상 속 인물들의 말이 들리는 것처럼 생동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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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놀이』,『파도야 놀자』,『거울 속으로』에 이어 이수지 작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그림책 삼부작의 완결 편이다. 이 세 작품은 판형과 크기가 동일하고, 글자가 없고, 책의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기준으로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경계 삼부작’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모양새라도 이야기 내용과 주제에 따라 책을 펼쳐 보는 방향과 구성은 다채롭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장면이 가로로 넓게 펼쳐지는가 하면, 책 거울처럼 세로로 길기도 하고,『그림자놀이』에서처럼 책장을 위로 넘겨, 경계 부분을 실제와 그림자의 구분선으로 사용하는 등 책이라는 물건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3) 이지은 작가: 전설 삼부작 『팥빙수의 전설』『친구의 전설』『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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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서점 -

'전설' 시리즈 그림책 이야기를 일으킨 이지은 작가의 귀엽고 재미있는 전설 삼부작 그림책 중 가장 먼저 출간한 그림책이다.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팥빙수의 전설>의 영감을 얻되, 정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각사각 잘게 갈아 얹은 얼음에서 연상한 하얗게 펼쳐진 눈밭, 한여름에 눈이 오면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며 눈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발상, 눈호랑이의 숨겨진 초능력 등 이야기 속에는 기막힌 상상과 반전들이 가득 숨어 있다. 시큰둥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거침없는 할머니의 모습, 뭉실뭉실 눈을 뭉쳐 놓은 듯 어린아이 같은 호랑이는 매 장면마다 감초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더위에 지친 순간, 팥빙수 한 숟가락을 입에 물었을 때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 <팥빙수의 전설>은 그런 상쾌함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더울 때면 한 번씩 떠올리는 그림책, 팥빙수를 먹을 때마다 들춰 보게 되는 그림책, 먹을 때마다 재미난 상상을 덧붙여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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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전설』은 동네에서 성격 고약하기로 소문난 호랑이와 그 호랑이의 꼬리에 운명처럼 딱 붙어 버린 꼬리 꽃의 이야기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괜한 위협으로 말썽을 일삼는 호랑이에게는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다. 호랑이가 나타나면 이웃들은 으레 자리를 피했고, 호랑이는 늘 그들의 뒷모습을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보곤 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런 호랑이에게 운명같이 붙어 버린 수다쟁이 꼬리 꽃의 존재는 그야말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인생의 충격 반전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걸핏하면 ‘누렁이’를 연발하며 호랑이가 자기 몸에 붙었다고 세상 슬픈 척은 혼자 다 하질 않나, 만나는 이웃들마다 인사를 건네며 수다를 떨지 않나, 도움이 필요하다 하면 앞뒤 안 보고 나서질 않나, 꼬리 꽃은 몸에 붙은 것도 모자라 호랑이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동네 말썽꾸러기 외톨이 호랑이와 오지랖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꼬리 꽃은 다툼을 뒤로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팥빙수의 전설』에 등장했던 백호 호랑이에 대한 전설을 들려준다. 꼬리 꽃과 호랑이의 우정으로 친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은 책을 다 읽고 난 후 눈물을 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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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로 전설 신드롬을 일으킨 이지은 작가가 이번에는 ‘수박’의 전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에 갔다 늦은 시간에 산길을 걸어오던 팥 할머니 앞에 나타난 태양왕 수바. 돼지인지, 공인지 데굴데굴 구르기 좋은 모양새로 나타난 수바는 원래 태양을 비추어 생명을 자라게 하는 하늘의 용이었다. 수바의 날개와 태양 빛을 탐내던 둘 머리 용에 의해 날개를 떼어 먹힌 채, 간신히 땅으로 도망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수바는 할머니에게 간절하게 도움을 청하지만, 왕 대접을 받긴커녕 이름조차 수박, 왕수박 등으로 불리며 더 혼란을 겪게 된다. 할머니는 수바의 부탁대로 밤새 떡을 빚고 과일로 탑을 쌓아 제사상을 차려 주고, 수바는 땅에서, 물에서 지극 정성으로 하늘을 향해 빌어 보지만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보다 못해 나선 팥 할머니의 용맹한 활약으로 둘 머리 용에게서 날개를 되찾은 수바는 약속대로 할머니에게 용의 여의주만큼 귀하다는 보물을 주고 홀연히 하늘로 돌아간다. 태양왕 수바가 할머니에게 남긴 용의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수박의 전설과 용의 보물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무더운 여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귀여운 수바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시원함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맛깔스러운 전설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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